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쓰레기통 헤집는 코카투와 막으려는 인간의 '창과 방패' 싸움
- 음식물 쓰레기통 덮개 위에 올려놓은 벽돌도 밀어내고 열어
- 수컷 중심의 사회적 학습… 동료 코카투 서로 보고 따라 배워
앵무새가 왜 똑똑한지를 설명해줄 뇌의 비밀이 몇 년 전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앵무새 뇌가 일반적인 새들과는 다르고 인간과 같은 영장류 뇌를 닮았다는 연구 결과였는데요.
호주의 야생 앵무 ‘코카투(Cockatoo)가 동료 간 사회적 학습을 통해 주택가의 쓰레기통 덮개를 열고 먹이 찾는 것을 서로서로 배우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들 무리들의 쓰레기통 뒤지기 행동이 시드니 전역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쓰레기통을 헤집는 코카투와 이를 막으려는 주민과의 ‘창과 방패’ 싸움, 그리고 이를 바라본 과학자들의 시선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진행자: 저희가 9월에 들어서면서 호주 봄 불청객, 호주 토착종 까치 맥파이 급습에 대해 전해드렸는데요. 이와 더불어 지난주에는 호주 야생 앵무 ‘코카투’가 뉴스 지면을 장식했는데,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죠. 먼저 코카투, 다들 아실겁니다. 엄청 시끄러운 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호주의 코카투는 몸길이 최대 50㎝, 몸무게 최대 2.4kg에 달하는 대형종으로 앵무새 과에 속하는 이십 여종의 새들 중에서도 가장 큰 앵무새입니다.
하얀 깃털로 덮인 몸통과 회색 발에 검은 부리, 그리고 머리 위에 노랑 빛의 관 모양의 벼슬이 있어 ‘황관 앵무’로 불리기도 합니다. 암컷과 수컷은 비슷합니다.
매우 지능적인 데다 호기심이 높은 두드러진 특성을 가지고 있고요. 시끄럽다는 기준치를 넘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외마디 소리에 때로는 폭력적인 행동 등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진행자: 호주의 슬랭(속어)에도 Cokatoo가 있죠?
유화정 PD: 불법적인 활동을 하는 동안 망을 보는 사람을 가리켜 cokatoo라 부르는데, 이 이름은 다가오는 주변의 위험을 시끄럽게 경고하기 위해 보초를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진 코카투의 행동 습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코카투는 유칼립투스 숲이나 소나무 숲, 우림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주로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서식하는데,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울창한 숲에 가려져 서로를 확인하고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입니다.
진행자: 최근 시드니 일대에서 ‘코카투’의 주택가 쓰레기통 습격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어 주민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데, 앞서 코카투의 행동습성에 대한 연구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과학저널 '사이언스'지는 호주 시드니의 한 주택가에서 코카투가 부리로 쓰레기통 덮개의 한쪽 끝을 잡고 가장자리를 따라 안 쪽으로 조금씩 이동해 덮개를 완전히 열어젖히고 음식물을 찾아 쓰레기통을 헤집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코카투의 이런 독특한 행동은 유전이 아니라 학습을 통한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뚜껑을 여는 행동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점점 주위로 번졌기 때문입니다. 또 지역에 따라 뚜껑 여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에서 동료 앵무새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이른바 ‘사회적 학습의 산물’이라고 입증했습니다.
진행자: 보고 배우는 게 영장류 만의 특징은 아니군요. 동물들도 모방을 통해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해석인데, 결과를 유추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의 조사 과정이 필요했겠는데요?
유화정 PD: 독일 공립 과학연구 기관 '막스플랑크협회' 산하 동물행동연구소 국제 연구팀은 지난 2018년부터 2년여에 걸쳐 시드니 전역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를 통해 코카투가 쓰레기통 덮개를 열고 먹이를 찾는 것을 봤는지, 봤다면 언제, 어디서 목격했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조사 결과, 2019년 말까지 44개 지역 주민들이 이를 목격했다고 밝혀 코카투의 쓰레기통 뒤지기 행동이 급속도로 널리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런 행동이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에 더 빨리 퍼져, 무작위로 돌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가까운 주변의 다른 동료 코카투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는 것이 증명된 셈인데, 그러면 대부분의 코카투가 이런 행동을 습득하나요?
