오디오 책갈피: 다정한 공동체의 불편한 진실, 구병모 '네 이웃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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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Neighbour's Table by Gu Byeong-mo

세 아이를 낳으면 집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모인 네 가족. 공동체와 공동육아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이들의 관계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신념이 맞부딪히며 서서히 균열을 드러냅니다.


SBS 오디오 책갈피. 한국어와 영어로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 마음 한켠,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화정입니다.

좋은 이웃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는 종종 이웃과 가족처럼 지내는 삶을 꿈꿉니다. 서로의 아이를 함께 돌봐 주고, 식사를 나누고, 서로의 하루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삶.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믿는 어떤 공동체의 회복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함께’가 언제까지나 편안할 수 있을까요. 그 다정함이 어느 순간 부담이 된다면, 그 관계는 여전히 따뜻할 수 있을까요.

오늘 오디오 책갈피에서 만나볼 작품은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Your Neighbour's Table)>입니다. 이 작품은 저출생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아이 셋을 낳는다면, 집을 드립니다.”

경기도 외곽, 세 자녀를 낳는 것을 조건으로 저렴한 주거 혜택이 주어지는 공동주택, ‘꿈미래실험공동주택’. 그곳에 네 가족이 모입니다. 요진과 은오, 단희와 재강, 효내와 상낙, 교원과 여산. 그리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

처음의 풍경은 꽤 따뜻합니다. 아이를 대신 봐주고, 남은 반찬을 나누고, 서로의 하루를 묻는 저녁 식탁. 하지만 그 ‘함께’라는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다른 결을 드러냅니다.

“누군가의 아이를 함께 돌봐 주는 일은 결국 나의 시간을 내어 주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더 많이 돌보고, 누군가는 덜 책임지고, 보이지 않는 균형이 서서히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스며듭니다. 비교, 눈치, 그리고 말하지 못한 피로.

이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갈등이 크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 아이를 맡기는 순간의 망설임, 식탁 위의 미묘한 눈치, 그리고 비교와 판단. 그 모든 것이 묘한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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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 Byung-mo

특히 작품은 네 여성 인물을 통해 ‘돌봄’이라는 노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주는데요.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분명 공동의 일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무게는 특정한 사람에게 더 많이 기울어집니다. 그리고 그 기울어짐은 대개 아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반복되지요.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는 이 작품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족, 이웃, 공동체라는 단어들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이 말은 아마도 이 소설의 감각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뜻해야 할 말들이 왜 낯설게 느껴지는지.

함께 산다는 것, 서로를 돌본다는 것,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 모든 것이 언제부터 부담이 되었는지. <네 이웃의 식탁>은 그 경계를 조용히 드러냅니다. 누군가의 식탁은 결코 완전히 공유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의 삶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

식탁은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거리를 드러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식탁에는 어떤 온기가 놓여 있나요?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구병모 작가의 <네 이웃의 식탁>을 함께했습니다.

여러분 마음 한켠,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드렸길 바라며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상단 오디오에서 오디오 책갈피 팟캐스트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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