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어머니를 기리며”…하루 100km 씩, 35일 달려 호주 횡단

WILLIAM GOODGE TRANS AUSTRALIA RUN

British ultra endurance runner William Goodge poses for photos on Bondi Beach after crossing the finish line at Bondi Beach in Sydney, Monday, May 19, 2025. Goodge set a new world record as the fastest person to run across Australia, running from Cottesloe Beach in Western Australia to Bondi Beach in Sydney.(AAP Image/Dean Lewins) NO ARCHIVING Source: AAP / DEAN LEWINS/AAPIMAGE

어머니를 기리며 퍼스에서 본다이 비치까지 3,800km를 35일간 달린 영국인 청년이 호주 횡단 신기록과 함께 암 연구 기금 모금에도 나서며 의미 있는 러닝 문화를 조명했습니다.


Key Points
  • 어머니 추모하며 35일 간 3800km 호주 횡단 신기록 수립한 영국 마라토너
  • 2022년, 평범한 전기공 출신의 호주 청년, 노숙인 기금 마련 위해 최초 호주 횡단
  • SNS가 만든 기적의 기부 문화…유튜브·인스타그램을 통한 공감과 지지
  • 호주의 기부 러닝 이벤트…City2Surf, Mother's Day Classic 등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운동, 바로 ‘달리기’인데요.
요즘 전 세계 곳곳에서 러닝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최근엔 건강을 위한 운동을 넘어, 달리기로 기부까지 이어지는 ‘기부 Run’ 문화가 확산되며 달리기가 하나의 사회적 실천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사회와 연결되고, 누군가를 위한 마음을 나누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호주 대륙을 달리기로 횡단한 영국 남성의 사연이 큰 감동을 주며 외신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보는 컬처인, 오늘은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홍태경 PD: 한국에도 ‘국토대장정’이란 말이 있죠. 호주를 가로지르는 ‘대륙 달리기’, 상상만으로도 압도되는데요. 호주 횡단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요? 이번 화제의 주인공은 누구이고, 어떤 사연인지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유화정 PD: 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서른 살의 영국인 윌리엄 굿지(William Goodge)입니다. 지난 4월, 서호주 퍼스의 코트슬로 비치에서 출발한 굿지는 5월 19일, 결승점인 동부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에 도착했습니다.

하루 100km씩 달려 35일 만에 장장 3,800km를 완주하는 호주 대륙 횡단 신기록을 세운겁니다. 마라톤 공식 거리가 42.195km니까 하루 평균 2.5번의 마라톤 거리를 달린셈이죠.

홍태경 PD: 와, 하루에 100km를 달리려면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하루종일 달려야 하는 거잖아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실제로 하루 10시간 이상 달려야 했습니다. 당연히 극한의 신체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뼈마디 통증과 아킬레스건 부상에 시달렸고 발톱도 여러 개 빠졌습니다. 또 몸의 통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자세로만 누워야 해서, 제대로 잠을 자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굿지는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힘들었다. 특히 처음 9일은 정말 힘들었다. 이제껏 해본 일 중에 가장 힘든 일이었을 것”이라며 “끝나지 않을 악몽 같았지만, 몸과 마음이 아무리 힘들어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홍태경 PD: 단순히 극한 도전이 아니라 이번 횡단에는 특별한 이유와 의미가 있었다고요?

유화정 PD: 이번 도전은 어머니 아만다를 추모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굿지는 2018년,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마라톤을 시작했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기리며 암 연구 기금 모금을 위해 이번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이번 호주 대륙 횡단을 통해 약 2만 달러 이상을 모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굿지는 이미 미국 횡단 기록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5000km를 55일 만에 완주해, 영국인으로서는 최고 기록을 세웠고요. 또 영국 48개 주를 돌며 마라톤을 완주한 경력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총 25만 달러 이상을 암 연구 및 지원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태경 PD: 호주 횡단 세계 신기록을 낸 영국인 윌리엄 굿지의 모든 도전과 기부의 원동력은, 결국 돌아가신 어머니였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굿지는 “힘든 순간마다 어머니가 어떻게 투병했는지, 저를 어떻게 지지해주었는지 떠올렸다”며, “마치 어머니가 항상 제 곁에 계신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굿지는 마지막 5km 구간에서 함께 달릴 주자들을 초대해 완주했고, 시드니 본다이 비치 결승선에서는 수많은 호주 시민들이 그의 도전과 완주를 함께 축하했습니다.

이 모든 여정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는데요. 굿지는 35일간의 대장정의 결승선에 들어선 뒤, 어머니를 추모하며 본다이 해변에 백합 꽃다발을 놓았습니다. 그의 곁에는 아버지가 함께 했습니다. 그장면은 생생히 카메라에 담겼고,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홍태경 PD: 그런데, 호주 대륙 횡단이라는 이 엄청난 도전이 굿지 한 명만의 이야기는 아니죠. 굿지보다 앞서, 이미 같은 코스를 완주한 호주 청년이 있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굿지보다 3년 앞선 2022년, 뉴사우웨일스 주 포브스 출신의 당시 23살 청년 네드 브록맨(Ned Brockmann)이 같은 코스를 완주했습니다. 브록맨은 퍼스와 본다이 비치를 잇는 약 3952km를 47일 만에 완주하면서, 호주인 최초로 이 코스를 달린 기록을 세웠는데요. 놀라운 점은, 마라톤 선수 경험자인 영국인 윌리엄 굿지와 달리 네드 브록맨은 평범한 전기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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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ckmann finishes his record run at Bondi Beach in Sydney. Credit: Gregg Porteous
홍태경 PD: 선수 경험자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도전이 가능했을까요?

