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는 대학을 졸업해야만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기기사, 배관공, 목수 등 숙련 기술직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일부 분야에서는 대학 졸업자 못지않은 소득을 올리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Key Points
- 핵심 견습 프로그램(Key Apprenticeship Program): 10개월 동안 2만 5천 명 이상 견습 과정 시작
- 잡스 앤 스킬스 오스트레일리아(JSA): 엔지니어링, 광업, 기술직 분야 등 일부 직업교육 자격 과정 졸업 후 중위소득 10만 달러 넘어
- 호주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학력 자체보다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역량
"좋은 대학에 가야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당연하게 여겨왔던 이 공식이 호주 노동시장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기기사와 배관공, 목수 등 숙련 기술직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직종의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광산업 호황기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기술직 수요는 최근 주택 건설 확대와 대규모 인프라 사업, 재생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사무직 분야에서는 채용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전문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으며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교육과 진로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술직 인력난에 나선 정부
호주 정부는 현재 주택 건설과 인프라 사업에 필요한 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업교육과 견습생 양성 확대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핵심 견습 프로그램(Key Apprenticeship Program)을 통해 지난 10개월 동안 2만 5천 명 이상이 견습 과정을 시작했습니다.이 가운데 목수 견습 과정 등록자가 9,384명으로 가장 많았고, 배관공 5,330명, 전기기사 4,832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인력 부족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잡스 앤 스킬스 오스트레일리아(JSA)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전기기사와 배관공, 목수, 벽돌공 등 건설 관련 18개 기술직 전 분야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장기간의 직업훈련과 견습 과정을 필요로 하는 숙련 기술직에서 인력난이 두드러졌습니다.
클레어 오닐 연방 주택부 장관은 "더 많은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술 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기술직 종사자들에게 1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인력 양성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학이냐 기술직이냐"가 아니라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느냐"
이런 가운데 호주 사회에서는 대학 학위가 더 높은 소득으로 이어진다는 기존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앤드루 자일스 기술훈련부 장관은 "오랫동안 많은 호주인들은 기술직을 차선책으로 여겨왔다"면서 "이는 현재 호주 노동시장의 현실과 맞지 않는 인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학 진학과 직업교육 사이에 위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두 경로는 동등한 진로"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의사와 변호사, 고위 기업 임원 등 많은 고소득 전문직은 대학 학위를 요구합니다.
호주통계청(ABS)에 따르면 전문·과학·기술 서비스 종사자의 평균 주급은 약 2,376달러, 금융·보험 서비스 종사자는 약 2,339달러로 건설업 평균 주급 1,958달러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중요한 것은 직업의 이름보다 기술의 희소성이라고 설명합니다.
특정 기술을 가진 인력이 부족할수록 그 기술을 보유한 사람의 임금은 상승하게 되며, 이는 대학 학위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잡스 앤 스킬스 오스트레일리아(JSA) 자료에 따르면 엔지니어링과 광업, 기술직 분야의 일부 직업교육 자격 과정은 졸업 후 중위소득이 10만 달러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I 시대에도 기술직은 강세
전문가들은 앞으로 노동시장의 또 다른 변수로 인공지능(AI)을 꼽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행정 업무와 자료 분석, 콘텐츠 작성 등은 AI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전기기사와 배관공, 건설 기술자처럼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술직은 상대적으로 대체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전기 설비를 설치하고, 오래된 건물의 배관 문제를 진단하며, 건설 현장을 관리하는 업무는 여전히 현장 경험과 물리적 작업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술직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 확대와 함께 기술이민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스터빌더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셰인 개릿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인력 양성만으로는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숙련 기술 이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앤드루 자일스 장관도 정부가 건설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이민자 유치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건설 관련 기술을 가진 인력에게 기록적인 수준의 비자가 발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호주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학력 자체보다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역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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