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호주 가구 5곳 중 1곳 에너지 요금 납부에 어려움… 특히 임차인과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
- 임대 주택은 단열재나 태양광 등 에너지 효율 시설이 부족해 난방비 부담이 커져
- 전문가들 “정부와 에너지 공급업체, 임대주택 에너지 기준 마련 등 긴급 대응에 나서야”
나혜인 PD: 에너지 요금이 인상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은 취약계층 아닙니까?
홍태경 PD: 호주에서는 특히 일부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냉난방을 꺼두는 경우가 많아 에너지 문제에 취약합니다.
최근 호주 에너지 소비자 협회(ECA)에서 발표한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가구 5가구 중 1가구가 에너지 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임대 주택의 "심각하게 부실한" 태양광 및 단열재로 인해 임차인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호주 가구 5곳 중 1곳이 에너지 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특히 눈에 띄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홍태경 PD: 이번 보고서는 호주 가정, 특히 저소득층과 세입자들이 에너지 문제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냈습니다. 소득이 연 5만 달러 미만인 가구의 경우, 절반 가까이가 에너지 비용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은 수입의 6% 이상을 에너지 요금으로 지출하고 있었는데요. 이는 얼마나 에너지 요금 감당에 힘들어하고 있는지 에너지 고충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입니다.
저소득층 가구는 전기 요금을 감당할 수 없거나 전력을 절약하기 위해 냉난방을 포기해야 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 재정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보고서 결과는 호주 에너지 규제 기관(Australian Energy Regulator)이 정한 기준 가격인 기본 시장 제안가(Default Market Offer)이 인상된 후 7월 1일 뉴사우스웨일스, 퀸즐랜드 남동부, 남호주에서 약 50만 가구의 전기 요금이 인상된 후 발표된 것입니다.
나혜인 PD: 이 보고서에는 또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요?
홍태경 PD: 이 보고서는 수천 명의 호주인들이 직면해 있는 심각한 재정 상황으로 인해 공과금 납부와 전기, 가스, 물 등 여러 유틸리티 서비스 사용에 있어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을 강조합니다.
에너지 문제에 직면한 가구의 비율을 살펴보면, 연소득 5만 달러 미만 가구가 에너지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고, 임차인의 54%와 주택담보대출자의 46%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또 연소득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사이의 가구는 임차인의 30%, 모기지 사용자 18%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연소득이 증가할수록 에너지 비용으로 고충을 겪는 가구의 비율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소득 15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 가구 중 에너지 문제에 직면한 가구는 임차인의 11%와 주택담보대출자의 6%에 불과했습니다.

The report found many of the hardest-hit households are not accessing or aware of government assistance programs aimed at helping to ease energy costs. Source: SBS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모기지 없는 자가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는 연소득이 5만 달러 미만이더라도 28%가 에너지 요금 지출을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임차인 가구의 54%보다 절반 가까이 적은 비율을 나타냈고, 연소득 15만 달러가 넘을 경우에는 4%만이 에너지 비용 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에너지 소비자 협회(ECA)의 홍보 및 전략 담당 리즈 스티븐스 매니저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조사 결과는 가계가 직면한 재정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소매업체와 정부의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시급한 조치가 없다면 많은 호주 국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 비용, 안전하지 않은 생활 환경, 열악한 건강 상태, 그리고 지속적인 재정적 스트레스에 계속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PD: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임차인들의 삶은 더 팍팍해진 것 같습니다. 소득이 적은 가정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특히 '세입자’들이 불균형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는 건가요?
홍태경 PD: 바로 주택의 에너지 효율성 때문입니다. ECA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임대 주택이 "텐트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단열재나 태양광 패널 같은 에너지 절약 시설이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태양광 패널과 단열재를 이용하는 가구의 비율을 보면, 자가 주택 소유자의 절반 가까이가 설치한 반면, 세입자는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임차인의 9%만이 태양광 발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41%, 완전 주택 소유자의 48%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은 모든 지표에서 에너지 부족에 취약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Renters are disproportionately more likely to be vulnerable to, or experiencing, energy hardship across all indicators of hardship. Source: SBS
결국 이는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임차인들의 생활비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택은 냉난방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죠.
나혜인 PD: 집주인 입장에선 어차피 세입자가 에너지 요금을 내니까, 에너지 효율 개선에 투자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거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임대인이 세입자를 위해 이러한 기능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재정적 보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는 개조 비용을 감당할 수 없거나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ACT와 빅토리아주는 임대 주택에 대해 시행 가능한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와 테러토리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스티븐스 매니저는 "호주의 모든 임대 부동산에 대해 전국적으로 일관된 최소 에너지 성능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다면 현재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없습니까?
홍태경 PD: 일부 주에서는 개혁이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19년에 모든 관할권에서는 2022년 말까지 세입자를 위한 에너지 효율 기준 체계를 수립하고 이후 몇 년 동안 시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일부 주에서는 임대 주택에 대한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주에서는 구체적인 규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보고서는 정부와 에너지 소매업체들이 긴급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많은 호주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 비용과 건강 문제, 그리고 지속적인 재정적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나혜인 PD: 정말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그렇다면 현재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구들이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홍태경 PD: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전기 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 두 가지 중요한 방법이 설명해 드리면 첫째, 에너지 공급업체에 즉시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공급업체는 법적으로 고객 어려움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현재 본인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에너지 요금 납부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납부 시기를 조절하거나 납부금 매칭 서비스 등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Canstar Blue research shows over two-thirds of Australians have been with the same provider for more than two years. Source: SBS
법적으로 공급업체는 더 나은 제안이 가능한 경우 고객에게 알려야 하기때문에 이러한 권리를 잘 알고 현명한 소비를 해야겠습니다.
나혜인 PD: 네, 급한 대로 일단 공급업체에 문의하고, 요금제 비교를 해보는 것이 좋겠군요. 홍태경 프로듀서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호주 에너지 문제에 대해 홍태경 프로듀서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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