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영원한 청년 윤동주의 마지막 1년…이정명 ‘별을 스치는 바람’

the investigation

이정명 '별을 스치는 바람 (The Investigation)'

윤동주 시인의 마지막 1년을 추적하며,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펼쳐지는 문학과 권력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역사와 상상력이 교차하는 서사를 통해 문학의 힘과 존재 이유를 묵직하게 드러냅니다.


Key Points
  • 윤동주의 마지막 1년 … 후쿠오카 형무소에서의 비극적 죽음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재구성
  • 시와 문장이 간수와 검열관을 변화시키는 도구로 작용…활자 매체의 힘을 드러내는 소설
  • 미스터리적 사건 구조 속에서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이 교차하며 깊은 울림 전해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오디오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별빛처럼 맑고 순수했던 영원한 청년 시인, 윤동주.
그의 짧지만 빛나는 생애는, 전쟁과 억압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문장의 힘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소설가 이정명의 작품, <별을 스치는 바람>을 통해 윤동주의 마지막 시간, 그리고 문장이 지켜낸 인간의 존엄을 만나보겠습니다.

1944년 겨울, 후쿠오카 형무소.
냉혹한 일본인 검열관, 스기야마 도잔이 의문의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의 주머니에는 단 한 편의, 수수께끼 같은 시가 남겨져 있었죠.
주인공 ‘나’는 그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한 젊은 죄수, 조선의 시인 윤동주와 마주하게 됩니다.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어린 간수병, 와타나베 유이치입니다.
원래는 어머니의 헌책방에서 문학을 꿈꾸던 평범한 청년이었지만,
강제 징집으로 끌려와 수용소의 잔혹한 현실에 내던져집니다.

검열관의 죽음을 쫓는 과정은 단순한 살인사건을 넘어섭니다.
형무소 깊숙한 곳에서 벌어진 생체실험, 사라진 금괴를 둘러싼 음모, 죄수들의 탈출 기도까지...
하지만 그 모든 어둠의 중심에는 책을 불태우는 검열관 스기야마 도잔과
끝내 문장으로 저항하는 청년 시인의 대결이 있었습니다.

잔혹한 수용소 속에서 ‘악마의 가면’을 썼던 이가, 윤동주의 문장을 만나 점차 변해가는 과정,
잔인한 시대에도 꺼지지 않았던 순수. 청년 시인의 순결한 언어가 문장이 한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 바로 이 작품이 우리에게 전하는 울림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 '서시' 중

소설의 곳곳에는 윤동주의 시가 숨어 있습니다. '서시', '별 헤는 밤', '참회록', '자화상'.
그 주옥같은 구절들은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되고, 때로는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거울로 등장합니다.
또한 릴케와 프랜시스 잠의 문장,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베르디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음악과 시는 폭력의 공간 속에서도 끝내 꺼지지 않는 인간다움으로 남습니다.

이정명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문장은 한 인간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불치의 병이다.
단어와 구두점들은 세포 속에 스며들고, 수많은 비유와 상징은 영혼을 재구성한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는 이는, 검열관 스기야마입니다.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쳤던 그가, 윤동주의 문장을 읽으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은 문학의 힘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소설가 이정명은 《바람의 화원》에서 그림을, 《뿌리 깊은 나무》에서 한글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윤동주의 생애를 통해 문학, 더 나아가 활자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이 작품은 <The Investigation>이라는 영어 제목으로 번역돼, 윤동주의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전세계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총칼은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어도, 문장은 결코 죽지 않는다.
“시인은 죽었지만, 시는 영원히 살아남는다.”
이 책이 전하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입니다.
윤동주는 스물아홉의 짧은 생을 마쳤지만, 그의 시는 오늘도 살아 있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영원한 청년 시인의 생애 마지막 1년을 추적하며 윤동주 시인을 통해 활자 매체의 힘을 말하고 싶었다는 이정명 작가의 장편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을 만나봤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마음 한켠,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드렸길 바라며,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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