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공급은 늘어도 집값은 왜 그대로일까? 아파트 건설과 가격의 불편한 진실

A composite image showing high rise apartments set against a bright orange background with illustrations of buildings and cranes

부동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있지만, 고층 빌딩을 짓는다고 해서 가격이 낮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Source: SBS, Getty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 이유를 그린스퀘어 사례와 전문가 분석을 통해 그 이유와 필요한 대안을 짚어 봅니다.


Key Points
  • 아파트 공급 급증했지만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 제기
  • 그린스퀘어 재개발 사례: 리조닝(Rezoning)이 오히려 땅값과 임대료를 높여 주거 부담 상승
  • 전문가들, 공급 확대만으로는 한계… 공공주택과 다양한 주거 형태 확충 필요
박성일 PD: 다양한 경제 이슈, 친절하게 풀어드리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주택 공급과 ‘주택 가격’의 상관관계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호주 각지에서 아파트 건설이 늘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는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주 피력합니다. 하지만, 과연 “더 많은 아파트 = 더 저렴한 집값”이라는 공식이 성립될까요? 최근 SBS News가 전한 분석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홍태경 프로듀서와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박성일 PD: 최근 발표된 자료를 보면 아파트 승인 건수가 상당히 늘었다고 하는데, 이 부분부터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홍태경 PD: 이번 주 발표된 수치에 따르면 아파트 건축 허가 건수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호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월에 5,430채의 아파트가 승인되었는데,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9층 이상 고층 블록의 건설도 허용되며, 고밀도 주택 공급이 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공급 증가 → 선택지 확대 → 집값 안정 또는 하락’이라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듯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공급 확대는 해법”이라는 기대를 품어왔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가 곧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Line graph showing change in the number of building approvals for apartments in total, and those with more than nine storeys
Apartment building approvals are on the rise, including for blocks of more than nine storeys. Source: SBS
박성일 PD: 그런데 이런 고층 아파트 단지 개발을 위해 지방 의회가 토지 용도 변경까지 추진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런 개발 방식이 실제로 집값 안정이나 하락을 가져오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죠?

홍태경 PD: 지난달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너 웨스트 의회 회의 참석자는 "광활한 토지를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와 투자자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주택 가격 상승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개발업자들의 목표는 ‘수익’이지 ‘서민의 주거 안정’이 아니기에, 이들이 공급한 아파트가 저렴한 가격과 임대를 보장할 가능성은 낮다는 거죠

박성일 PD: 그러니까, 단순히 용도를 바꾸는 과정 자체가 오히려 땅값을 올리고 주택 구매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까?

홍태경 PD: 토지의 용도 변경이 주택 구매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토지의 용도나 구역을 재조정하는 리조닝(rezoning)이 오히려 땅값을 밀어올린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시드니 시의회가 1990년대 과거 그린스퀘어(Green Square) 지역 재개발 당시를 보면, 산업용지에서 주거·복합용지로 토지 용도를 바꾸면서 땅값이 올라갔고, 결과적으로 집값과 임대료도 크게 뛰었습니다.

당국의 용도 변경이 토지 가치를 상승시키면서 결국, ‘주거 공급 확대’의 명분으로 리즈닝이 이뤄졌지만 토지 가치 자체가 오르면서, 오히려 집을 사거나 임대하려는 사람들의 부담은 줄지 않았던 겁니다. 2012년 당시 그린 스퀘어 저렴주택 프로그램 보고서는 이러한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저소득층 및 중산층 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주택 구매 및 민간 임대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A pedestrian walks along a road next to large high rises.
The Green Square urban renewal area in Sydney, in which the suburbs of Alexandria, Beaconsfield, Waterloo, Zetland and Rosebery were rezoned from industrial to mixed-use and 179 apartment blocks built, is one of the biggest urban renewal projects in Australia. Source: SBS
박성일 PD: 그린스퀘어 사례처럼 재개발이 진행되면, 해당 지역의 인구 구성이나 임대료도 많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데요 구체적인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홍태경 PD: 이 재개발의 목표 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처음 5년에서 10년 동안 그린 스퀘어와 알렉산드리아, 비콘스필드, 워털루, 제틀랜드, 로즈베리를 포함한 주변 교외 지역에서 고소득 직업과 고소득 인구 비율이 증가했습니다.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연소득 5만 달러 이상 가구의 비중은 1991년 15.1%에서 1996년 21.6%로 증가했습니다.

중간 임대료 또한 단 1년 만에 주당 25달러가 상승해, 1997년 6월 195달러에서 이듬해 6월 220달러로 올랐습니다. 반면, 광역 시드니 지역의 임대료는 200달러에서 210달러로 10달러만 상승했으며, 중간 임대료는 원래 5개 교외 지역보다 약간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낮았습니다.

