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행복도 연습이 됩니다"... 과학으로 입증된 '행복 리셋'

happy dog

Credit: Mario Forcherio / EyeEm/Getty Images/EyeEm

호주 사회에서 세대별로 느끼는 행복의 온도가 달라지는 가운데 행복을 감정이나 운이 아닌 조정하고 연습할 수 있는 상태로 바라보며 자극과 비교에 지친 일상에서 과학이 제안하는 '행복 리셋'의 방향을 짚어봅니다.


Key Points
  • 호주의 행복 지수 평균은 높지만 세대별 체감 행복은 다르게 나타나
  • 행복 리셋의 실천…관계·역할·환경을 조정하는 작은 변화가 행복을 만들어
  • “행복은 더 채우는 게 아니라, 과도해진 기준을 다시 낮추는 작업”

호주는 국제 조사에서 꾸준히 높은 삶의 만족도를 기록해 온 나라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행복을 어떻게 느끼는가에 있어 세대 간 차이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호주 사회조사를 종합해 보면, 20~30대 젊은 세대일수록 “행복하다”는 응답은 줄고 “불안하다”, “미래가 걱정된다”는 인식이 늘어난 반면, 50대 이후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삶의 만족도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개인의 성향보다는 환경의 변화를 지목합니다. 젊은 세대는 주거 문제와 불안정한 일자리, 끊임없는 자기계발 압박, 그리고 SNS를 통한 비교 문화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전에 지치기 쉬운 구조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Laughing People
Group of Senior Retirement Friends Happiness Concept Source: iStockphoto / Rawpixel Ltd/Getty Images/iStockphoto

뇌과학적으로도 이는 설명됩니다. SNS의 좋아요나 성취 인증은 도파민을 자극해 순간적인 쾌감을 주지만 이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반면 햇볕을 쬐며 걷거나, 신뢰하는 사람과 차분히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세로토닌을 활성화해 안정적인 행복감을 높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상당 부분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실천으로 조정 가능합니다.

깊은 관계 하나를 유지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역할을 맡으며, 뇌가 편안해지는 환경을 만드는 작은 변화들이 행복을 ‘더하는’ 대신 ‘다시 맞추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컬처인에서는 행복이라는 다소 막연한 감정을 기분이나 운이 아니라 연습하고 조정할 수 있는 상태로 바라보는 과학적 접근과 호주 사회의 변화라는 렌즈로 차분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방송되는 한국어 프로그램 전체 다시듣기를 선택하시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SBS 한국어 프로그램 팟캐스트는 여기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한 해를 돌아보게 되죠. “올해, 나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오늘 컬처인에서는 ‘행복’이라는 다소 막연한 감정을 기분이나 운이 아니라, 연습하고 조정할 수 있는 상태로 바라보는 과학적 접근, 아울러 호주 사회의 변화라는 렌즈로 차분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호주, 과연 행복한 나라일까요?

- 호주는 국제 조사에서 삶의 만족도나 생활 안정성 항목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해왔습니다. 삶의 만족도를 0에서 10까지 점수로 매길 때, 호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는 편입니다.

- 그런데도 체감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느낌도 있어요.

- 최근 몇 년 사이 호주 사회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됩니다. 국가 평균 행복도는 큰 변화가 없는데, 세대별 체감 행복도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 젊은 세대일수록 “나는 예전 세대만큼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아졌는데요. 특히 20~30대는 “행복하다”는 응답은 줄고, “불안하다”, “미래가 걱정된다”는 답변이 늘었고요. 반면 50대 이후 중장년층은 삶의 만족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 젊을수록 가능성이 많고 더 자유로울 것 같은데, 좀 의외네요.

- 가능성이 많은 만큼 선택 부담도 함께 커졌기 때문입니다. 주거 문제, 불안정한 일자리, 끊임없는 자기계발 압박, 그리고 SNS를 통한 비교까지 행복을 느끼기 전에 이미 지쳐버리는 구조에 놓여 있는 거죠.

- 그렇다면 행복은 단순히 나라가 잘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네요.

- 바로 그 지점에서 과학자들은 행복을 조건이 아니라, 조율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 방금 말씀 주셨는데, 연말과 새해 사이, 이 시기만 되면 유난히 SNS가 더 반짝이는 것 같습니다. 여행 사진, 운동 인증, 올해의 성취 정리까지요. 그런데 이상하죠. 보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보다는 왠지 더 공허해지는 순간도 많습니다.

- 맞아요. 뇌과학적으로 보면 이건 개인의 마음가짐 문제가 아니라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SNS의 ‘좋아요’, 쇼핑, 인증 문화는 우리 뇌에서 도파민을 자극합니다. 이 도파민은 ‘행복’이라기보다 다음 행동을 부추기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 그래서 뭔가 했을 땐 짜릿한데, 금방 또 다음 걸 찾게 되는 거군요.

- 젊은 세대일수록 도파민 자극 환경에 더 오래, 더 강하게 노출돼 있어요. 도파민은 ‘행복 호르몬’이 아니라‘보상과 기대의 호르몬’입니다.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걸 계속 찾게 만들죠. 반면 우리가 말하는 지속적인 행복, 그러니까 “괜찮다”, “안정적이다”라는 감정은 세로토닌과 더 깊이 연결돼 있습니다.

- 햇볕을 쬐며 걷거나, 누군가와 차분히 밥을 먹는 시간,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감각 등에서 나오는데요. 화려하고 자극적인 불꽃놀이보다 은은한 조명에 가까운 감정입니다. 중장년층이 상대적으로 행복감을 더 안정적으로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차이가 호주에서 세대별 행복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 그래서 요즘 ‘행복을 더 가져라’가 아니라 ‘행복을 리셋하라’는 말이 나오는 거군요.

