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집값 부담에 ‘엄마 아빠의 집’으로…다세대 동거 증가
- 2030세대 68% 찬성 vs 65세 이상 39%…세대 간 인식 차
- 전문가 “임시 해법일 뿐…주택 문제 근본 해결은 아니다”
박성일 PD: 이어서 생활 속 경제 이슈를 친절하고 쉽게 풀어드리는 시간, 친절한 경제로 이어갑니다. 요즘 호주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있습니다. 바로 부모와 자녀, 때로는 조부모까지 함께 사는 ‘다세대 동거’, 이른바 ‘엄마 아빠 집(House of Mum and Dad)’입니다.
집값과 생활비 부담이 계속 커지면서, 부모와 동거를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다세대 동거 현상이 왜 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의미와 한계를 짚어보겠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홍태경 PD: 네, 안녕하세요.
박성일 PD: 오늘은 이른바 ‘엄마 아빠 집(house of mum and dad)’, 즉 부모와 함께 사는 다세대 동거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형태는 있었지만, 요즘 다시 늘고 있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왜 그런 건가요?
홍태경 PD: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주거비 부담입니다. 집값과 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특히 젊은 세대가 독립해서 집을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 함께 살면서 비용을 나누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저희 SBS News에 실제 사례도 소개가 됐죠?
홍태경 PD: 네, 시드니에 사는 30대 부부 사례가 소개됐는데요. 36세의 모기지 브로커인 다니엘 카민스키 씨와 그의 아내 모니카는 2023년 결혼하기 몇 년 전 시드니에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모기지 대출금을 조금씩 갚아나갈 때만해도 모든 것이 괜찮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곧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부부는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때 할머니가 “같이 살자”고 제안하면서 세대가 함께 사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박성일 PD: 부모님이 아닌 할머님이 합가를 제안하신거군요. 단순히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도움이 됐을 수 있을 것 같네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낳고 최소 12개월 동안은 함께 살면서 저축을 하고, 부부의 집은 세놓고,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돌아가자고 생각했던 단기적인 해결책이 이제 생각해보면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방법이었다고 다니엘 씨는 회상했다.
덕분에 예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게 됐고, 생활비도 줄일 수 있으면서 또한 집을 팔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하는데요, 육아를 나눌 수 있고, 가족 간 지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박성일 PD: 듣기에는 굉장히 현실적인 대안처럼 보이는데요.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나요?
홍태경 PD: 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절반 이상이 다세대 동거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 서비스 회사 AMP의 설문 조사에 참여한 호주인 2,000명 중 55%가 다세대 거주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는데요, 여기서 다세대 거주란 부모와 성인 자녀, 그리고 때로는 조부모나 다른 친척들이 함께 살면서 집을 공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다세대 거주 증가 추세는 특히 치솟는 집값과 높은 금리 속에서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호주인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대 간의 생각도 많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대에서 30대 젊은 층에서는 약 68%가 찬성하는 반면, 65세 이상에서는 39%만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 세대 간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여성과 독신자는 다세대 거주 형태를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성의 58%, 독신자의 61%가 이러한 형태를 지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외벌이 가구가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합니다.
박성일 PD: 그렇군요. 그런데 오히려 세대 간에는 다세대 거주 형태를 선호하는 인식차가 굉장히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홍태경 PD: 그 배경에는 ‘자산 격차’가 있습니다. 기성세대,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오랜 기간 집값 상승의 혜택을 받았지만, 젊은 세대는 훨씬 높은 가격과 대출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AMP 연구에 따르면 20~39세 호주인의 38%가 부동산 시장 진입을 위해 상속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층은 ‘독립’보다는 ‘공존’을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엄마 아빠 은행’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엄마 아빠 집’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게 되는 거네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금을 지원해주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아예 함께 사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특히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해 세대 간 부의 이전이 늦어지는 것도 한 가지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상속 시점이 늦어지면서, 젊은 세대가 50대나 60대가 돼서야 자산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상속 재산은 30대나 40대처럼 자녀가 어리고 주거비 부담에 허덕일 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다세대 동거라는 형태로 이러한 상속 시기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일종의 대안이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성일 PD: 그렇다면 이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홍태경 PD: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세대 동거는 단기적으로는 생활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주택 문제, 즉 주택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주택 시장 전문가인 엘리자 오웬 이사는 "우리가 직면한 핵심 문제는 주택 가격과 최근에는 임대료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특히 저소득층이나 독신자들이 뒤처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성일 PD: 결국 집값 문제가 핵심이라는 거군요. 주택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 모두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할텐데요.
홍태경 PD: 네, 그렇습니다. 지금은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 속도가 임금 상승을 크게 앞지르고 있기 때문에, 특히 저소득층이나 1인 가구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웬 이사는 "신규 주택 공급은 매우 필요하지만, 수요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예를 들어 모든 수요가 소수의 부유층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장기적인 해결책에는 도시 계획 개혁도 포함되어야 하며, 고밀도 주택 건설에만 집중하지 말고 단독 주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시 외곽 지역을 확장하는 것과 같은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누구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 수도 있고, 셰어하우스에 살 수도 있고, 자가 주택을 소유할 수도 있는데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도록 자율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오웬 이사는 설명하는데요,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다세대 동거는 ‘선택’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성일 PD: 그럼 장기적인 해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홍태경 PD: 주택 공급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단순히 아파트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주거, 예를 들어 단독주택, 외곽 지역 개발 등 선택지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투자 수요가 일부에 집중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조정도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박성일 PD: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에서도 사회적으로는 변화가 이미 시작된 느낌입니다. 호주에서는 18세가 되면 부모집에서 독립하는 문화가 주를 이뤄왔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부모와 성인 자녀 간의 다세대 동거는 이미 흔한 주거 형태였기도 하고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사실 다세대 동거는 전 세계적으로 흔한 형태였고, 호주에서도 점점 ‘정상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18세가 넘은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다소 이상해보이는 사회적 낙인이 있었다면, 이제는 호주에서도 점점 당연시하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
인구통계학자 마크 맥크린들 박사는 "지금은 20세에서 24세 청년 3명 중 1명꼴로, 심지어 직장에 다니고 있어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는 청년들조차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성일 PD: 또한 생활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있고, 또 자녀들의 교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독립 시점 자체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도 있고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연애를 훨씬 늦게 합니다. 20대가 아닌 30대에 가정을 꾸리고, 소득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학교 교육을 더 오래 받고 있죠. 이러한 모든 삶의 방식 속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겁니다.
박성일 PD: 하지만 함께 살면 갈등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홍태경 PD: 그 부분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전문가들은 다세대 동거가 성공하려면 역할 분담과 재정 계획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누가 비용을 얼마나 부담하는지, 집안 역할은 어떻게 나누는지 등을 사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50~60대는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가 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자녀 양육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부모님까지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서적 스트레스일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생활비를 부담해야하는 재정적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박성일 PD: 결국 다세대 동거는 생활비 절감과 가족 지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주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함께 사는 것이 해법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점,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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