박성일 PD: 그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시드니 시가 저렴한 주택을 할당하는 정책도 도입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홍태경 PD: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는 저소득층 및 중소득층 가구를 위한 지역 주택 공급자가 약 330채의 주택을 계속 소유하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개발업체는 주택 개발의 3%를 저렴한 주택으로 할당하거나 이를 위해 금전적 기여를 해야 합니다.

시드니 시 대변인은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에 254채의 저렴한 공공 주택이 건설되었으며, 500채가 추가로 승인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주택들은 자격을 갖춘 가구에 가구 소득의 약 30% 수준으로 임대됩니다.

저렴한 주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티 웨스트 하우징(City West Housing)은 일반적으로 총소득이 13만 8천 달러 미만인 가구로 자격을 제한하지만, 지역과의 연계성 등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박성일 PD: 그런데 전문가들은 여전히 “아파트를 더 짓는 것만으로는 주택구매력(affordability)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왜 이런 주장들이 나오는 걸까요?

홍태경 PD: 도시 계획 전문가인 리아 데이비스 강사는 “저소득층이나 중산층도 부담 가능한 주택을 위해서는 단순히 아파트를 더 짓는 것으로는 아무 효과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라 해도, 임대료나 매매가가 결코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Table showing increases to unit prices in Zetland and Greater Sydney in NSW, and Docklands and Greater Melbourne in Victoria.
Median unit prices grew more slowly in areas with large amounts of apartments such as Zetland, when compared to the broader Sydney area. The same happened in Docklands compared to greater Melbourne. Source: SBS
박성일 PD: 그렇다고 해서 공급 확대가 전혀 의미 없다는 이야기는 아닐 텐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률이 완만해지는 효과도 있었다고 하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공급 확대가 전혀 의미 없다”는 건 아닙니다. 같은 기간, 일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률이 전체 평균보다는 다소 낮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드니의 일부 구역에서는, 전체 평균의 상승폭보다 완만한 편이었다는 거죠. 또한, 도시 경제학자 테리 라운슬리 박사는 “아파트가 다양한 주거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중간 소득층이나 젊은 직장인 등에게는 어느 정도 안정적 거주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공급’은 일정한 완충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 혹은 가족 단위로 살기 좋은 주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혜택이 미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박성일 PD: 지금 공급되는 아파트 대부분이 1~2베드룸 위주라서 가족 단위가 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좀 더 설명해 주시죠.

홍태경 PD: 많은 고층 개발은 사실상 1~2베드룸 중심이며, 가족이 살기 좋은 3베드룸 이상의 단위는 드물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만약 오래된 단독주택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1~2베드룸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단독주택의 공급은 줄고, 결과적으로 ‘가족형 주택’의 희소성은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자녀를 둔 가정, 또는 장기 거주를 원하는 세대에게는 더 큰 불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A street view showing several terrace houses.
In gentrifying areas, terrace houses that used to be home to many young renters have been renovated, making them unaffordable. Source: AAP / Bianca De Marchi
박성일 PD: 결국 핵심은 ‘누구를 위한 주택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일 텐데요. 전문가들은 어떤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나요?

홍태경 PD: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단순한 아파트 공급 증가 외에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강조합니다.

  • 공공성이 포함된 ‘의도적’ 주택 정책: 단순 민간 개발이 아닌, 정부나 커뮤니티 주택 제공자 주도의 ‘저렴한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 고밀도 개발지에 전체 주택의 일부를 ‘서민‧중산층용’으로 남겨두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됩니다. 예를 들어, 과거 그린스퀘어 재개발 때, 지자체는 전체 개발물량의 일부를 커뮤니티주택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 가족을 위한 다양한 주택 형태 확보: 단순한 1~2베드 아파트뿐 아니라, 3베드 이상, 가족단위 거주 가능한 “중형 아파트” 혹은 타운하우스, 저층 밀도형 주택까지 포함한 주거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도시계획을 할 때 단순한 “단위 수 늘리기”보다는 “누구를 위한 집인가?”를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박성일 PD: 단순히 아파트를 더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사회주택(social housing)”과 “저소득층 및 중산층용 저렴 주택(affordable housing)”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또한, 재개발 과정에서 토지 가치 상승으로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를 바꾸는 정책 개입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박성일 PD: 네, 오늘 말씀처럼 “아파트를 많이 짓는 것만으로 집값이 싸진다”는 믿음은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공급 확대와 함께 공공주택 확충, 그리고 공급 구조와 도시계획 전반적인 재편이 병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까지 정리해봤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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