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금값 급등에 ‘금 보관 장소’ 바뀐다… 일부 호주 이민자들, 해외로 금 이전
- 도난 증가에 불안 확산… 금은 투자 넘어 ‘가족·문화 자산’으로 인식
- 세대별 인식 차… 1세대는 고국 보관, 젊은 세대는 분산·전략적 보관
유화정 PD: 다양한 경제 이슈, 친절하게 풀어드리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최근 호주는 금값 열풍에 휩싸였습니다. 금값 상승을 기대하면서 금값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 있는 반면, 기록적인 금값 상승에 금을 처분하려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호주만이 이야기가 아니죠.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금값 상승에 따른 움직임이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호주인들은 금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는데요, 어떤 이유인지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알아봅니다.
최근 금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매수자와 매도자를 바쁘게 하고 있다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환율 불안정 시기나 전쟁 그리고 물가 상승기마다 금 가격은 안전자산으로서 존재감을 강화해왔습니다. 인류가 변화무쌍한 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자산을 만들고 버려왔지만 금만큼은 한 번도 그 지위를 상실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금은 현재도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영원한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일부 호주인들에게는 금값 상승은 단순한 시장 거래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단지 시장 상황을 쫓아 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지킨다는 의미를 갖는 겁니다.
유화정 PD: 금이 소중한 것을 지키는 의미이다… 자산 가치 이상의 무언가 다른 접근 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홍태경 PD: 우선 호주에서 금 가격이 최근 강세를 보임에 따라 일부 사람들은 ‘투자’ 목적이라기보다는 보관 장소를 재고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멜번에 거주하는 인도계 호주인 27세 엑조트 카우르 씨는 자신의 결혼 예물을 인도에 있는 부모님 댁으로 보내기로 했는데요. 그 이유는 호주에 두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껴서’였다고 합니다. 지역 내에서 금괴 도난 사건이 퍼지고 금값이 오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불안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Melburnian Ekjot Kaur said sending her gold to her family in India isn't about distrusting Australia, but is about protecting a tangible connection to her heritage. Source: SBS
홍태경 PD: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는 주택 침입 절도에서 현금 다음으로 많이 도난당하는 품목이 보석류로 나타났고, 2024/25 회계연도에 도난 당한 것으로 신고된 보석류만 수천만 달러에 이릅니다.
멜번에서 보석 가게를 운영하는 인도계 호주인 하슈딥 싱 씨의 말에 따르면, 카우르 씨와 같이 ‘금 해외 보관’ 트렌드는 인도계 호주인 가족 사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관행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호주에서 구매한 보석을 인도 자국으로 보내 은행 금고나 자택에 보관하는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고 싱 씨는 말했습니다. "직장인 부모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을 비워두는 상황에서, 금을 집 안에 숨겨두는 것보다 인도에 있는 가족 금고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도에 있는 부모님께 보석을 맡기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Melbourne-based jeweller Harshudeep Singh said many of his customers continue the practice of storing their jewellery in bank lockers or family homes in India, even though they buy it in Australia. Source: Supplied
홍태경 PD: 황금은 인도 가정에서 항상 깊은 의미를 지녀 왔습니다. 결혼식 선물로 주고, 딸에게 상속하고, 어려운 시기를 대비한 안전망으로 보관해 왔습니다. 해외에서도 인도계 이민자들의 이러한 전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맥쿼리 경영대학원의 경제 인류학자 미나 차반 부교수는 인도계 호주인 가족에게 금은 단순한 금융 자산이 아니라 "안정, 유산, 그리고 소속감" 등 정서적이며 문화적인 유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화정 PD: 인도인들에게 금이 전통적 의미가 있다면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인만큼 금 소비량도 어마어마하겠군요?
홍태경 PD: 인도는 세계 최대 금 소비국 중 하나로 꾸준히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전 세계 금 수요의 약 25%를 차지합니다. 주로 인도 결혼식, 축제, 종교 의식에 금 장신구가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금에 대한 애정이 엄청납니다.