유화정 PD: 브록맨은 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이던 2020년, 취미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해요. 그런데 달리면서 보게된 수많은 노숙인들에게 큰 충격을 받은 브록맨은 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그래서 ‘모빌라이즈’라는 호주의 노숙인 자선단체 기금 마련을 위한 호주 횡단의 대장정에 나서게 된 겁니다.

브록맨은 47일 동안 매일 평균 10시간씩, 평균 80km 이상 달리면서 무려 150만 호주달러, 당시 한화 약 13억 5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모금했는데요. 이는 애초 목표였던 100만 호주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였습니다.

홍태경 PD: 정말 어메이징하네요. 브록맨은 달리기 전 과정을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이끌어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그에게 지지와 격려 영상을 보낸 이들 명단에는 호주 내셔널 럭비리그(NRL)팀 파라마타 일스, 그리고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스타 이스라엘 아데산야 같은 유명 인사들도 포함돼 있었는데요.

브록맨은 대장정의 마지막 구간을 인스타그램에 “비가 오나 우박이 떨어지나 본다이에 반드시 도착할 것”이라며 "드디어 집으로 간다” 는 감격스러운 심정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 도착했을 때는 수천 명의 시민들과 언론사 취재진이 몰려들어 도전 성공을 축하하는 환영의 물결을 이뤘습니다.

홍태경 PD: 맞아요. 도전을 끝난 후 해양구조대 건물 난간에 올라가, 신발에 맥주를 따라 마시는 호주식 자축 퍼포먼스도 보여줬죠. 이렇게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시기, 다른 이유로 시작한 도전이지만, 도전의 전 과정을 SNS를 통해 생중계하면서 사람들과 감동을 나눴다는 공통점이 인상적입니다.

유화정 PD: 그렇죠. 영국 선수 윌리엄 굿지는 유트브로, 호주 청년 네드 브록맨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았고, 그 덕분에 더 많은 기부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호주 횡단이라는 이 대단한 도전은 단순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 사회를 향한 연대, 그리고 커뮤니티의 힘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달리기를 통해 기부금을 모으고, 사회적 이슈에 주목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것. 달리기가 일종의 공공 선(善)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적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CITY2SURF FUN RUN
Participants take part in the annual City2Surf fun run in Sydney. (file) Source: AAP / STEVEN SAPHORE/AAPIMAGE
홍태경 PD: 호주는 사실 기부를 러닝 이벤트가 아주 활발한 나라잖아요. 'City2Surf', 'Mother’s Day Classic', 'Bridge to Brisbane' 같은 대표적인 행사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간단하게 소개해 볼까요?

유화정 PD: 네, 먼저 'City2Surf'는 매년 8월 둘째 주 일요일, 호주의 겨울 시즌에 시드니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러닝 이벤트입니다. 시티 투 서프는 말 그대로 서핑을 할 수 있는 비치까지 달리는 코스 때문에 생긴 이름에 걸맞게 시드니 도심 하이드 파크를 출발해 본다이 비치까지, 총14Km가 조금 넘는 거리인데요. 코스 이름처럼 도시에서 출발해 서핑이 가능한 해변까지 달리게 됩니다.

개인 참가자부터 가족, 단체 참가자까지 매년 8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이고요. 건강 증진은 물론, 다양한 구호단체 후원금 모금을 위한 목적도 담고 있습니다. 외신에서는 이 행사를 '스스로를 달리는 선수라 여기는 사람들의 메카'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홍태경 PD: 시티투서프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다양한 코스튬을 차려 입은 참가자들, 그리고 여러 단체들의 응원전이죠. 이런 유쾌한 분위기 속에 달리는 즐거움도 참 특별합니다. 자, 이어서 ‘Mother’s Day Classic’은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 어머니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행사죠?

유화정 PD: 네, 시티투서프가 말 그대로 Fun run , 즐기는 달리기라면, ‘Mother’s Day Classic’은 보다 의미 있는 행사입니다. 여성과 가족을 위한 러닝 이벤트로, 유방암과 난소암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호주 전역에서 동시에 열리는 대규모 러닝 & 워킹 행사인데요. 특히 가족 단위 참여가 많고, 핑크색 옷을 입고 달리거나 걷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 밖에 'Bridge to Brisbane', 멜번 마라톤과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이벤트들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고요. 또 ‘Do It For Cancer’처럼 내가 원하는 날짜와 거리로, 혼자서도 참가할 수 있는 캠페인도 있습니다. 캔서 카운슬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기부와 달리기를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게 돕는 자유로운 참여형 기부 러닝 캠페인입니다.

홍태경 PD: 특별한 이벤트 형식은 아니지만, 매주 토요일 아침, 동네 공원에서 그룹을 이뤄 달리는 ‘파크런’도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죠? 호주에 사는 한인 동포 여러분도 많이 참여하시던데요.

유화정 PD: 파크런(Parkrun)은 매주 토요일 아침 7시 혹은 8시, 5Km정도의 코스를 함께 걷거나 달리는 커뮤니티 행사입니다. 누구나, 언제든,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러닝 이벤트예요. 아이들부터 유모차를 밀며 달리는 엄마 아빠, 반려견과 함께 걷는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함께하는 이웃들의 건강한 아침 풍경이죠. 신체 건강은 물론, 마음의 활력까지 전해주는 시간이 됩니다.

참고로, 파크런은 호주뿐 아니라 한국, 영국, 일본, 남아공 등 20개국 이상에서 운영 중인데요. 한국에서도 서울, 대전, 광주,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홍태경 PD: 몸도 건강하게, 마음도 따뜻하게.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하루 10분, 1km라도 가볍게 달려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컬처인 오늘은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연대와 응원, 나눔의 문화를 함께 나눠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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