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어 기사나 해외 콘텐츠를 보다 보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 있습니다.
‘라면’, ‘빙수’, ‘찜질방’ ‘아줌마’, 그리고 ‘선배’.
이제 이 단어들은 설명 없이도 통하는 영어가 됐습니다.
최근 옥스퍼드영어사전에 한국 문화에서 온 단어 8개가 새롭게 추가됐기 때문인데요.
단어 하나가 사전에 오른다는 건, 그 문화가 세계의 언어 안에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기도 하죠.
한 번 등재되면 영원히 남는다는 옥스퍼드 사전, 오늘 컬처인에서는, 영어가 된 K-단어들이 말해주는 문화의 힘을 살펴봅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합니다.
옥스퍼드대가 2026년 업데이트를 통해 ‘아줌마’, ‘라면’, ‘빙수’ 등 8개 단어를 추가로 등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한국인에게 익숙한 일상어가 이제 전 세계인의 ‘공용어’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단어가 사전에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유행어가 된 것이 아니라, 언어로서 기록된다는 의미인데요. 언어와 문화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일부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어가 더 이상 특정 문화권에만 머무는 언어가 아니라, 이제는 전 세계 영어 사용자들이 함께 쓰는 언어가 되고 있다는 뜻이죠.
단순한 단어 추가가 아니라, 한국 문화가 영어의 일부로 편입됐다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옥스퍼드영어사전, 흔히 OED라고 부르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하는 사전으로, 영어권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사전으로 꼽힙니다. 말 그대로 영어 어휘의 기준점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맞습니다. 단어 뜻만 정리해 놓은 사전이 아니라, 그 단어가 언제 등장했고, 어떤 맥락에서 쓰이기 시작했는지까지 기록하는 사전이죠. 그래서 언어학자뿐 아니라 문학 연구자들에게도 가장 신뢰하는 사전이자 필수 참고서로 불립니다.
역사도 상당하죠. 옥스퍼드영어사전의 편찬은 19세기 후반에 수 백 명의 언어 학자들이 모여 시작됐고, 1884년에 첫 결과물이 공개됐다고요?
기록에 따르면 70년에 걸쳐 방대한 편찬 작업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현재는 종이 사전이 아니라 온라인 사전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3개월마다 시대 변화와 실제 사용 사례를 반영해 새로운 단어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OED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요즘 유행해요” 수준을 넘어서 영어 사용자들이 실제로 쓰고, 그 쓰임이 충분히 쌓였다는 뜻이군요.
네. 한 번 등재되면, 그 단어는 영어 안에서 하나의 ‘기록된 문화’가 됩니다. 그래서 한국어에서 온 단어들이 이 사전에 오른다는 건, 한국 문화가 세계 언어의 역사 속에 자리 잡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단어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는 신문, 소설, 잡지, SNS 등에서 충분한 사용 빈도와 문헌 기록이 필요하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실제 사용 기록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봅니다.
신문이나 소설, 잡지 같은 문헌은 물론이고, 요즘은 SNS까지 포함해서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쓰였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있는지를 확인하죠.
신문, 소설, 잡지, SNS 등에서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어야 하고 의미가 명확하게 공유돼야 등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수십 수백 명의 사전 편찬가와 언어학자들이 단어 하나를 수년간 사용 사례를 추적합니다. 그 과정을 통과한 표현만이 사전에 오를 수 있고요.
그리고 한 번 사전에 등재되면, 그 단어는 영어 안에서 하나의 기록으로 남습니다.
따라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단어가 오른다는 건, 그 표현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영어 사용의 역사 속에 편입 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와 올해의 등재 단어 분위기도 조금 달라 보이는데요.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 달고나’ 처럼, K-드라마나 K-팝 같은 콘텐츠를 타고 영어권에 먼저 스며든 단어들이었다면, 올해는 결이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데요.
네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2026년 1월 업데이트에서 새로 등재된 단어는 ‘빙수(bingsu)’, ‘찜질방(jjimjilbang)’, ‘아줌마(ajumma)’, ‘선배(sunbae)’, ‘라면(ramyeon)’, ‘해녀(haenyeo)’, ‘코리안 바비큐(Korean barbecue)’, ‘오피스텔(officetel)’, 이렇게 모두 8개입니다.
이전과 가장 다른 점은, 이번 등재된 단어들이K-팝이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넘어 한국의 생활문화와 관계, 공간을 담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번엔 진짜 한국에서 살아본 사람만 알 법한 단어들이죠.
그러니까 이번 업데이트는, 한국어가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영어권 일상 속 ‘생활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아줌마’는 단순히 중년 여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K-드라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한국 사회의 관계와 정서를 함께 담은 표현으로 설명되고 있고요.
‘찜질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사우나가 아니라, 온탕과 냉탕, 전통 가마와 휴식 공간까지 결합된 한국 특유의 목욕 문화이자 생활 공간으로 정의 됐습니다.
영어로 풀어 쓰면 설명은 가능하지만, 옥스퍼드 사전은 번역 대신 단어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달려라 방탄’과 같은 BTS의 예능 콘텐츠나 K-드라마를 통해 찜질방 장면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K스파 체험 등이 인기를 끌었고 그 과정에서 언급이 크게 늘어 난 것으로 보입니다.
