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인 PD: 일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세금 신고 기간이 돌아왔습니다. 세금 신고는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의무 활동인데요, 일부 고소득자들 중에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요?
홍태경 PD: 지난주 호주 국세청(ATO)은 2022-23년 총 소득 또는 손실액이 100만 달러 이상이라고 신고한 사람 중 91명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소득자가 세금을 내지 않는 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특히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 세금 시스템이 더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나혜인 PD: 아무리 부유층이 공제 혜택을 받을 기회가 없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홍태경 PD: 경제학자 사울 에슬레이크 박사는 상당한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이미 해외에서 세금을 냈을 수 있습니다. 호주는 대부분의 국가와 조세조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국내거주자는 이중 과세를 받지 않습니다. 2022-23 회계연도에 세금을 내지 않은 91명 중 최소 28명은 해외 소득 1,480만 달러를 이미 신고했습니다.
호주에서는 복권당첨금에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에슬레이크 박사는 이에 대해 “복권당첨금에는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인출을 하거나 은퇴 시점의 퇴직연금 소득에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데, 켄 헨리 전직 연방 재무장관은 이를 "어리석은"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Salary and wages make up a small portion of the $52.4 million in income reported by 91 individuals who paid no tax in 2022-23. Source: SBS
홍태경 PD: UNSW 경영대학원 회계학과 앤 케이즈-쿠마르 부교수는 호주에서 절세 계획이 허용되고 공제 관련 법률이 비교적 관대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쿠마르 교수는 사업주들이 임금이나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보다 공제 혜택을 받거나 세금을 0으로 줄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합니다.
UNSW의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납세자들은 다양한 사업 구조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세금 부담을 줄이는 데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급여를 받는 사람들에게는 활용할 수 있는 정교한 구조가 없습니다. 호주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그렉 제리코 박사는 임금 소득자들이 업무복과 같은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를 청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나 소규모 사업체는 사업 비용이 되어 공제할 수 있으며, 이전 연도의 손실의 경우도 많이 이월되는데, 임금 소득자에게는 이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Business owners are able to claim tax deductions easier than wage and salary earners. Source: Getty / Krisanapong Detraphiphat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특수 업무복이 아니더라도 사업주는 직원들이 고용 기간 동안 입을 일반 의류를 구매해 제공하거나 이에 대한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 사업주는 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업주는 과세 소득과 직접 관련된 경우 사업 운영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비용에 대해 세금 공제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혜인 PD: 사업주는 임금 근로자보다 세금 공제를 더 쉽게 청구할 수 있는 거죠.
홍태경 PD: 에슬레이크 박사는 양도소득, 배당금, 파트너십, 신탁, 연금 기금에서 발생하는 소득도 임금 또는 급여보다 낮은 세율로 과세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낮은 세율 구간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 중 약 82%는 임금과 급여를 통해 발생합니다. 하지만 최고 세율 구간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 비율은 58%로 떨어집니다.
세금을 내지 않은 91명 중 18명만이 임금이나 급여로 470만 달러의 소득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등의 투자 매각으로 발생한 이익인 4억 3,040만 달러의 자본 이득을 신고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세금 제도의 근본적인 불공평성은 임금이나 급여 소득자에게 불공평하다는 것입니다.
에슬레이크 박사는 세금 제도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도 혜택을 준다고 말합니다. 이들 연령대는 임금이나 급여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즉 65세 이상 노인들은 엄청난 양의 자본 이득, 배당금, 그리고 파트너십 소득을 벌어들이지만, 임금이나 급여로 벌어들일 때와 같은 세율이 적용되지 않고 오히려 더 낮다고 에슬레이크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나혜인 PD: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불공평이 존재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노년층과 젊은층 사이에도 세금 제도상 불공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군요.
홍태경 PD: 실제로 세금 감세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고소득층이 아닌가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지만 의외로 소기업이 더 취약한 계층으로 여겨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소기업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ATO는 소기업의 세수 준수를 보장하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자하지 않는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는데요 이와는 대조적으로 ATO가 고액 자산가와 대기업의 세수 준수를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나혜인 PD: 즉 고소득자들이 세금 공제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군요.