- 호주와 서구권 심리학, 뇌과학 연구를 종합해보면 공통으로 나오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행복은 더 채우는 게 아니라, 과도해진 기준을 다시 낮추는 작업” 이라는 겁니다. 과학이 제안하는 ‘행복 리셋’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 자극을 줄인다는 게,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는 좀 낯설게 들리는데요. ‘행복 리셋’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지 살펴볼까요?

- 가장 대표적인 게 도파민 과부하를 줄이는 일입니다. SNS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항상 배경음악이나 영상을 틀어두지 않는 연습, 일부러 ‘심심한 시간’을 만드는 거죠.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뇌가 다시 정상 감도로 돌아가기 위한 회복 시간입니다.

- 그렇군요. 또 행복을 이야기하면 늘 ‘사람 관계’가 빠지지 않는데요. 여기서도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겠죠?

- 호주 연구에서도 반복해서 확인되는 건 행복의 핵심은 ‘사람 수’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연결된 관계의 유무라는 점입니다. 한 사람과의 깊은 신뢰 관계만 있어도 뇌의 스트레스 반응은 실질적으로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 이건 특히나 세대별로 느끼는 지점이 다를 것 같아요.

- 맞습니다. 젊은 세대는 보통 “얼마나 이뤘는가”에 집중하는 반면, 중장년층의 행복은 “내가 어디에 필요한 사람인가”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봉사나 돌봄, 혹은 누군가에게 책임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감각이 행복을 더 오래 유지시켜준다는 맥락이죠.

-그런데 요즘 문화적으로 보면 ‘혼밥’, ‘혼술’,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말도 많이들 하잖아요. 이건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이 지점에서 자주 언급되는 연구가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성인 발달 연구인데요,

- 하버드 대학생들을 포함 80년 넘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 결과 행복과 건강을 가장 잘 예측한 요인은 돈도, 성공도 아닌 좋은 관계였습니다.

- 80년 연구면 거의 한 세기의 답이네요.

- 그렇죠. 여기서 중요한 건 관계의 개수가 아니라 질입니다. 나를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뇌의 통증 반응과 스트레스 반응이 실질적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특히 최근에는 외로움이 흡연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취향 모임 같은 ‘느슨한 연결’에 더 끌리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 관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요즘은 남의 행복을 보면 진심으로 축하하기보다 비교부터 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 그래서 요즘 심리학에서 주목하는 개념이 confelicity, 이는 ‘타인의 행복을 함께 기뻐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건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연습이 필요한 기술에 가깝다고 해요.

- 예를 들어 누군가 좋은 소식을 전했을 때 “축하해”로 끝내는 대신 “그 과정이 어땠어?”라고 묻는 것, 다시 말해 상대방의 기쁨에 머무는 연습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뇌에서도 긍정적인 보상 회로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

- 행복도 연습이 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네요. 그런데 행복 리셋, 마지막은 행복을 목표로 삼지 않기. 좀 역설적입니다. 행복해지려 애쓰지 말라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 실제로 그렇습니다. 행복을 너무 의식적으로 추구하면 오히려 실망이 커진다는 건 이미 여러 실험으로 확인됐습니다. 과학자들은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라고 말합니다. 지금의 삶을 조정한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상태라는 거죠.

- 결국 행복 리셋이란, 삶을 더 채우는 게 아니라, 조금 가볍게 다시 맞추는 작업이라는 거네요. 그런데 흔히 이런 말도 하잖아요. “행복은 타고나는 거다.”

-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약 50%는 유전적 요인, 10%는 환경입니다. 나머지 40%는 우리가 선택하고 실천하는 영역입니다. 뇌과학자들이 추천하는 건 아주 단순한데요. 감사 표현하기, 친절 실천하기, 햇볕 쬐며 걷기, 책상 옆에 화분 하나 두기 같은 일상의 실천들이죠. 행복은 목표라기보다 뇌에 좋은 습관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 그렇군요. 그런데 유전적 요인이 반을 차지하고, 환경 요인 10%는 어떤 걸 말하나요?

- 전문적으로는 ‘신경건축학’이라는 분야에서 연구가 이뤄지는데요, 쉽게 말하면 우리가 머무는 공간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예를 들어 천장이 높은 공간에서는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활동이 활발해져 생각이 더 열리고 여유로워지고요. 식물이 있는 공간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결국 행복은 삶을 완전히 바꾸는 결심보다, 뇌가 편안해지는 환경을 조금 조정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는 거죠. 책상 옆 화분 하나, 하루 한 번 햇볕 쬐며 걷는 것처럼요.

- 오늘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면 행복은 갑자기 찾아오는 감정보다, 하루하루 조금씩 설계해 가는 상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를 앞두고 “더 행복해져야지”라는 다짐 대신 오늘 할 수 있는 것 하나만 골라 보셔도 좋겠습니다. 산책 한번, 전화 한 통, 화분 하나처럼요.

- 문화로 세상을 읽는 컬처인, 올해 마지막 시간까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새해에도 여러분의 ‘행복 리셋’을 응원하겠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 고맙습니다.

END OF TRANSCRIPT

Share
Follow SBS Korean

Download our apps
SBS Audio
SBS On Demand

Listen to our podcasts
Independent news and stories connecting you to life in Australia and Korean-speaking Australians.
Ease into the English language and Australian culture. We make learning English convenient, fun and practical.
Get the latest with our exclusive in-language podcasts on your favourite podcast apps.

Watch on SBS
Korean News

Korean News

Watch it onDem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