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오제믹(Ozempic) 같은 체중 감량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백질과 신선식품 섭취가 늘고, 음식에 더 까다롭게 반응하며, ‘미니 메뉴’가 등장하는 등 앞으로의 식습관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당초 당뇨병 관리용으로 개발된 이 GLP-1 계열 약물은 식욕 억제 효과 때문에 체중 감량 목적으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사이 호주에서는 오제믹과 위고비로 판매되는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로 판매되는 티르제파타이드 같은 약물 사용이 급증했습니다.
호주에서 오제믹류 약물을 얼마나 쓰나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주도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성인 인구의 약 2%에 해당하는 약 50만 명이 체중 감량 또는 의료적 이유로 오제믹류 약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GLP-1 약물 판매량은 2020년 5월 5만7941유닛에서 2025년 4월 49만6875유닛으로 거의 10배 늘었습니다. 보고서에서 다루지 못한 다른 GLP-1 약물이 더 있을 수 있어 실제 수치는 이보다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인구보건대학의 마이클 팔스터 수석 연구원은 “호주에서 GLP-1 약물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고 SBS 뉴스에 전했습니다.
약 가격이 내려가고, 주사 대신 경구제로 공급되면 복용자는 더 늘 수 있습니다.
팔스터 연구원은 비만 치료용 약물의 PBS 보조금 등재가 검토 중이라며, 등재될 경우 “약물 사용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오제믹이 호주인의 식습관을 어떻게 바꾸나
이 약물의 식욕 억제와 기호 변화는 식품 산업 전반에 연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플린더스대학교의 영양·식이학 레베카 골리 교수는 SBS 뉴스에 “먹는 한 입, 한 입의 가치가 중요해진다”며 “질 좋은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통해 장 건강을 돕고 일부 부작용을 보완하려는 선택이 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식품·농업 전문은행 라보뱅크는 사람들이 적게 먹더라도 영양 가치를 찾는 경향이 커지면서, 유제품, 신선식품, 기능성 음료 수요가 늘고, 소비자들이 이른바 '한 입의 가치'를 더 따지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라보뱅크 스테판 보겔 리서치 총괄은 “호주에서 이 약물을 쓰는 사람이 늘면서 식사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약물 복용 시 지방뿐 아니라 근육도 줄 수 있어 단백질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정의 저녁 식탁은 어떻게 달라지나
미국의 한 연구는, 가구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이 약을 복용하면 칩이나, 베이커리, 샐러드 드레싱 지출은 줄고, 요거트, 신선 농산물, 육포 등 육류 스낵과 영양 바 지출은 소폭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약을 복용하는 개인을 넘어 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보겔 총괄은 “집밥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추정으로는, GLP-1 약물 사용이 식음료 소비를 1~2% 감소시키고 있으며, 이 흐름은 주로 미국이 이끌고 유럽이 뒤따르는 양상입니다. 이에 식품업계는 고당·고지방 제품의 대응을 모색 중입니다.
이미 네슬레는 고단백·고식이섬유 냉동식 라인을 선보였고, 다논과 코카콜라도 고단백·저당 제품으로 이른바 ‘오제믹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약 복용자를 겨냥한 일명 ‘오제믹 메뉴’, 한입 크기 분량의 메뉴를 내놓는 식당도 등장했습니다.
다만 보겔 총괄은 호주는 아직 복용자 비중이 낮아 미국과 같은 흐름이 외식업 전반으로 확산되진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골리 교수는 호주인들이 간식류나 고에너지, 저영양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30년 넘게 지속돼 왔다며, GLP-1 약물이 이 추세를 되돌릴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팔스터 연구원은 GLP-1 약물이 체중 감량의 ‘만능 열쇠’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의료진·영양사와의 상담을 통해 생활습관 중재와 병행해야 최선의 임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팔스터 연구원은 “앞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는 바뀔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감량 과정에서 근육과 뼈를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가 이뤄지도록 전문가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뉴스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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