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김부장 이야기'...중년 콘텐츠가 던지는 '인생 리셋'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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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ream Life of Mr. Kim / JTBC Official Website

2030 중심의 화려한 서사에서 벗어나, 사회적 위기와 정서적 고립을 겪는 4050 중년 남성의 리얼리즘이 K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Key Points
  • 중년 남성 콘텐츠의 부상과 세대 서사의 이동
  • 불안·허무·위기를 통해 드러나는 중년의 현실 공감 형성
  • '김부장 이야기'와 '어쩔수가없다'가 보여주는 사회적 초상

K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20~30대 젊은 세대 중심의 사랑과 도전, 성공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40~50대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나이 든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직장과 가정, 사회에서 겪는 불안과 허무, 삶의 위기까지 사실적으로 담아냅니다.

지난해 말 인기리에 방영된 JTBC 주말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25년 차 부장 김낙수의 삶을 중심으로, 성공한 듯 보이는 삶 뒤에 숨은 허무와 불안을 세밀하게 그리며 공감을 얻었습니다.

시청률 8%대를 기록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2026년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 후보로 주목받으며 현재 호주에서 개봉 중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25년간 한 업체에서 근무한 제지 전문가 만수가 하루아침에 해고되며 시작됩니다.

Film Review - No Other Choice
This image released by Neon shows Lee Byung-hun in a scene from "No Other Choice." (Neon via AP) Credit: AP

경쟁자들 역시 밀려난 중년 남성이라는 점에서 현실 사회 문제를 반영하며,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 순간 맞닥뜨린 위기 속에서 느끼는 중년의 불안과 허무가 드라마 '김 부장 이야기'와 맞닿습니다.

이처럼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는 단순한 소재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세대 갈등, 삶의 재정립까지 보여주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 합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컬처인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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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케이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앞서 사랑의 불시착 혹은 이태원 클라스 같은 작품의 경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굉장히 폭넓은 공감을 얻어왔는데요. 그동안 K-콘텐츠 시장이 20대와 30대 중심으로 사랑과 도전 또 성공의 이야기가 주를 이뤄왔다면 최근 들어서는 40대와 50대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나이 든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위기와 세대 갈등, 또 삶의 불안과 허무까지 담아내고 있는데요. 왜 지금 중년 콘텐츠가 관심을 얻는 것일까요?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최근 K-콘텐츠 흐름이 조금 달라진 모습을 느낄 수 있는데요. 앞서 이야기한 대로 기존에는 20대와 30대 주인공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40대 50대 중년 남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김 부장 이야기가 화제가 됐는데요. 이 같은 변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그동안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중년 남성이 크게 부각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20~30대 꽃미남 주인공 중심이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최근 작품들은 현실적이고 공감 가능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있을 법한 왠지 익숙한 중년 남성의 삶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언급하신 김부장 이야기는 지난해 하반기 JT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주말 드라마로 송희구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드라마로 가져온 것인데요. 흔히 김부장 이야기로 통하는 이 드라마의 공식 제목 '서울 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입니다. 송희구 작가는 과거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글로 쓰게 됐다고 했는데요. 드라마는 실제 많은 직장인들의 깊은 공감을 얻으면서 시청률 8%대를 올리기도 했고요.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크게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서울에 집이 있고 대기업에 다니고 부장이라는 타이틀만 보면 꽤 탄탄한,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는데요.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는 거죠.

대기업 통신사 ACT 회사 부장, 입사 25년 차인 주인공 김낙수 부장은 스스로도 꽤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진정한 자신은 찾지 못한 채 회사와 가족 양쪽 모두에게서 외면당할 위기에 처하면서 삶의 허무와 불안을 겪게 됩니다. 드라마 포스터 문구를 보면 "대기업에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다 있는데 가만 보니 내가 없네 골 때리네"라고 되어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임원이 되기 위해 회사의 눈치를 보고 있고 또 부하들이 메는 가방과 차는 얼마나 비싼 건지, 다른 직원이 사는 아파트는 얼마짜리 고급 아파트인지 검색하고 비교하고 그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부하직원들과 비싼 가방, 차를 비교하는 김 부장, 얼핏 좀 웃겨 보이긴 하지만 한편 회사에서 위아래로 치이고, 또 처신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이 연상돼 안타깝기도 해요.

맞습니다. 누군가의 자리를 보존하려면 선임자를 내치거나 또 내가 내쳐지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습니까? 내치는 사람이나 내쳐지는 사람이나 모두 안타깝습니다. 50대 중년들이 퇴직 위기에 놓이고 그로 인해 무너지는 삶에 대한 드라마지만 또 리얼한 현실과 맞닿아 있죠. 집에서는 아내와 아들에게 권위와 또 소위 가오를 잡기 위해 근엄한 척 행동하지만 그 모습이 또 웃프기까지 합니다.