‘선배’란 단어도 눈에 띄는데요. 영어의 ‘senior’랑은 좀 다르잖아요?
맞습니다. 그 차이를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비교적 정확하게 짚고 있는데요.
‘선배’는 단순히 나이가 많거나 먼저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 경험과 위계를 전제로 한 관계적 호칭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 사회의 관계 중심 문화가 그대로 담긴 단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영어에는 이 의미를 정확히 옮길 단어가 사실상 없습니다.
특히 K-팝 문맥에서는 선배를 “경험이 더 많은 가수나 그룹을 가리키는 말이자, 존경의 의미를 담은 호칭이라고 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K-팝 가수들이 먼저 데뷔한 연예인을 자연스럽게 ‘선배’라고 부르는 문화가 아이돌 인터뷰나 팬 문화 속에서도 그대로 확산된 거군요.
‘라면’이나 ‘빙수’도 흥미로워요. 이미 영어에 ramen, shaved ice 같은 말이 있는데도 굳이 올렸다는 건, 그만큼 다르다는 뜻이겠죠?
그렇습니다. 옥스퍼드 사전은 ‘라면(ramyeon)’을 일본의 ‘라멘(ramen)’과 구분해서 한국식 인스턴트 라면 문화로 정의 했는데요.
해외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K라면, 실제로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15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습니다. 이는 해외에서 한국 라면이 독자적인 요리로 인식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빙수(bingsu)’ 역시 단순한 얼음 디저트가 아니라 과일, 떡, 팥 등 다양한 토핑을 얹어 함께 나눠 먹는 한국식 디저트 문화로 정의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빙수 먹는 장면이 나오죠! 또한 K 푸드의 인기가 늘며 한국의 빙수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며 언급이 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영어로 번역하기보다, 단어 자체를 쓰는 게 더 정확한 단계가 된 거죠. 오피스텔(officetel)은 주거와 업무 기능이 결합된 한국형 공간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2026년 업데이트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한국인의 일상과 관계, 공간, 사회적 역할까지 영어권에 소개되는 수준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줍니다.
확실히 생활문화와 사회 구조를 담은 단어가 추가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에 제주의 고유한 문화유산인 ‘해녀’(haenyeo)’도 새롭게 등재됐는데요. 이건 어떤 점이 결정적 등재 배경이 됐나요?
'제주 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는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올해로 등재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산소 마스크 없이 맨몸으로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독특한 생태적, 문화적 특징이 제주 해녀 문화의 세계적 가치로 인정 받은 것인데요.
사실 ‘해녀’는 몇 년 전부터 등재 후보로 검토되긴 했지만, 영어권에서 참고할 만한 연구나 자료, 언급량이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요.
전환점이 된 건 최근입니다. 제주 해녀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으로 해녀 문화에 대한 영어권 언급과 인지도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등재의 결정적 이유가 됐습니다.
즉, 해녀의 등재는 단순히 단어 하나가 추가된 게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생활문화가 글로벌 언어 안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사례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렇게 보면, 옥스퍼드 사전이 일종의 문화 기록 보관소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네. 중요한 건,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 번 오른 단어는 삭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금 당장은 유행처럼 보일 수 있어도, 이 단어들은 앞으로도 영어라는 글로벌 언어 안에 한국의 흔적으로 영구히 남게 되는 것이죠.
‘옥스퍼드 사전에 한국 관련 단어가 등장한 것은 1933년으로 처음 Korean 이라는 단어가 언급됐고, 1976년에 김치(kimchi)와 한글(hangul)이라는 단어가 실렸습니다.
이후 태권도(taekwondo), 비빔밥(bibimbap), K-팝(K-pop) 등이 차례로 올랐습니다.
사실 이런 흐름, 2021년에는 한 번 크게 화제가 됐었죠. 무려 20여개 단어가 한꺼번에 등재되지 않았습니까?
네 총 26개가 됩니다. 아 그렇군요. 네 대박 먹방 치맥 삼겹살 오빠 누나 등 이 26개 단어가 한꺼번에 오르는 이변을 낳았는데요.
당시 가디언 BBC, CNN까지 한국 문화가 영어 어휘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군요. 네 특히 옥스포드 영어사전 출판부가 남긴 표현이 아주 인상적인데요.
한국이 만든 파도가 영어의 바다 위에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잔물결’이라고 했지만, 사실 꽤 큰 물결 아닐까요? K-팝, K-드라마, K-푸드까지 전부 연결돼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옥스퍼드 사전에는 K-pop, K-drama, hallyu, Korean wave까지 공식 표제어로 올라 있습니다. ‘K-’ 자체가 하나의 접두어, 즉 문화 장르를 만드는 언어 장치가 된 셈이죠.
단어 하나가 사전에 오른다는 건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국 문화가 영어권 언어 속에 영구히 자리 잡았다는 의미입니다.
한류가 오래 가려면,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뿐 아니라 그 문화를 설명하고 기록하는 언어도 함께 가야 한다는 점, 오늘 옥스퍼드 사전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이거인 것 같습니다. 한국 문화가 이제는 번역돼서 소비되는 단계를 넘어, 번역 없이 그대로 쓰이는 언어가 됐다는 것.
사전에 오른 단어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말들이 남아 있는 한, 한국 문화도 영어의 역사 안에 함께 남을 겁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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