유화정 PD: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구팀은 각기 다른 세 곳에서 약 500마리의 코카투에게 식별이 가능한 작은 점을 찍고 쓰레기통 덮개를 열어젖히는 무리들을 관찰했는데요. 확인 결과, 10% 정도만 이런 행동을 할 줄 알았고, 대부분이 수컷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 팀은 이에 대해 “바퀴 달린 통 뚜껑을 열어젖히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다단계적인 연속동작이다”며 운동과 체력 면에서 상당히 까다롭고 수컷이 더 크거나 더 우세하고 먹이 자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성공적으로 쓰레기통을 열 수 있었다고 가정했습니다.
이들은 빨간색 뚜껑의 일반 쓰레기통과 노란색 뚜껑의 재활용 쓰레기통을 색깔에 따라 구별하기도 합니다. 나머지 코카투는 쓰레기통 덮개를 열 줄 아는 수컷 중의 하나가 쓰레기통 덮개를 열어젖힐 때까지 주변에서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진행자: 이를테면 이 분야 능력자 내지는 선구자 이군요.
유화정 PD: 또 2018년 말에는 시드니 북부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쓰레기통 덮개를 여는 코카투가 확인됐는데, 이후 인근의 다른 코카투들도 이를 똑같이 따라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코가투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쓰레기통 덮개를 열지 않고, 지역에 따라 여는 기술이 다르다는 점이 관찰된 것인데요. 연구팀은 이점에 대해 “동료 앵무를 따라 하면서 배우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쓰레기통 덮개 위에 케이블 타이로 생수통 고정
유화정 PD: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는 막스플랑크 동물행동 연구소 국제연구팀의 논문을 인용, 머리에 노란색 벼슬을 가진 호주 대형 앵무 코카투는 부리를 이용해 쓰레기통 덮개를 들어 올린 뒤 다리까지 동원해 능숙하게 열어젖힌다며, 믿을 수 없을 만큼 똑똑하고 집요하며, 인간과의 생활에 뛰어나게 적응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주민들은 코카투가 쓰레기통 뚜껑을 열어 헤집지 않도록 뚜껑에 벽돌을 올려놓거나 손잡이에 케이블 타이로 생수통을 고정하는 등 다양한 장치를 고안해 설치해 왔는데요.
그러나 똑똑한 새들이 주민들이 설치해 놓은 장애물을 부리, 발 등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인간이 고안한 새로운 방법은 무력화되기 일쑤입니다.
진행자: 어떻게든 쓰레기통 뚜껑을 열어젖히려는 코카투와 그 무리를 쫓기 위한 주민과의 치열한 두뇌 싸움이군요. 그런데 코카투가 이렇듯 쓰레기통에 집착하는 이유는 뭔가요?
유화정 PD: 호기심도 작동하겠지만 무엇보다 음식쓰레기를 섭취하기 위해서인데요. 쓰레기통에 담긴 빵과 과일을 즐겨 섭취하고 특히 빵을 무척 좋아해 빵 부스러기를 찾아 쓰레기통을 헤집습니다.
코카투들의 음식물 쓰레기통 습격으로 쓰레기가 흩뿌려진 주변
진행자: 지능적이고, 호기심 많고, 거기에 집요하기까지 한 코카투를 이길 방도가 과연 무엇이 될까요, 쓰레기통을 자물쇠로 봉쇄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유화정 PD: 호주 쓰레기 수거차량이 자동화 장치로 통을 거꾸로 뒤집었을 때 덮개가 쉽게 열리게 만들다 보니 주민들이 고안해낸 여러 방법들, 큰 벽돌이나 생수병 등 무거운 물체를 올려놓는 것부터 경첩 부분에 운동화 등을 끼워 넣어 덮개가 열리지 않게 하는 방법 등이 코카투의 출몰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간 코카투에게 기존 예방법이 뚫리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 대처하다 보니 방법들도 다양해져서 가장 최근에는 특수 잠금장치까지 만들어져 시중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경첩 부분에 운동화를 끼워 넣어 덮개가 열리지 않게 하는 방법 Source: SBS
유화정 PD: 연구팀은 향후 어떻게 계절별로 차이가 나는 행동을 구사하는지 등을 추가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끝으로 연구팀의 흥미로운 지적이 눈길을 끄는데요.
연구를 이끈 클룸프 박사는 "주민들은 코카투를 막는 새로운 방법을 활용하지만, 대부분은 이웃이나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워 따라 하는 것"이라며 코카투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사회적 학습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시가 확장하면서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상호작용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며 "우리와 삶을 공유하는 야생동물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더 인내하길 바란다"고 맺음 했습니다.
진행자:먹이를 찾아 음식물 쓰레기통을 헤집는 코카투(cockatoo)의 출몰과 관련, 이를 들여다본 흥미로운 연구 내용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