맞습니다.

특히 김 부장이 아들에게 하는 대사 중에 "너 아빠가 평범해 보이지, 너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대기업 25년 차 부장으로 살아가면서 서울에 아파트 사고 애 대학까지 보낸 인생은 위대한 거야" 바로 이 대목.

저도 이 드라마 봤는데 이 대목에서 굉장히 좀 울컥하더라고요.

대한민국 중년의 아버지 그리고 남편의 고된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장면이 아닐까 싶고요. 더불어 그 안에 깃든 편협한 기성세대의 성공 기준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한국 중년 남성의 비애라고 할까요? 같은 맥락으로 박찬욱 감독의 최근 화제작 '어쩔수가없다'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마침 호주에서도 또 개봉을 하죠.

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2026년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 유력 후보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호주 개봉은 우리 한인 동포들에게도 그 의미가 상당한데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또 한 번 대한민국 영화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에서는 '어쩔수가없다' 15일 호주 개봉을 앞두고 박찬욱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가 전하는 질문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박 감독은 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일에 삶을 바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미국의 장르 소설이죠. 더 액스를 원작으로 박찬욱 감독이 20년 이상 마음에 품어온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 만수 역시 좀 비슷한 처지라고요

그렇습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25년 간 재직한 제지 전문가 만수가 하루아침에 해고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재취업을 준비하던 만수는 경쟁자들을 극단적 방식으로 제거하는데 여기에서 극단적이라는 것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색채를 보이는 부분이죠. 그런데 만수가 제거하려는 그 경쟁자들 역시 밀려난 중년 남성들입니다. 영화 전체의 줄거리를 보면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삶의 의미, 정체성, 또 위기 대응을 전반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결국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 순간에 들이닥친 위기, 그 앞에서 느끼는 중년의 불안과 허무가 앞서 소개한 드라마 '김부장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이 영화 '어쩔수가없다' 포스터를 보면 제목에 띄어쓰기가 맞춤법 표기가 좀 어긋나서 의아해 하시는 분들 굉장히 많으실 것 같아요. 이거 박찬욱 감독의 생각이었다고 하죠.

네. 박찬욱 감독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어쩔수가없다는 제게는 항상 입에 붙어 있는 말"이라며 아무렇게나 아무 데서나 나오는 표현인 만큼 일부러 띄어쓰기 없이 한 단어처럼 지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우리 일상에서도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어쩔 수 없어 그냥 그대로 입에 붙어 있는 말입니다.

또 그런 뜻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이렇게 중년 남성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주목받는 이유 과연 무엇일까요? 단순히 뭐 소재가 다양해진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건지 궁금한데요.

단순히 소재 다양화만은 아닙니다. 지금의 40~ 50대, 특히 한국의 중년 세대는 국가적 격변과 경제적 성장, 또 IMF 위기 등을 직접 겪으며 살아온 세대죠. 안정과 성공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지만 요즘처럼 사회적 기술적 변화가 빠른 시대엔 이전과 같은 성공 공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죠. 퇴직, 권고사직, 재취업 난이도 증가 등 현실적인 위기까지 닥치며 이전 세대와는 달리 불안과 허물을 직접 마주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사회적 맥락에서 콘텐츠 제작자들은 단순한 중년 남성 이야기를 넘어 세대 간의 갈등, 가치관 충돌, 삶의 의미와 정체성 문제까지 담아내고 있는 겁니다. 드라마 김부장 이야기와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보여주는 중년 남성의 불안과 허무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리하자면 결국 중년 콘텐츠가 던지는 메시지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희가 최근 컬처인에서 다룬 주제로 행복 리셋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 않습니까? 그랬었죠. 오늘은 인생 리셋이라는 표현을 떠올려 봅니다. 드라마 김부장 이야기와 영화 어쩔수가없다 모두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 순간 위기가 닥치고 진짜 나는 누구인가를 묻게 만듭니다. 가시적인 성과만 좇다가 놓친 삶의 중요한 가치를 돌아보게 하죠. 핵심은 인생 리셋 순간에도 자신을 돌아보고 재정립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취와 지위가 삶의 가치를 정의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세대 간 공감을 통해 자기 삶을 성찰하게 합니다.

최근 중년 콘텐츠의 부상은 단순한 장르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고 또 세대 간 이해와 공감, 삶의 가치 재정립까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잠시 멈춰 내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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