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호주 전역에서 수천 명이 대규모 반이민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주택난, 생활비 상승, 고용 불안 등 여러 문제의 원인을 이민자 탓으로 돌렸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이 사실과 맞지 않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시위대가 줄이길 원하는 이민자들이야말로 호주의 경제, 노동시장, 그리고 미래를 지탱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칼도르 국제난민법센터의 제인 맥아담 교수는 “이민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이민과 주택난, 생활비 압박 간의 관계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고 일부 극우 세력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드니대학교의 글로벌 이주 전문가 안나 부처 부교수는 “호주는 이민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며, 호주 인구의 절반은 이민자이거나 부모 중 한 명이 이민자 출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처 교수는 국제 유학생 이민이 국내총생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민자들이 숙련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중요한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Matt Grudnoff from the Australia Institute says migration isn't driving the housing shortage, pointing to pre and post-pandemic migration levels. Source: SBS News
호주경제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맷 그루드노프는 “데이터가 명확하다”며 “주택난은 이민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인구는 16% 증가했지만, 주택 수는 19% 늘어나 인구보다 더 빠르게 공급됐다는 것입니다. 그루드노프 경제학자는 세제 혜택으로 인한 투자자 중심의 주택 정책과 사회주택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도계 커뮤니티 논란
한편, 자유당 자신타 프라이스 상원의원이 반이민 시위가 노동당의 이민 정책, 특히 인도계 이민자 유입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프라이스 의원은 이후 발언을 철회했지만 다시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파장이 이어졌습니다.
앤 알리 연방 다문화부 장관은 인도계 호주인들이 시위 이후 불안감을 호소했다며,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이 공포를 악화시키고 안전감을 무너뜨렸다고 전했습니다.
호주인도협의회의 샤일 와드와씨는 “인도계 호주인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또한 인도계가 호주의 두 번째로 큰 납세 집단으로, 평균적으로 더 젊고, 고학력이며, 소득도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통계가 보여주는 이민자의 역할
호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노동력의 26.3%가 이민자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숙련된 집단에 속합니다. 이민자의 약 60% 대학 학위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호주 출생자의 약 40%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보건·사회복지 분야에서 이민자들은 중요합니다. 간호사, 노인 돌봄, 장애인 돌봄 인력의 40% 이상이 해외 출생자입니다.

Migrants in Australia are particularly crucial in key industries such as hospitality, health care, manufacturing and professional services. Source: SBS News
전문가들은 이민이 경제에 기여할 뿐 아니라 호주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노동력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루드노프 경제학자는 “호주의 이민 시스템은 기술 중심이어서 부족한 분야의 숙련 인력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며, 이민자들이 없으면 필수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거나 훨씬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아담 교수는 “호주는 이민으로 만들어진 나라”라며, 이민을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해결책으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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