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호주 항공료 급등… 좌석 부족에 소비자 부담 ↑
- 국제선 수요 회복, 공급은 여전히 한계
- 전문가 “경쟁·규제 완화가 해법”
나혜인 PD: 호주 생활 속 경제 이슈 정리해보는 친절한 경제입니다. 오늘은 호주 항공시장의 최근 동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가 최근 발표한 8월 보고서를 중심으로 호주 항공시장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을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전체적인 호주 항공시장의 상황을 정리해 주시겠어요?
홍태경 PD: 네, ACCC의 8월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국내선 항공시장은 흥미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승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항공사들의 운항 가능 좌석 수는 여전히 2019년 대비 2.8% 부족한 상황입니다.
나혜인 PD: 승객 수는 회복됐는데 운항 좌석 수는 부족하다?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홍태경 PD: 바로 타이거 항공(Tiger Air)과 렉스 항공(Rex)의 지역 운항 축소 때문인데요, 공급이 회복되지 않으니 요금은 오른 반면 선택지는 줄고, 경쟁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기준으로 국내선 이용객은 460만 명으로, 2024년 6월보다 2.3% 증가했고 2019년 수준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공급 부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항공료를 더 많이 지불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나혜인 PD: 그러면 현재 호주 항공시장을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홍태경 PD: 현재 호주 국내선 시장은 두 개의 대형 항공그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콴타스 그룹(콴타스와 젯스타)이 전체 승객의 65.2%를 차지하고, 버진 오스트레일리아가 33.1%를 점유하고 있어서 이 두 그룹이 전체 시장의 98.3%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혜인 PD: 98.3%라는 건 정말 거의 독점인 것이네요. 그럼 나머지는 2% 미만은 누가 차지하고 있는 건가요?
홍태경 PD: 렉스항공이 1.7%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작년 동기 대비 2.9%포인트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2024년 8월부터는 3개 이상의 항공사가 경쟁하는 노선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현재 승객의 90%가 단 2개 항공그룹만 운영하는 노선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이 정도면 사실상 과점 상황이라고 봐야겠네요. 그런데 개별 항공사를 기준으로 봤을 때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2024년 말 버진 오스트레일리아가 콴타스를 제치고 호주 최대 국내선 항공사로 부상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2025년 6월 기준으로는 콴타스가 37.8%로 1위를 되찾았고,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33.1%, 젯스타가 27.4%를 기록하면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입니다.
나혜인 PD: 버진 오스트레일리아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정말 극적인 반전을 보여줬습니다. 2025년 6월 24일, 5년만에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재상장했는데요 이는 2020년 코로나19로 파산보호 신청 이후 완전한 회복을 상징하는 사건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5년 전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회사가 다시 상장까지 했다니, 엄청난 회복력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가능했던 건가요?
홍태경 PD: 베인 캐피털이 인수한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항공기 규모를 줄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단순화한 결과 11년 만에 처음으로 2022-23년에 흑자를 기록했고, 2023-24년에는 기초 EBIT(이자세전영업이익)가 5억1900만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나혜인 PD: 주식시장에 재상장을 위해 기업공개 당시 반응은 어땠나요?
홍태경 PD: 상장 당시 공모가가 주당 2.90달러였는데, 상장 첫날 11% 이상 상승한 3.23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시가총액이 약 23억 달러가 된 건데요, 만약 버진이 사라졌다면 콴타스가 거의 독점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의 회복은 호주 항공시장의 경쟁 유지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다면 렉스항공은 어떤 상황인가요? 앞서 시장점유율이 많이 줄었다고 언급하셨죠.
홍태경 PD: 렉스항공은 현재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회사 정리절차가 2025년 12월 5일까지 연장됐고, 여러 업체가 인수를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에 렉스 인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렉스항공이 사라지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홍태경 PD: 렉스는 31개의 지방 지역과 오지 노선을 운영하고 있고, 이 중 20개 노선에서는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항공사입니다. 즉, 시장점유율은 1.7%에 불과하지만, 지역 연결성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죠. 이에 정부는 렉스 항공권 보장을 연장하고 최대 8천만 달러의 대출과 추가로 3천만 달러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나혜인 PD: 시장 상황은 이렇게 정리해봤는데요, 이번에는 국내 항공 서비스에 대해 실제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은 어떤지 짚어볼까요?
홍태경 PD: 이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이 있습니다. 정시 도착률이 크게 개선돼서 2025년 4월에는 82.4%를 기록했는데, 이는 3년 만에 최고 수치입니다. 장기 평균 80.7%를 웃도는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그럼 항공편 지연이나 취소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얘기인가요?
홍태경 PD: 항공편 취소율도 상당히 개선됐습니다. 4-6월 분기에 평균 2.4%로, 장기 평균 2.2%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요. 특히 버진 오스트레일리아가 가장 낮은 취소율을 보이고 있고, 콴타스의 취소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젯스타(Jetstar)와 버진(Virgin) 항공편의 결항률은 0.7% 이하, 콴타스는 다소 높은 수준이었지만 업계 평균보다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항공사별로 차이가 있군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개선된 결과가 가능했던 건가요?
홍태경 PD: 항공사들과 공항, 항공교통관제 기관이 협력해서 항공기 대기 시간 단축, 인력 안정성 개선, 게이트 관리 개선 등에 집중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항공기 도입도 운항 안정성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나혜인 PD: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무엇보다 항공료일텐데요, 항공료 추세는 어떤가요?
홍태경 PD: 이 부분이 좀 아이러니한 부분인데요. 항공기연료 가격은 작년 동기 대비 12.3% 하락했는데도 승객 1인당 평균 요금은 0.8% 상승했습니다. 연료비가 떨어졌는데 항공료는 오른 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승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운항 가능 좌석 수는 여전히 2.8% 부족한 상황인데요 이런 공급 부족이 항공료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ACCC 분석에 따르면, 일부 구간에서는 요금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예를 들어, 시드니-타운즈빌 구간은 99.7% 상승, 에어즈락-시드니 구간은 82.1%, 브리즈번-호바트는 74.8% 인상됐습니다. 이처럼 공급 제약 속에서 가격 상승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나혜인 PD: 그럼 앞으로 항공료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나요?
홍태경 PD: 콴타스 그룹은 7월에 A321XLR 항공기를 첫 인도받았고,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도 12월까지 보잉 737 MAX 8을 6대를 받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신규 항공기들은 주로 기존 임차 항공기를 대체하고 노후 기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호주 항공사들의 수익 구조에서 특별한 점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마일리지 프로그램이 정말 큰 수익원이 되고 있습니다. 콴타스 프리퀀트 플라이어(Qantas Frequent Flyer) 프로그램은 2023-24년에 26억 달러의 매출과 5억11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이는 전체 콴타스 그룹 영업이익의 22.4%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항공사들이 신용카드회사나 소매업체 등에 대량으로 마일리지 포인트를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입니다.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의 벨로시티 프로그램도 4억900만 달러 매출에 1억15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어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인트 가치 하락, 만료, 리워드 좌석 부족 등의 문제점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나혜인 PD: 정리해보면, 호주 항공시장은 두 거대 그룹의 과점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고, 공급 부족으로 항공료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네요.
홍태경 PD: ACCC도 지적했듯이 강한 수요와 제한된 경쟁이 항공사들의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항공료 비교는 물론이고, 마일리지 프로그램 이용 시에도 조건들을 꼼꼼히 따져보셔야 합니다. 새로운 항공기 도입으로 서비스는 개선되고 있지만, 당분간 경쟁 부족으로 인한 높은 항공료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혜인 PD: 네,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호주 항공시장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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