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13년째 멈춘 슈퍼 규정, 저소득 근로자 120만 명에 5억 달러 손실”

A frustrated young woman with glasses sits at a desk, looking at a laptop with a pained expression She rests her head in one hand, appearing stressed or overwhelmed by her finances. Superimposed to her right is a fan of fifty-dollar Australian banknotes.

Source: Getty / Seksan Mongkhonkhamsao / Jennifer A Smith

13년째 그대로인 저소득층 슈퍼세액 공제로 인해 올해만 120만 명이 5억 달러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됩니다.


Key Points
  • 13년째 동결된 저소득층 슈퍼세액 공제(LISTO), 올해만 120만 명에 5억 달러 손실
  • 여성과 청년·저임금 직종 근로자 큰 피해…은퇴 자금 최대 6만 달러 줄어들 수도
  • 전문가 “LISTO 기준 상향·환급액 확대 시급…2027년 감세로 사각지대 더 커질 것”
유화정 PD: 경제 이야기 알기 쉽게 풀어보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슈퍼애뉴에이션, 즉 호주의 은퇴 자금 제도와 관련된 문제를 자세히 짚어보려고 합니다. 겉으로는 잘 운영되는 것 같지만, 사실 13년째 방치된 규정 하나로 인해 저소득 근로자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올해만 무려 5억 달러 규모의 은퇴 자금이 증발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홍태경 PD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오늘은 호주에서 근로자로 일하며 퇴직연금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주제입니다. 저소득층 근로자, 특히 여성과 청년층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때문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화정 PD: 오래된 슈퍼애뉴에이션 규정 하나가 5억 달러의 손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정리해 주시죠.

홍태경 PD: 핵심은 저소득층 슈퍼세액 공제 제도(LISTO, Low-Income Superannuation Tax Offset)에 있습니다. 2012년에 도입됐고, 당시 연소득 3만 7천 달러 이하 근로자에게 슈퍼 납입 세금 일부를 환급해 주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최대 500달러까지 돌려받을 수 있어서,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지원책이었죠.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 저소득층 슈퍼세액 공제 제도(LISTO)가 13년 동안 단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가가 오르고, 세금 구간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은 그대로라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유화정 PD: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긴 건가요?

홍태경 PD: 2020년에 소득세 구간이 조정되면서, 저소득 구간 상한선이 3만 7천 달러에서 4만 5천 달러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 공제 제도는 여전히 3만 7천 달러 기준이니, 연 소득 3만 8천에서 4만 5천 사이의 근로자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들어간 겁니다. 퇴직연금 가입자협회인 SMC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이 계층은 총 30억 달러의 환급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사람들은 사실상 여전히 저소득층임에도 불구하고, LISTO 혜택에서는 빠져버린 거죠. 그 숫자가 무려 50만 명에 달하고, 이로 인해 올해만 약 120만 명의 저소득 근로자가 총 5억 달러를 놓치게 될 거라는 분석입니다.

유화정 PD: 5억 달러라니 굉장히 큰 금액인데요. 구체적으로 누가 피해를 보고 있나요?

홍태경 PD: 대표적으로 여성과 청년층입니다. 사회초년생의 경우 저소득 구간부터 일을 시작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죠. 근로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종으로는 간병인과 보조인이 있었고, 그 다음으로 영업사원과 의료 전문가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들 업종처럼 임금이 낮고 고용 안정성이 낮은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SMC 분석에 따르면, 은퇴 시점까지 놓치는 금액은 개인당 최대 6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건 단순히 몇 달러 적게 받는 문제가 아니라, 은퇴 후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의 손실이라는 설명입니다.

유화정 PD: 애초에 이 저소득층 슈퍼세액 공제 제도(LISTO)는 ‘저소득 근로자가 슈퍼 납입세율 15% 때문에 오히려 손해 보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잖아요? 그런데 정작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얘기네요.

홍태경 PD:맞습니다. 슈퍼 납입세율은 대부분 15%인데, 저소득층은 본인의 근로소득에 적용되는 세율이 이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슈퍼에 돈을 넣을수록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는 불합리가 생기죠. LISTO는 그걸 막아주려고 도입된 제도인데, 업데이트가 안 되다 보니 지금은 제도가 본래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겁니다.

유화정 PD: 전문가들도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죠?

홍태경 PD: 퇴직연금 가입자 협회(SMC)의 조지아 브럼비 대표 대행은 “이건 단순히 작은 문제가 아니며 13년 동안 제도를 그대로 두면서 저임금 근로자, 특히 여성들이 장기적으로 은퇴 자금에서 수만 달러를 잃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다수가 여성인 100만 명이 넘는 저임금 근로자들이 최대 6만 달러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호주인들은 미래를 위해 돈의 일부를 저축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정부는 그들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 시스템이 공정하고 모든 호주인에게 지속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도록 보장함으로써 이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브럼비 대행은 또 “정부가 약속한 세제 형평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 제도를 손볼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유화정 PD: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요?

홍태경 PD: SMC는 크게 두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첫째, LISTO 기준선을 현재 소득세 구간에 맞춰서 연소득 4만 5천 달러로 상향 조정할 것.
둘째, 현재 최대 500달러인 환급액을 810달러로 인상할 것.

이는 그라탄 연구소나 슈퍼 여성 가입자 단체인 Women in Super 같은 단체들도 꾸준히 주장해 온 내용입니다. 단순히 제도를 현실화하자는 겁니다.

유화정 PD: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홍태경 PD: 2027년 3단계 감세가 시행되면, 소득세 구간이 또 바뀌면서 LISTO의 사각지대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SMC의 모델링에 따르면 LISTO가 동결될 경우 4명 중 1명은 소득보다 연금 기여금에 더 높은 세율을 납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문제는 단순히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더 심각해질 구조적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유화정 PD: 청취자 여러분 중에서도 이 소득 구간에 해당되는 분들의 경우 본인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계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분들은 어떤 조치를 취하면 좋을까요?

홍태경 PD: 우선 본인의 소득 구간과 슈퍼 계좌 상태를 꼭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내가 LISTO 대상자인지, 실제로 환급을 받고 있는지 점검해 보셔야 합니다. 또 여러 개의 슈퍼 계좌를 갖고 있다면 하나로 합치는 것도 장기적으로 관리비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유화정 PD: 정리하자면, LISTO는 원래 저소득 근로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지만, 13년 동안 업데이트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는 거네요. 작은 규정 하나가 수백만 명의 은퇴 자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빠른 제도 개선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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