미나 차반 부교수는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금을 고향으로 보내는 것이 단순한 경제적 이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습니다. "금 장신구는 가족 관계와 문화적 연속성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반영하기 떄문에 단순히 재정적 안정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 즉 가족 관계뿐만 아니라 고국의 사회적 구조에 부를 고정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친족 관계에 대한 신뢰를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유화정 PD: 문화와 감정, 그리고 가족 간의 신뢰와 깊이 연결된 자산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빅토리아 주에서는 주택 절도 사건이 증가하면서 금 도난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고요?
홍태경 PD: 2024년 3월부터 2025년 사이 빅토리아주 가정에서 약 2,900만 달러 상당의 보석이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멜번 동부 중심부에 위치한 보룬다라로 330만 달러가 도난당했으며, 호손, 발윈 노스, 큐와 같은 인근 교외 지역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빅토리아 범죄 통계청(CSA)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6월까지 빅토리아주 주택 절도 사건은 3만545건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습니다.

Nearly $29 million worth of jewellery was reported stolen from Victorian properties in the year to June 2025, according to data from the Victorian Crime Statistics Agency. Source: SBS
유화정 PD: 금전적 손실보다 정신적 손실이 더 컸을 것 같네요. 범죄 증가가 단순한 통계를 넘어, 사람들의 일상적인 선택까지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투크랄 씨와 같은 사례들이 금을 어디에 보관해야 할지 재고하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모든 인도계 호주인 가정이 바다 건너 고국에 보석을 보관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닙니다.

Melburnian Simreet Thukral had gold and diamond jewellery worth $8,000 stolen from her former home in Noble Park in south-east Melbourne when she went on a trip to Adelaide. Source: Supplied
홍태경 PD: 시드니 거주자 사닐 씨는 인도로 금을 보내거나 보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38세인 그는 차라리 개인 금고에 투자하고 집 보안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착용할 수 없는 보석을 소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은 착용해야 하는 것이지, 숨겨두거나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유화정 PD: 흥미롭네요. 세대에 따라서, 혹은 삶의 방식에 따라서 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홍태경 PD: 미나 차반 부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사고방식은 단순히 보안 문제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감정적, 재정적 합리성이 뒤섞인 이민자 집단의 자산 관리의 다양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1세대 이민자들은 두 나라 모두에 자산을 보유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더 국제적으로 분산 투자하는 경향이 있으며, 부를 전통이라기보다는 전략으로 여긴다"라고 말했습니다.
Ekjot Kaur said sending her gold jewellery to her family in India is about protecting a tangible connection to her roots and cultural heritage. Source: Supplied
홍태경 PD: 인도는 제한된 수량의 금을 면세로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엄격한 보고 규정으로 인해 가족들은 대량 배송보다는 소규모의 신중한 이동을 선호합니다.
디킨 시민권 및 세계화 연구소의 산토시 자트라나 교수는 이민자 공동체 내에서 금 이전과 관련된 결정에 보관 비용이나 보험 비용 등과 관련한 정책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의 연간 보관함 임대료는 규모, 위치, 은행에 따라 약 1,500루피에서 12,000루피 사이로, 매년 대략 26달러에서 207달러에 해당합니다. 호주에 비하면 합리적인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Professor Santosh Jatrana (not pictured) from the Deakin Institute for Citizenship and Globalisation said factors such as the cost of storage and insurance can play a major role in the decision to transfer gold within migrant communities. Credit: Hindustan Times via Getty Images
유화정 PD: 한국 이민자나 한국계 호주인 커뮤니티에도 시사점이 상당히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문화에서도 결혼이나 명절 또 돌잔치 등 문화적으로 금 선물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고, 그렇기때문에 보유량이 많은 분들도 계실 텐데요. 금 보관 방식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셨을 것 같습니다.
홍태경 PD: 금은 금융자산이 아닌 실물자산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집에 보관하거나 현지 금고에 보관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고, ‘가족 네트워크가 있는 본국’이나 ‘문화적으로 신뢰할만한 장소’가 보관의 선택지로 떠오른다는 점, 정리해드렸습니다.
유화정 PD: 오늘 친절한 경제,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금과 관련한 얘기 나눠봤습니다. 금이라는 자산 하나에도 이민자의 삶과 정체성, 그리고 보관 전략까지 함께 담겨 있다는 것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흥미로운 소식 고맙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