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영주권 절실함 악용한 사기 피해 늘어나
- SBS 만다린 프로그램 “샤오홍슈와 같은 온라인 앱을 통해서 암암리에 가짜 배우자 신청 이뤄져”
사람들의 절실함을 악용하는 사기꾼들이 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절실함이 돈일 수도 있고, 호주에 사는 이민자들에게는 영주권일 수도 있습니다.
가명을 사용한 제리 씨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호주 영주권을 얻고 싶다는 생각에 지름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유학생인 제리 씨는 4월 중국 전자상거래 앱인 ‘샤오홍슈’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는데요, 그때만 해도 제리 씨는 자신이 절실함을 악용한 사기꾼의 먹이가 될지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제리 씨는 한 이민 대행업체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에게서 이미 영주권 준비가 마쳐진 지원자와 함께 배우자 자격으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호주의 숙련 기술 이민 프로그램에 따라 호주에서 영주권을 신청할 때 배우자와 자녀 역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데요, 사기꾼이 이를 악용한 것입니다.
SBS 만다린 프로그램은 최근 샤오홍슈와 같은 온라인 앱을 통해서 암암리에 가짜 배우자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제리 씨는 연락을 해온 사람에게 수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고 말했는데요, 제리 씨는 이 금액이 “시장에 형성된 요금”으로 간주했다고 설명합니다.
제리 씨는 지난 4월 시드니 사무실에서 대행업체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을 만났고 5월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때 5천 달러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꾼은 간호사 일을 하는 가짜 배우자와 둘이 동거 관계임을 증명하는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한 둘이 함께 식사를 하고 친밀해 보이는 사진을 찍을 것도 요청했는데요, 사기꾼은 두명이 포즈를 취하는 방법까지 알려줬습니다.
제리 씨는 “영주권을 신청한다는 가짜 배우자가 사진을 찍는데 너무 능숙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손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사진 촬영을 위해 어떤 포즈를 취해야하는지 등도 알려줬다”고 말했습니다.
이민 대행 업체 직원이라고 말한 사람은 제리 씨에게 두 사람이 공동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래야 정부가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있음을 믿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기꾼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공과금을 내고 함께 집을 빌리는 것 역시 도와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제리 씨는 이때만 해도 이 사람이 매우 효율적으로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사람은 제리 씨에게 크리스마스 전까지 영주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몇 달 안에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흥분한 제리 씨는 곧바로 두번째 금액을 사기꾼에게 송금했습니다.
제리 씨는 “그런 기쁨이 판단을 흐리게 했다”라며 “명확하게 생각하는 기본 능력조차 잃게 됐다”고 한탄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초 한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제리 씨는 이 모든 일이 사기였음을 알게됐습니다.
가짜 배우자로 나타났던 여성이 제리 씨에게 연락을 한건데요, 그녀는 제리 씨에게 이민 대행 업체가 그날 자신이 미팅에 나와 제리 씨와 사진을 찍도록 속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일하는 간호사도 아니었고, 영주권 신청을 위한 점수 역시 모두 조작된 것이었습니다.
제리 씨는 “문자를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채팅 그룹에 가입한 제리 씨는 자신의 영주권 신청이 들어가지도 않았음을 알게 됐는데요, 내무부 공식 웹사이트처럼 보이는 곳에서 받은 스크린샷 역시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리 씨는 내무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실제로 자신의 이름으로 영주권 신청이 들어간 것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제리 씨는 “그날 부터 삶이 멈춰버렸다”고 하소연합니다.
제리 씨에 따르면 이같은 피해자 그룹에 속한 사람만도 90명이 넘고, 이들의 사기 피해액은 1천만 달러가 넘습니다.
피해자들은 가짜 배우자와 함께 만든 공동 계정이 사기꾼에 의해 차단됐고 돈까지 빼앗겼다고 말합니다.
일부 피해자들은 위협까지 받고 있었습니다.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 호주에 머물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 비자를 신고하겠다”는 연락을 받는가하면 “심지어 중국의 하층민 쓰레기”라는 모욕까지 받은 겁니다.
SBS 뉴스는 내무부에 연락을 하고 논평을 요청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내무부는 최근 불법 이민 상담을 통해서 신청자들을 속이는 가짜 이민 대행사를 단속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빅토리아주와 퀸즐랜드주에서 불법적으로 활동해 온 사기꾼 4명이 구금됐습니다.
사람들의 절실함을 악용하는 사기꾼들의 행각은 더욱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비정상적인 방법을 미끼로 현혹하는 사기 행위, 다시 한번 주의가 요구됩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팟캐스트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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