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통계청 조사 이래 처음으로 인도 출생 인구가 영국 출생 인구를 넘어 호주 최대 해외 출생 집단이 됐습니다. 숫자의 변화 뒤에서는 인도계 커뮤니티를 향한 혐오와 차별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Key Points
- 통계청 2025년 6월 30일 기준, 호주 인구 약 2,760만 명… 해외 출생자 약 32% 수준
- 인도 출생자 수,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영국 출생자 앞질러
- 인도계 커뮤니티를 향한 혐오와 차별에 대한 우려 커져
호주에서 이민자를 향한 혐오 발언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한동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대표적인 반이민 구호인데요. 호주에서는 높은 집값과 렌트비, 생활비 상승 문제와 맞물려 이민 규모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호주에서 특정 커뮤니티를 향한 인종차별과 혐오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호주에 왜 이렇게 인도 사람이 많아?”
무심코 던진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비수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서 익스플레이너 시간에도 전해드린 내용인데요. 호주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호주 내 최대 해외 출생 인구 집단이 영국 출생자에서 인도 출생자로 바뀌었습니다.
호주 통계청의 2025년 자료에 따르면 인도 출생 인구는 97만 1,020명, 영국 출생 인구는 97만 95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인도 출생자가 영국 출생자를 앞선 겁니다.

이는 최근 4년간 호주에 정착한 인도 출신 이민자의 수가 꾸준히 증가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인도계 커뮤니티를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점점 더 정치화되는 이민 논쟁 속에서 온라인 공간에서도 갈등과 혐오 표현이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호주인권위원회의 휴 드 크레서 위원장은 “호주에서 인종차별과 정치적 양극화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이민자 사회가 위협으로 취급되거나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될 경우 사회적 결속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크레서 위원장은 최근 벌어진 반이민 집회를 언급하며 인도계와 무슬림, 레바논계, 팔레스타인계 이민자들이 공개적인 정치·사회 논쟁의 중심에 놓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이민자들을 향한 이 같은 공격은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호주의 지속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를 고려할 때 숙련 기술 인력과 이민자들이 호주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호주에 이민 오는 인도 출생자의 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아불 리즈비 전 이민부 차관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으로 향하는 인도인의 이민이 감소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호주로 이주하는 중국 출신 이민자 수가 줄어든 점 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리즈비 전 차관은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경제 성장으로 더 많은 인도인들이 해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동시에 호주 내 일자리 기회 역시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구통계학자인 리즈 앨런 씨는 호주에서 인도 출생 인구가 가장 많아진 것은 “교육과 취업 기회를 추구하는 젊은 인도인들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스캔론 재단연구소의 2025년 사회적 응집력 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30%가 인도 출신 이민자에 대해 다소 또는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4년의 26%보다 높아진 수치입니다.
수단 출신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24년 39%에서 2025년 43%로 상승했고, 이라크 출신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역시 같은 기간 35%에서 38%로 높아졌습니다.
반면 중국 출신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24년 30%에서 2025년 26%로 낮아졌습니다. 영국 출신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4%에 그쳐 다른 이민자 집단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인도 출신 이민자들은 이런 반응을 일상생활 속에서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시드니의 식품 자선단체 ‘터반스 포 오스트레일리아(Turbans 4 Australia)’를 운영하는 아마르 싱 씨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거의 30년 동안 호주에 살면서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인종차별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인구통계학자이자 스캔론 재단 수석 연구원인 제임스 오도넬 씨는 정치인들의 언어와 공적 수사가 지역사회의 이민자 인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오도넬 씨는 “정치적 수사가 분열적이고 배타적으로 흐를 경우 대중의 태도 역시 달라질 수 있으며, 이민자와 다양한 공동체에 대한 편견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공장소와 온라인 공간에서의 공격적인 수사가 인도계 호주인을 비롯한 다양한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빅토리아주 인도인 협회의 바산 스리니바산 회장은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그리스계와 이탈리아계, 베트남계, 중국계 이민자 공동체들이 겪었던 사회적 반응을 이제 인도계 커뮤니티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호주 경제가 여전히 기술이민과 유학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입니다.
인구통계학자인 리즈 앨런 씨는 “영국과 캐나다, 미국, 유럽 국가들이 모두 이민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호주 역시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며, 이민이 노동력과 생산성, 장기 성장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앨런 갬런 이민허브 소장은 이민자들이 의료와 IT, 건설, 돌봄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민자들을 주거난이나 일자리 압박 문제와 직접 연결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호주의 이민 논쟁은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주거, 사회 통합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한 인도계 커뮤니티는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사회적 긴장감을 체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민 정책 논쟁이 특정 공동체를 향한 혐오와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아마르 싱 씨는 “우리는 모두 호주인이며 단지 인도계 배경을 가진 호주인일 뿐”이라며 “모두가 자신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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