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이너: 퍼스 임대난 '벼랑 끝'…임대료, 소득의 32% 차지

Mother and daughter at table, looking through documents of spending. Daughter handing phone to mum.

싱글맘 에밀리 클레멘츠가 집에서 예산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딸이 곁에 있는 가운데, 치솟는 임대료가 가족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Source: SBS / Christopher Tan

임대 적정성 지수가 전국적 악화를 확인한 가운데, 퍼스는 2년 연속 가장 부담이 큰 도시로 집계됐습니다. 월세가 소득을 앞지르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Key Points
  • 퍼스, 2년 연속 시드니 제치고 임대료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도시'
  • 퍼스 중위 임대료, 평균 임차 가구 소득 32% 차지…주거 빈곤선 훌쩍 넘어
  • 임대료 상승 속도, 주담대 상환 속도 앞질러
서류상으로만 보면, 에밀리 클레멘츠 씨는 모든 걸 ‘정석대로’ 하고 있습니다.

퍼스에 사는 32세 싱글맘인 클레멘츠 씨는 행정직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신경다양성을 지닌 두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클레멘츠 씨는 꼼꼼히 예산을 짜고 생활 필수비용만 충당합니다. 그리고 많은 싱글 부모들이 그렇듯 복지 급여가 줄어들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최대 근로시간을 채웁니다. 그럼에도 생활은 점점 뒤처지고 있습니다.

4년 전, 클레멘츠 씨는 방 3개짜리 임대주택에 주당 380달러를 냈습니다. 지금은 도심에서 더 멀어진 집에 주당 850달러를 내고 있습니다.

클레멘츠 씨는 SBS 뉴스에 “2주 기준 센터링크 급여가 1600달러인데, 집세가 1700달러라 이미 모든 돈이 월세로 빠져나간다”며 “저축은 할 수 없고, 저축이라고 할 게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클레멘츠 씨는 임대차 계약 만료까지 석 달도 남지 않아, 퇴거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EmilyExpences (3).png
Source: SBS
클레멘츠 씨는 집을 구하기 위해 오픈하우스를 방문했지만 불안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습니다.

“최근에 갔던 집들은 오픈마다 40명 넘게 몰렸다“며 “한 여성 분이 중개인과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본인 집을 팔고 60만 달러를 갖고 있고 1년 치 월세를 선납하겠다고 하는데 제가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바로 그런 분들”이라고 클레멘츠 씨는 하소연했습니다.

한때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축에 들던 퍼스의 임대시장은 지금 너무 왜곡돼, 기존 주택 소유자들까지 임대로 되돌아오며 선택지가 가장 적은 이들을 밀어내는 상황이 됐습니다.

수년에 걸쳐 쌓인 위기

2025년 전국 주거–SGS 임대료 부담 가능성 지수(RAI)는 임차인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전국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붕괴됐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줍니다.
National Rental Affordability Index table
Source: SBS
퍼스는 2년 연속 시드니를 제치고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도시로 기록됐습니다. 중위 임대료가 평균 임차가구 소득의 32%를 차지해, 주거빈곤선인 30%를 훌쩍 넘었습니다. 2020년엔 21%였습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드니와 애들레이드는 임차가구가 소득의 약 30%를 임대료로 쓰고 있습니다.
서호주 지역도 2020년 ‘적정’에서 ‘다소 부담’ 구간으로 급락해, 임차가구가 소득의 28%를 월세로 냅니다.

브리즈번과 애들레이드는 통계 작성 이래 최저의 적정성 수준을 기록했고, 호주수도준주(ACT)만이 상대적으로 ‘수용 가능’ 범주인데, 이는 주민들의 평균 소득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편 퀸즐랜드 지역은 임대료가 가구 소득의 30%를 넘겨, 전국에서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지역 임대시장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던테리토리는 지수 작성을 위한 임대 데이터가 부족해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영구 임대’로 내몰린 세대

지난 10년 사이, 특히 여성과 싱글 부모를 중심으로 ‘영구 임대’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1995~2020년 사이 임차가구 비중은 26%에서 31%로 올랐고, 공공임대 거주자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임대료 상승 속도는 주택담보대출 상환 속도를 앞질렀습니다.

현재 임차인은 최소 소득의 20%를 주거비로 쓰고,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는 15.5%를 씁니다.

하지만 임대료 부담 가능성 지수는 임대료만 반영합니다. 식비, 공과금, 교통비, 의료비, 학비는 계산에 없습니다.

