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일곱 가정이 함께한 첫 한국어 미사에서 시작해 한인 이민자들의 신앙과 만남, 정착의 구심점으로 성장한 시드니 대교구 한인 천주교회의 50년을 초창기 교우들의 증언과 기념 공연 현장을 통해 돌아봅니다.
Key Points
- 일곱 가정의 첫 한국어 미사에서 시작된 시드니 한인성당 50년
- 언어와 정보, 위로를 나누며 한인 이민자들의 정착을 지탱한 공동체
- 한국에서 방문한 갓등 중창단 신부들과 세대가 함께 연 새로운 50년
매주 한국어 미사가 봉헌되는 시드니 실버워터의 한인성당. 높은 천장 아래 교우들이 자리를 채우고 제대에서는 익숙한 한국어 기도가 이어집니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이 풍경을 만들기 위해 초기 한인 이민자들은 ‘벽돌 한 장’에 마음을 담았습니다.
시드니 한인 천주교 공동체의 역사는 1976년 11월 7일, 패딩턴의 세인트 프랜시스 오브 아시시 성당(Saint Francis of Assisi Catholic Church)에서 봉헌된 첫 한국어 미사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미사에 참여한 사람은 일곱 가정, 3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1970년대 호주에 정착한 한인들에게 한국어 미사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특별한 위로였습니다. 낯선 영어와 문화에 적응하고 고향과 가족을 떠나온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이민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모여 한국어로 기도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초기 교우인 유동준 하나니아 씨는 영어 미사를 드리던 시절 “한국말로 미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생각했다”며 모국어로 듣는 말씀이 마음속에 그대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성당은 이민자들의 생활 공동체이기도 했습니다. 일자리와 체류 문제,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한국어로 얻을 곳이 거의 없었던 시절, 교우들은 미사가 끝난 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보를 나눴습니다.
1974년 호주에 온 이성수 시몬 씨는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한국인을 만난다는 것 때문에 나온 사람도 있었다”며 “서로 얼굴을 보고 친분을 쌓고 의지하는 과정에서 신앙도 함께 자라났다”고 말했습니다.
한인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공동체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용하던 성당은 약 250석 규모에 불과했기 때문에 신자가 1천 명을 넘어서자 자리를 잡지 못한 교우들은 비가 오는 날 처마와 차고 밑에서, 무더운 여름에는 성전 밖에서 미사를 드려야 했습니다.
‘우리만의 성전을 갖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은 교우들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성전 건립 당시 부사목회장을 맡았던 신형배 벨라도 씨는 교우들이 1년 동안 자신이 낼 수 있는 금액을 약정하고 바자회와 기부 행사를 통해 건립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교우들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신 씨는 “어린아이도 벽돌 한 장을 보탠다는 마음으로 기부했다”며 성당이 은행에서 150만 달러를 빌려야 할 만큼 힘겨운 과정이었지만 모두가 힘을 모았다고 회상했습니다.

1996년 12월 22일, 첫 한국어 미사가 봉헌된 지 20년 만에 실버워터의 새 성전이 완공됐습니다. 신형배 벨라도 씨는 완성된 성전을 처음 마주한 순간에 대해 “정말 천국에 온 것 같았다”며 “우리의 자리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자체 성전을 세운 것은 단순히 건물 하나를 마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어로 미사를 드리고 새로 도착한 이민자를 맞이하며, 아이들이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공동의 터전을 만든 일이었습니다. 이민사회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공간도 마련됐습니다.
일곱 가정에서 출발한 공동체에는 이제 약 6천 명의 교우가 등록돼 있습니다. 과거에는 교우 대부분이 서로의 이름과 사정을 알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얼굴을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성장했습니다.
김윤재 안드레아 신부는 “시드니 대교구 한인성당의 50년은 한인들이 호주로 이주해 문화와 공동체를 정착시켜 온 시간”이라며 성당의 역사가 호주 한인 이민사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드니 한인성당 설립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에서 갓등 중창단 OB로 활동하는 신부님 중창단도 시드니를 찾았습니다. 공연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노래가 시작되자 성당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습니다. 관객들은 친숙한 노래를 함께 부르며 지난 50년을 일군 신부와 교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제 공동체의 역사는 호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년 세대 신자인 한혜림 크리스틴 씨는 성당을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집 같은 공간”이라고 표현하며, 한인성당 안에서는 한국 문화와 호주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세대가 달라도 서로를 돌보는 관계가 이어진다고 전했습니다.
초기 이민자들에게 성당은 한국어와 고향을 다시 만나는 공간이었고, 다음 세대에게는 한국과 호주, 두 문화를 함께 품고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됐습니다.
벽돌 한 장에 담긴 초기 이민자들의 정성은 성전이 됐고, 성전에서 시작된 만남은 한인사회를 지탱하는 공동체로 성장했습니다.
일곱 가정에서 약 6천 명의 공동체로, 벽돌 한 장에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품는 성전으로.
시드니 한인성당이 걸어온 50년은 낯선 땅에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며 삶의 터전을 일군 호주 한인사회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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