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인 PD: 생활 속 경제 이슈, 친절하게 풀어드리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보통은 소매업계가 가장 활기를 띠는 시기인데요.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연말 특수 대신, 소매업주들에게는 ‘두려움의 시즌’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일인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홍태경 PD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홍태경 PD: 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좀 충격적인 통계를 가져왔습니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 절도 건수는 27만 건으로 7% 증가했으며, 이는 20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지금 일부 호주 지역의 소매업계에서는 절도 증가, 즉 ‘샵리프팅(shoplifting)’ 문제가 크리스마스 특수를 집어 삼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입니다. 예전에는 간식이나 음료 한두 개가 없어지는 정도였던 절도가 이제는 하루 수백 달러에 달하는 손실로 이어지고 있고, 전국적으로 절도가 급증하면서 소매업계 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절도 문제가 그렇게 심각해진 건가요?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보통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일텐데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최근 소매상인협회(Retail Traders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지난 회계연도 동안 절도 사건이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매일 절도가 발생한다는 상점들도 있습니다. 시드니 남부에 위치한 오렌지 슈퍼마켓에서는 절도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해 직원들이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 된 것 같다고 말할 정도인데요,. 그로 인한 손실액도 엄청납니다.
슈퍼마켓 계산원인 리첸 차이 씨는 SBS 뉴스에 "사실상 절도가 매일 발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평균적으로 손실액은 하루에 200달러에서 300달러 정도이지만, 어떤 날에는 500달러에서 600달러까지 올라가기도 한다는데요, 1년으로 환산하면 약 15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으로, 이미 수익 마진이 적은 중소 소매업체들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Sydney supermarket cashier Lizhen Cai said the store loses $200 to $300 a day to shoplifting. Credit: George Chan
홍태경 PD: 대부분의 절도는 사소하고 조용히 이루어집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면서 조용히 음료수나 간식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는 소액 절도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절도에 폭력이 수반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호주 소매업협회는 전국적으로 일선 직원들이 매일 위험에 직면하고 있고, 공격적인 행동과 주 경계를 넘나드는 조직적인 범죄 집단과 관련된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슈퍼마켓 점원 자오 씨는 "누군가 물건을 훔치는 것을 목격하고 붙잡으면, 바로 도망치면서 우리를 때리거나 물건을 되찾기 위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라고 하는데요, 상황이 악화되면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절도범들을 놓아주고, 그래야 직원들이 위험에 처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나혜인 PD: 직원들도 이렇게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걱정스러운 부분인데요, 절도가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홍태경 PD: 여러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활비 상승인데요, 물가가 오르면서 일부 젊은층 사이에서 “작은 절도는 생존을 위한 행동”이라고 보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지난 10월 발표된 모나쉬 대학교가 18세 이상 호주 쇼핑객 10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인데요 이 연구의 주 저자이자 모나쉬 경영대학원 호주 소비자 및 소매 연구소의 스테파니 아토 박사는 젊은 세대가 절도에 대해 훨씬 더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34세 응답자 중 소매 절도가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5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The 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recorded 270,000 retail thefts last year, up 7 per cent — the highest level in two decades. Source: SBS / George Chan
홍태경 PD: 맞습니다. 아토 박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소매 범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소매업체들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법 집행 기관도 소매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아토 박사는 소매점 절도가 급증하는 것이 더 넓은 측면에서 볼 때 사회적 태도 변화의 징후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의 소매점 부정 행위에는 절도 행위(27%), 상품 가격표를 변경하는 행위(30%), 셀프 계산대에서 일부 품목을 스캔하지 않는 행위(32%), 더 저렴한 대체품으로 스캔하는 행위(36%) 등 특정 행태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절도 행위가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어떤 것이 있나요?
홍태경 PD: 두 번째 요인은 셀프체크아웃(Self-checkout) 증가를 들 수 있습니다. 맥쿼리 대학교에서 범죄학 이론을 연구하는 빈센트 헐리 교수는 결제 과정을 비인격화하는 셀프 계산대의 확산 또한 범죄율 증가의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성이 커지고, 감시가 눈에 덜 보이니까 행동 기준도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는 겁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소매 절도 행위를 개인이나 특정 인물로부터 물건을 훔치는 행위로 보지 않고 얼굴도 없고 정체성도 없는 조직이나 기업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나혜인 PD: 공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실제로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군요. 무언가 기술적인 방식으로 셀프결제 방식에서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Supermarkets and other retailers are bracing for a rise in theft over Christmas. Source: SBS / SBS Chinese / George Chan
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절도범들은 대부분이 상습법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많은 사업주들은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매장 안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적자 사업체들이 절도 피해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헐리 교수는 사회적으로 이러한 추세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경미한 범죄가 훨씬 더 광범위하고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이러한 절도 문제가 상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는 것 아닌가요?
홍태경 PD: 그렇죠. 절도가 늘면 보안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보험료 상승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하게 됩니다. 할인율을 축소한다거나 제품 가격 인상 이 이어지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구조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소규모 가게일수록 절도 한두 번이 “이 달 적자냐, 흑자냐”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하니까요.
나혜인 PD: 절도뿐 아니라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직원들의 안전 문제도 클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이면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상권도 타격이 클 것 같은데요.
홍태경 PD: 네. 절도 행위는 단순히 ‘물건만 가져가는 행위’가 아니라 직원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밀치거나 욕설을 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 편의점, 마트, 카페, 잡화점 같은 소매업은 절도 증가에 매우 취약한 구조입니다. 한인 업주들은 CCTV 설치를 강화하고 직원 교대 근무를 늘리거나 출입로 관리를 하면서 단속하고 있지만, 절도 행위는 더 정교해지고 대담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혜인 PD: 이러한 소매점 절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홍태경 PD: 먼저 인식 개선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절도가 “작은 도둑질”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공동체를 해치는 범죄라는 사회적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절도가 이기적이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위라는 인식이 중요하고요. 두번째는 실효성 있는 법과 단속 강화도 필요합니다. 특히 상습범에 대한 대응 강화가 중요한데요, 소매업체와 경찰, 그리고 주요 단체들이 나서서 단속 강화에 힘쓰면서 호주 소비자들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의심스러운 활동을 신고할 것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말 쇼핑 때 조금만 신경 써서 지역 상점, 특히 소규모 가게를 찾는 것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혜인 PD: 크리스마스는 원래 ‘기쁨’의 계절인데, 소매업계 일부에서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 속에 연말을 보내고 있겠네요. 하지만 소비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면 절도 증가 문제는 충분히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연말 소매업의 절도 증가 문제 짚어봤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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