호주에서의 새 삶, 그러나 늘 임차

시드니 남동부에서 샬럿 칼손-존스 씨는 성인 대부분의 시간을 임대불안 속에 살아왔습니다.
Wide shot of mother and daughter playing inside a home, with pink and girl toys everywhere.
Over the past decade, more Australians — especially women and single parents — have been locked into lifelong renting. Source: SBS / Christopher Tan
스웨덴 말뫼에서 19세에 호주로 왔고, 20년이 지난 지금 42세의 존스 씨는 여전히 임차인입니다.

존스 씨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2주에 2000달러를 법니다. 같은 기간 임대료는 1200달러로 소득의 60%입니다.

존스 씨는 은행들이 자신을 ‘고위험’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싱글맘인 존스 씨는 12세와 7세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임대료 외에 식비·유류비·활동비·학비·치료비를 감당합니다.

정부 지원을 신청했지만 처음엔 거절당했습니다. 존스 씨는 끝내 이의신청을 통해 승인받았지만, 불안은 남았습니다.

존스 씨는 “지금의 많은 제도는 거의 노숙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가서야 지원하는 느낌”이라며 “트라우마와 장기 영향은 회복에 수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Photo of lady dressed in white top, in the foreground of rental units in Sydney.
Rent consumes 60 per cent of Charlotte Karlsson-Jones' income. Source: SBS / Sam Foster
가장 부유한 주, 최악의 임대 적정성

전국 주거옹호 단체 ‘하우징 올 오스트레일리언스’의 로버트 프라도린 전무는 임대 스트레스가 이제 ‘노동력’ 자체를 위협한다고 말합니다.

프라도린 전무는 “카페·호텔부터 병원·보육센터까지, 서호주 전역의 사업장은 근처에 살 수 있을 만큼 저렴한 집이 없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서비스 부문조차, 일하는 사람이 그 지역에 살 수 없어 인력을 채용·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퍼스 기반 주거옹호 단체 ‘셸터 WA’의 캣 스넬 대표는 최신 수치가 악화 흐름을 재확인한다고 말합니다.

스넬 대표는 “호주에서 가장 부유한 주가, 임차인에게는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 위기는 이제 최저소득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하는 가정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스넬 대표는 서호주가 매년 사회·적정주택 5000호를 추가 공급해야 하며, 임대료 상한제, 최소 주거기준, 단기임대 제한, 무사유 퇴거 금지 등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WA RENTAL INCOME INDEX GFX V2.png
Source: SBS
서호주 존 캐리 주 주택·노동부 장관은 SBS 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주정부의 공공주택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캐리 주 장관은 “전국적으로 주택·임대시장에 압력이 지속되고 있고, 서호주의 선도적 경제성과 급격한 인구 증가가 추가 압력을 더한다“며 “우리 정부는 58억 달러 규모의 야심찬 주택 투자를 추진 중이고, 2021년 이후 사회주택 3800호 이상을 추가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기록적 공공주택 투자는 가정폭력 피해자, 싱글 부모,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 서호주 주민들이 ‘집이라 부를 공간’을 갖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주정부는 지난해 임대 개혁도 도입했습니다. 연 1회로 임대료 인상 제한, 반려동물 허용, 경미한 구조 변경 허용, 법원에 가지 않고 분쟁을 해결하는 새 절차 등이 포함됐습니다.

옹호단체들은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임대료 상한과 무사유 퇴거 금지가 병행되지 않으면 체감 개선은 어렵다고 경고했습니다.

캐리 장관은 임대 구호 프로그램이 3600가구 넘는 세대의 퇴거를 막았고, 2단계 임대 개혁 권고안이 올해 말 심의를 위해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이들에게 미래를 주고 싶을 뿐”

클레멘츠 씨는 기적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단지 저축하고, 계획을 세우고, 한 통의 통지서 때문에 위기로 내몰리지 않을 삶의 기회를 원합니다.
Mother and daughter sat down playing, with fake money notes on floor.
Emily says she's had to cut back on necessary therapy for her neurodivergent children. Source: SBS / Christopher Tan
클레멘츠 씨는 “아이들이 와서 뭔가를 부탁하면, 대부분은 바로 거절할 수밖에 없다”며 “왜 더운 날 아이스크림 하나, 로블록스에 10달러를 못 쓰는지 설명하기 너무 어렵다”고 말합니다.

시드니에 사는 존스 씨는 그 짐이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걸 느낍니다.

존스 씨는 “1세대 이민자로서 부모님이 주택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고 이미 한참 뒤처져 있다”며 “그건 내 아이들의 미래에도, 아이들이 주택시장에 들어갈 기회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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