홍태경 PD: 2022-23 회계연도에 세금을 내지 않은 고소득자 91명이 공제받은 세금 공제의 상당 부분은 자선 단체에 기부하거나 기부한 금액이 차지합니다. 또 그들의 공제에서 가장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세무 관리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가인데요. 제리코 박사는 "세금을 피하는 백만장자들이 과세 소득을 비과세 기준(연간 18,200달러) 아래로 줄이기 위해 상당히 고액의 회계사와 세무 변호사에게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균적으로 91명은 회계 수수료와 소송 비용 등의 비용으로 1인당 약 5만1,000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이들은 총 4억 6,180만 달러의 소득을 신고했지만, 공제액은 3억 9,030만 달러에 달했고 이들 중 한 사람은 배당금 공제액으로만 800만 달러를 청구했습니다.

Some of the tax deductions claimed by 91 individuals in Australia who paid no tax in 2022-23. Source: SBS
홍태경 PD: 이번 회계연도는 이들에게 반드시 유리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상당한 공제액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2022-23 회계연도에 이들 91명은 세무 관리 비용으로 6,300만 달러를 청구했지만, 이 금액의 대부분(5,800만 달러)은 세금 및 가산세 체납에 대해 ATO가 부과한 이자에 사용돼 공제 대상에 포함됐었습니다.
하지만 알바니지 정부가 2023년에 발표한 변경 사항에 따라 올해 7월 1일부터 일반 이자 부담금(GIC)과 부족 이자 부담금(SIC)은 더 이상 세금 공제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ATO 대변인은 "이 변경 사항은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고 전액을 제때 납부하는 납세자가 납부를 지연하는 납세자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이번 변경 사항에 지지하는 입장인데요 이러한 이자 부담금이 세금 공제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투자용 부동산 구매를 위해 빌린 대출금의 이자나 유니폼과 같은 작업복 세탁 비용처럼 접근 가능한 소득을 창출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이 아니며, 등록된 자선단체 기부금처럼 정책적 목적도 아닙니다. 따라서 세금 공제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혜인 PD: 호주에서는 부유층들이 세금을 회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일종의 취미 활동처럼 당연시 여겨지고 있는데요, 양도소득세 감면이나 네거티브 기어링과 같은 세제 혜택이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홍태경 PD: 전체적으로 최상위 세율 구간에 속한 86만 21명이 1,064억 달러의 세금을 납부했습니다. 이는 전체 소득세의 38%에 해당하지만, 이 집단은 전체 납세자의 5.3%에 불과합니다.
제리코 박사는 양도소득세 감면이나 네거티브 기어링과 같은 많은 세제 혜택이 합법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세금을 피하기 위한 행동을 암묵적으로 부추기고 유도한다고 말합니다.
즉 이러한 인센티브 중 일부가 없어진다면 세금 인상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말합니다.
카이스-쿠마르 교수는 호주가 개인 소득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켄 헨리 전직 재무장관은 세제 시스템의 세대 간 불공평성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Taxes fund our roads, schools and other services Australians rely on. Source: AAP / Luke Costin
홍태경 PD: 일부 부유층은 세금을 내지 않는 데 정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제리코 박사는 이것이 과세 소득 대신에 총 소득에 대한 최저 세율 부과를 고려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세무 관리 비용에 대한 공제 금액을 약 3,000달러로 제한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세무 변호사와 세무 회계사에게 막대한 돈을 지출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노동당이 2019년에 제안한 것으로, 고소득자의 세금 감면 수단으로 세무 전문가 서비스를 악용하는 것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쿠마르 교수는 또 소득세 변경보다는 다른 자산에 대한 과세 방식을 더 광범위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광산 회사의 정상 수준 이상의 이익 등의 초과 이익에 대한 과세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 에슬레이크 박사는 자본이득세 할인 축소, 네거티브 기어링, 신탁 과세 방식 변경 등을 통해 세제 시스템을 더 공정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자본, 투자, 사업 등에 비과세 기준 없이 약 25~30%의 정액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됐습니다.
나혜인 PD: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7월 세금 환급 기간을 맞아 절세라는 이름으로 세제 혜택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호주의 부유층들이 세금을 손쉽게 회피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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