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11월엔 콧수염을"…호주 멜버른서 시작된 '모벰버' 캠페인

Movember

Awareness of men’s health in the Movember campaign Source: Getty / Getty Images

2003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동한 모벰버(Movember)는 Moustache와 November의 합성어로 매년 11월 한 달간 수염을 기르며 남성 질환과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Key Points
  • "11월엔 콧수염을 길러요"… '모벰버(Movember)' 캠페인2003년 호주 멜버른서 태동
  • 30명의 모 브로스(Mo Bros)로 시작 현재 500만이 동참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성장
  • 남성 질환과 건강 인식제고…2030년까지 전 세계 남성 자살률 25% 줄이는 것을 목표
매년 11월이면 전 세계 많은 남성들이 한 달 동안 면도를 하지 않고 수염을 기릅니다. 바로 모벰버 'Movember' 운동에 참여하는 건데요.

모벰버는 11월 한 달 동안 수염이나 얼굴의 털을 기르면서 남성 질환과 남성 건강에 대한 주변의 관심을 높이는 캠페인입니다.

2003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동한  모벰버는 20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인이 동참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발전했습니다.

모멤버 캠페인은 처음 어떻게 시작이 됐고, 어떻게 세계적인 현상으로 성장했는지 자세히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11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많은 남성들은 면도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덥수룩한 모습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바로 모벰버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매년 11월이 되면 "Remember Movmeber"라는 문구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모벰버는 사실 사전에는 없는 단어입니다.

모벰버(Movember)는 콧수염 moustache와 11월의 November가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11월 한 달 동안 수염이나 얼굴의 털을 기르면서 전립선 암과 같은 남성의 대표적 질환과 자살 예방 등 남성의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자선 모금 운동으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진행자: 일주일에 한 번만 면도해도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만 건너뛰어도 덥수룩해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공식적으로 11월 한 달간 면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는데, 수염의 모양은 각자 재량 껏인가요?

유화정 PD: 짧게 깎은 찰리 채플린 콧수염부터 크고 텁수룩한 스탈린스러운 콧수염, 세계적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왁스로 정리된 긴 콧수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남성들이 매년 11월 한 뜻을 모아 모멤버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수염을 멋지게 기르지 못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11월만큼은 그 누구도 수염의 모양에 대해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11월 한 달간 수염을 깎지 않고 길러 모벰버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모 브로스(Mo Bros, 수염 형제들)'라고 부르며 이들의 동참을 격려합니다.

늘 깔끔하게 면도하던 동료가 11월에 갑자기 턱수염이 꺼칠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모벰버에 참여하고 있는 모 브로스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Movember logo with mustache.
Movember logo with mustache. Editable vector design Source: Getty / Getty Images
진행자: 모멤버 운동의 태동지가 호주 멜버른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처음 시작됐나요?

유화정 PD: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3년 호주 젊은이 몇 명이 멜버른의 한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던 중 패션과 유행으로 화제가 바뀌면서 ‘모든 유행은 결국에는 다시 돌아온다’로 얘기가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친구가 "아니 아직 돌아오지 않은 유행도 있을 거야."라고 이의를 제기했고, 좌중은 "그래, 왜 아직도 콧수염은 다시 유행하지 않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들은 오랜 기간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콧수염을 다시 유행시켜 보자고 의기를 투합했고, 누가 가장 멋진 수염을 기르는지를 가리는 콘테스트를 열기로 했습니다.

이 콘테스트엔 서른 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해, 11월이 되자마자 바로 수염을 말끔히 면도하는 것에서 시작해 한 달 동안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모벰버 운동의 시작입니다.

진행자: 호주 멜버른에서 우연히 시작한 수염 콘테스트가 현재는 전 세계 남성들이 동참하는 글로벌 캠페인이 됐는데, 어떤 계기로 세계적인 현상으로 번지게 된 건가요?

유화정 PD: 재미 삼아 개최한 2003년의 첫 수염 콘테스트가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콧수염을 기르려는 노력에 대한 논쟁이 거듭되는 것을 보고 이를 의미 있는 기금마련 행사로 탈바꿈시켜 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특히 호주 남성들이 자신의 건강문제를 타인과 잘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 남성의 건강문제에 대한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남성의 대표 질환인 전립선암 연구 재원을 위한 모금 운동을 취지로, 2004년 루크 슬래터리와 가론 형제, 그리고 저스틴 코플란이 주축이 돼, 공식 Movember Foundation을 발족했습니다.
진행자: 모벰버는 남성 건강에 대한 인식 고취와 개개인의 문제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취지의 운동으로 여성의 대표적 질환인 유방암 환자를 지원하는 핑크리본 캠페인에 비교할 수  있겠는데요. 호주 멜버른에서 태동한 모벰버가 올해로 20년이 됐죠. 지난 20년간 어떤 주요 활동들이 있었나요?

