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마이크 새들러 씨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새들러씨가 센터링크(Centrelink)로부터 받던 복지 급여에 2주당 550달러가 추가됐기 때문입니다.
이 추가 급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호주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코로나 보조금(Coronavirus Supplement)’으로, 기존의 잡시커(JobSeeker) 수당 위에 더해진 형태였습니다.
그 결과 새들러 씨의 2주당 총 수입은 1115달러 70센트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빈곤선 이상이며, 전국 중위 임금에 한층 가까운 수준이었습니다.
새들러씨는 “그전에는 가족 넷이서 거의 ‘갈색 음식’만 먹었다“며 ”감자보다 감자칩이 더 저렴해 감자칩을 사 먹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코로나 때 보조금이 올라가자 이제 감자를 살 수 있었고, 신선한 채소도 살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코로나 보조금이 종료되면서, 잡시커나 오스터디(Austudy), 유스얼라운스(Youth Allowance) 같은 ‘기존 복지수당’ 체계로 돌아가자 다시 빈곤의 현실이 찾아왔습니다.
이에 따라 복지 단체들은 정부에 사회보장수당을 팬데믹 시기 수준으로 다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Source: SBS
팬데믹 이후 잡시커 수당은 여러 차례 소폭 인상됐지만, 올해 9월에도 2주당 12달러 50센트 인상에 그쳤습니다.
주요 복지 단체들은 “호주의 사회보장수당은 여전히 빈곤선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합니다.
호주 국민 7명 중 1명, 빈곤선 이하 생활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와 호주사회서비스위원회(ACOSS)가 발표한 새 보고서에 따르면, 2022~23년 기준으로 호주 국민 300만 명 이상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상대적 빈곤선은 가구의 세후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것을 의미하며, 그 이하 소득자는 빈곤 상태로 분류됩니다.
가계소득과 노동력 변화 등을 추적한 힐다(HILDA: 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가구, 소득, 노동력 역학 조사) 최신 자료에 따르면, 빈곤층 비율은 2020~21년 8분의 1에서 7분의 1로 증가했습니다.
호주사회서비스위원회 카산드라 골디 대표는 캔버라 기자회견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인 호주에서 빈곤이 증가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식탁에 음식을 올릴지, 노숙을 감수할지를 두고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잡시커 수당은 주당 401달러에 불과하다”며 “이런 수준의 고정 수입으로는 생계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 책임연구원인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사회정책연구센터 유비스티 나이두 박사는 잡시커 수당이 호주 최저임금의 42%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이두 박사는 “잡시커 수당을 받는 사람은 주당 205달러, 한부모 가정은 163달러, 청년수당을 받는 젊은이는 279달러가 빈곤선보다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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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기준으로는 2주당 약 380달러, 주당 약 190달러가 빈곤선보다 부족한 셈입니다.
자녀가 있는 가정의 빈곤선은 주당 1226달러로, 정부 수당을 받더라도 주당 464달러가 부족했습니다.
나이두 박사는 “정부가 주당 56달러 정도 인상한다고 해도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재의 지원금 수준으로는 도저히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잡시커 수당은 빈곤선보다 훨씬 밑돌고, 사실상 생계 불가능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거비와 생활비 압박, 빈곤의 핵심 요인
보고서는 급등하는 임대료가 빈곤을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국 주거 옹호 단체 ‘에브리바디스 홈(Everybody’s Home)’의 케이트 콜빈 대변인은 “치솟는 임대료로 인해 수많은 호주인이 임대 스트레스와 주거 불안을 겪고 있다”며 “임대료를 내기 위해 식비나 약값을 포기하는 일이 너무 흔해졌다“고 말합니다.
2022-23년 기준, 소득 하위 20% 임차인의 57%가 임대 스트레스 상태였으며, 이는 202021년의 52%보다 증가한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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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부가 공공·커뮤니티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이두 박사는 “현재의 임대 보조금 수준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주요 도시의 평균 임대료는 30~40% 상승했지만, 정부가 2024년 9월에 인상한 임대보조금은 단 10%에 불과합니다.
나이두 박사는 “소득보조 수당 수급자의 약 4분의 1만이 임대보조금을 실제로 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할 의지와 사회적 배제
마이크 새들러 씨는 “사람들은 모두 일하고 싶어 한다”며 “일은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사회적 참여이자 자존감의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또 “돈이 없으면 사회적 배제는 피할 수 없고, 공동체도 결국 붕괴된다”며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을 죄인처럼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모든 인간은 사회적 유대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박탈당한다는 건 인간으로서 존엄이 무너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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