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호주의 이혼율, 1,000명당 2.1건… 사상 최저치
- 이혼율 감소의 배경, 결혼 감소와 동거의 보편화
- 높은 생활비와 집값 등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 포기’ 또는 ‘별거’ 선택도 증가
2024년 기준, 호주에서는 16세 이상 인구 가운데 이혼을 하는 건수가 1,000명당 2.1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수치를 한국에서는 '조이혼율'이라고 부르는데요.
2.1건이라는 숫자, 1975년 호주에 ‘무과실 이혼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칩니다.
예전에는 이혼을 하려면 반드시 누군가의 잘못이 있어야 했죠.
간통, 음주, 가정폭력 같은 이유를 법적으로 증명해야만 이혼이 가능했고, 이혼은 ‘범죄 통계’에 포함될 정도로 사회적 낙인이 컸습니다.
하지만 ‘무과실 이혼’ 제도가 생기면서, 누구의 잘못도 따지지 않고 부부가 합의만 하면 이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이후, 이혼 사유 1순위로 흔히 등장하는 '성격 차이'라는 말도 익숙해졌고요.
호주의 조이혼율은 1,000명당 2.1건, 한국과 OECD 평균인 1.8건보다는 조금 높은 수치지만, 호주 역사상 가장 낮다는 점은 눈에 띕니다.
낮은 이혼율은 행복한 결혼 생활?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은 결혼 생활을 예전보다 더 잘하고 있는 걸까요?
꼭 그렇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우선, 결혼 전 동거가 일반화되면서 서로의 생활 방식이나 갈등을 미리 경험하고, ‘테스트’를 거친 후 결혼을 선택하는 커플이 많아졌습니다.
또 하나,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결혼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건데요.
1971년에는 인구 1,000명당 결혼이 13건이었지만,
2024년에는 5.5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이혼
이혼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혼에 드는 기본적인 비용이 최소 1만 달러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법률 상담, 서류 처리, 이혼 후 주거와 자녀 양육 문제까지…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심지어 집값 상승이 이혼을 막는 원인이라는 연구도 있는데요.
주거비 부담과 경제적 불안 때문에 한 집에서 별거 상태로 지내는 가족도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혼 대신의 선택?
이혼 가정 중 약 47%가 자녀를 함께 양육하고 있는데요,
부모들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버드네스팅’입니다.
아이들은 원래 살던 집에 그대로 있고,부모가 돌아가며 집에 들어와 돌보는 방식이죠.
이처럼 아이 중심의 이혼 방식은 관계가 원만하게 정리될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아이를 둔 이혼의 70%는 부모 간의 협의를 통해 진행된다고 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트렌드는 ‘따로 살지만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소위 ‘LAT(Living Apart Together)’ 커플의 증가입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이혼 부모 사이에서 흔한데요,
새로운 파트너를 바로 집에 들이기 부담스러울 때,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면서 연애를 이어가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혼율이 낮아졌다는 수치만 보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현실과 가치관의 변화, 사회 구조의 전환이 담겨 있는 거죠.
다만, 이제는 결혼, 출산, 그리고 이혼 역시 삶의 선택지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족의 형태가 어떻든 그 안에서 안정과 존중, 그리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거겠죠.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전체 프로그램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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