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없는 80분의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을 통해,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품에 잠시 머무는 손님일 뿐임을 깊은 여운으로 전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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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정 PD: 시네챗 SBS 온디맨드를 중심으로 다시 보면 좋을 영화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오늘도 독일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영화 프로듀서 권미희 리포터가 함께합니다. 오늘은 단 한마디의 언어나 대사 없이도 깊숙한 파동을 던지는 묵직한 애니메이션을 준비하셨다고요?
권미희 리포터: 네, 오늘은 미카엘 두독 드 비트(Michael Dudok de Wit) 감독의 2016년 애니메이션 <붉은 거북 The Red Turtle>입니다. 미카엘 두독 드 비트는 단편 <수도승과 물고기>, <아버지와 딸> 등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출신의 애니메이션 감독인데요, <붉은 거북>은 그의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으로 와이 낫 프로덕션과 와일드 번치를 포함한 여러 프랑스 영화사와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가 합작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이후 같은 해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 개봉했습니다.
유화정 PD: 네.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과 더불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명작인데요. 수작업 미학을 고집하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해외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겼다는 사실도 놀라운데요. 우선 서정적인 느낌이 짙은 영화로 보입니다. 붉은 거북에 얽힌 어떤 내용의 애니메이션인지 줄거리 먼저 들려주시죠.
권미희 리포터: 네, 영화는 폭풍 속 바다를 표류하는 한 남자를 쫓으며 시작합니다. 그는 한 무인도의 해변에서 깨어나는데요, 높은 곳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지만, 자신이 혼자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후 여러 환상 속에서 섬을 탈출할 마음을 먹고 뗏목을 만들어 섬을 떠나려 하지만, 번번이 바닷속 정체불명의 생물에게 뗏목이 파괴되어 실패하고 마는데요, 그 생물이 바로 거대한 붉은 거북이었습니다.
섬으로 돌아온 그는 허공에 소리를 치며 붉은 거북을 원망하고, 밤이 되어 거북이 해변으로 올라오자, 화가 난 그는 대나무 막대기로 거북의 머리를 내리치고는 뒤집어 버립니다. 다시 뗏목을 만들던 그는 죄책감을 느껴 거북에게 물을 가져다주고 몸을 다시 되돌리려 하지만 거북은 꼼짝 않고 죽게 됩니다.

유화정 PD: 표류 중 무인도에 도착한 남자와 그의 탈출을 방해해 다시 섬으로 돌아가게 만든 거북, 그리고 거북의 죽음까지, 앞으로 남자에게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가늠되지 않는데요? 거북과의 만남과 죽음, 신비롭기도 하고 불길하기도 하고요.
권미희 리포터: 네, 저도 거북이 죽었을 때 남자만큼이나 깜짝 놀랐는데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죽은 거북은 붉은 머리의 여자로 변해 있었습니다. 남자는 의식을 잃은 여자가 깨어나도록 옆에서 조심히 돌봐주고, 이윽고 정신이 든 여자는 바다로 들어가 거북 등껍질을 바다에 떠내려 보냅니다. 남자 역시 뗏목을 버리고 여자에게 사과를 하고 둘은 화해와 동시에 사랑에 빠집니다.
이렇게 부부가 된 두 사람에게 시간이 흘러 아들이 태어나는데요. 이렇게 세 사람은 가족이자 동반자로 함께 살아갑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아들은 청년이 되고, 아버지가 처음 무인도에 도착했을 때 즈음의 나이로 성장해 갑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성장과 나이듦의 과정 속에 섬에 찾아든 쓰나미, 각자의 소명 직시, 그리고 이별까지의 이야기들이 천천히, 그러나 세밀하게 묘사됩니다.

유화정 PD: 표류된 한 남자와 거북의 만남이 가족으로, 또 새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인생 전반을 걸친 서사로 이어지는군요. 신비로운 시작에서 인간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점이 단순하면서도, 그래서 오히려 더 철학적으로도 느껴집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쓰나미와 같이 극적인 사건을 마주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소소한 일들로 가득한 마치 현실의 우리의 삶과도 같은 모습이 상당히 서정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표현되었는데요, 영화는 대사 없는 이미지로만 모든 과정을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풍광의 묘사, 디테일함 가득한 생명체들의 움직임 등이 단순한 듯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무척 따뜻하게 표현된 애니메이션입니다.
유화정 PD: 네, 무인도에 난파된 남자와 붉은 거북을 통해 인간 삶 속 이정표들을 헤아리며 인생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서정적이고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붉은 거북 The Red Turtle>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비로소 채워지는 뭉클한 감동이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스크린이 선사하는 고요하고 웅장한 침묵에 귀를 기울이는 특별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권미희 리포터 고생하셨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또 흥미로운 영화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통해 씨네챗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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