유화정 PD: 처음 30명에서 시작한 모벰버는 현재는 전 세계 500만이 참여하는 세계 100대 비정부기구(NGO)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모벰버 재단은 2003년 설립 이래 싱가포르 암 협회의 전립선 암 생존 프로그램, 홍콩의 전립선 암 환자를 위한 운동 의학 연구, 호주의 전립선 암 전문 간호 서비스(Prostate Cancer Specialist Nursing Service in Australia) 등 전 세계적으로 1,200여 개가 넘는 남성 질환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해 왔습니다.

또한 모벰버 재단은 남성의 대표 질환인 전립선 암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전 세계 남성의 자살률을 2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모벰버는 영국·미국·캐나다·뉴질랜드 그리고 유럽 대부분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일찌감치 전통으로 자리 잡았고, 아시아 지역으로도 확산돼 매년 많은 수가 모벰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INXS musician Kirk Pengilly, a prostate cancer survivor, has his signature moustache shaved to prepare for the start of Movember, at Bondi Beach, Sydney
INXS musician Kirk Pengilly, a prostate cancer survivor, has his signature moustache shaved to prepare for the start of Movember, at Bondi Beach, Sydney Source: AAP
진행자: 서양문화에서 남자의 수염은 남성적 강한 의미를 내포하고, 중동과 남미에서도 상당 수의 남자들이 수염을 기르지만 이에 반해 동양인, 특히 한국에선 남성의 수염을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에서 모벰버 운동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유화정 PD: 2019년 모벰버 운동을 통해서 걷은 기부금 총 1조여 원 중에 겨우 6억 원이 아시아권에서 모금됐습니다.

모벰버가 한국에 들어온 건 2015년으로, 아이리쉬 위스키 브랜드 제임슨(JAMESON)이 그 해 11월 한 달간 모벰버 스페셜 패키지를 선보이면서 처음 소개됐는데요. 제임슨 1병과 6개의 각기 다른 수염이 그려진 칵테일 컵, 그리고 제임슨과 믹스해서 즐기기 좋은 진저에일 1캔으로 구성된 패키지 1개 구매할 시 구매자가 500원을 기부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진행자: 남성의 건강을 위한 캠페인에 술을 매개로 했다는 건 좀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술을 구입하면서 건강을 위해 기부도 한다, 상술 아이디어로는 좋았다고 해야겠네요. 실제 모벰버 운동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유화정 PD: 한국에서 전립샘암 진단율 등이 상승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서양권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참고로 호주인의 사망과 연관된 5대 암 질환은 폐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췌장암 순으로 알려져 있는데, 호주에서는 매년 24,000명 이상의 남성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국민들이 2년마다 종합건강검진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기 전에 많은 질병을 미리 발견해 비교적 일찍 치료를 시작할 수 있죠. 따라서 의료 선진국인 한국에서 이런 모금 운동은 필요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통계상으로 한국 남성들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세 번째로 높습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남성의 자살률을 2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모벰버 운동은 한국 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계기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모벰버와 관련해 자전거 GPS 위치 추적 프로그램으로 콧수염 난 남성의 그림을 그려 해외 토픽을 장식했던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죠?

유화정 PD: 2021년 한 영국 남성이 모벰버의 기금 마련을 위해 장장 8시간 30분 동안 자전거를 타고 106㎞를 이동하면서 자전거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이용해 콧수염 난 남성 그림을 그려 화제가 됐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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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벰버의 기금 마련을 위해 자전거 GPS 위치 추적 프로그램으로 콧수염 난 남성의 그림을 그렸다. (출처 : 앤서니 호이트 인스타그램 캡처)
'페달 밟는 피카소(Pedaling Picasso)'라고 불리는 사이클리스트 앤서니 호이트(53)는 모벰버 기금 마련 성공과 함께 세계에서 제일 큰 GPS 그림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호이트는 당시 기네스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동안 스스로가 정신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모벰버 기금 마련을 계획하고 콧수염 기른 남성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3개월간 눈, 코, 입 등의 모양에 따라 자전거 코스를 계획했는데, 자전거로 이동 중 갑작스레 도로가 폐쇄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11월 한 달간 수염을 기르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Movember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앞서 서두에서 '모 브로스(Mo Bros, 수염 형제들)'라고 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온전히 남성들만 참여하는 운동인가요?

유화정 PD: 모벰버 운동은 꼭 수염을 기르지 않더라도 가능합니다. 모벰버 캠페인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합니다.

수염을 기를 수 없는 사람들은 11월 한 달 동안 남성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널리 알리고, 수염을 기르는 남성을 응원하는 방법으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기부금으로 후원할 수 있고요. 여성의 경우에는 콧수염 네일아트를 하거나 콧수염이 그려진 컵을 쓰는 등 여러 방식으로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11월 한 달 동안 수염을 기르면서 남성 질환과 남성 건강에 대한 주변의 관심을 높이는 캠페인, 모벰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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