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40대에 부모와 함께 사는 선택, 다세대 주거는 왜 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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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함께 사는 40대 가구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주거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Source: SBS

치솟는 집값과 돌봄 비용 부담 속에 부모와 함께 사는 40대 호주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다세대 주거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와 그 현실을 살펴봅니다.


Key Points
  • 40대에 부모와 다시 한집, 호주에서 늘어나는 다세대 주거
  • 단순한 집값 문제일까? 돌봄과 문화가 만든 새로운 주거 패턴
  • 전문가 “집 구조와 도시 설계도 바뀌어야”

유화정 PD: 생활 속 경제 이슈를 친절하고 쉽게 풀어드리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요즘 40대에 다시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집값 부담 때문만은 아닙니다. 육아와 노부모 돌봄, 장애 가족의 케어까지, 삶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호주에서 확산되고 있는 ‘다세대 주거’의 현실을 살펴봅니다. 홍태경 PD 나와 있습니다.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유화정 PD: 요즘 주변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산다”는 이야기, 예전보다 훨씬 자주 들리지 않나 싶은데, 맞나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예전엔 부모님과 같이 산다고 하면 “독립을 못 했다”는 뉘앙스가 강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좀 달라졌죠.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돌봄 문제도 있고요.

유화정 PD: 오늘은 바로 그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40대에 부모와 함께 사는 선택, 다세대 주거(multi-generational living)가 호주에서 왜 다시 늘고 있는지, 그리고 장점과 현실적인 고민까지 SBS 뉴스시사 프로그램 더 피드(The Feed)에서 다룬 내용 함께 짚어볼게요.

홍태경 PD: 더 피드에서 만나본 실제 사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44살 킴(Kim) 씨 이야기인데요. 킴 씨는 오는 6월, 여자친구와 함께 부모님, 그리고 장애가 있는 여동생과 큰 집으로 옮겨 한 집에 살 계획입니다.

유화정 PD: 사실 20살 이후로 부모님과 따로 살아왔고, 다시 같이 살 계획은 없었다고 하죠.

그런데 왜 다시 함께 살게 된 걸까요?

홍태경 PD: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영화 제작자인 킴 씨는 가족과 함께 장기 거주를 결정한 것은 단순히 “집값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장애가 있는 여동생을 돌봐야 하는 상황과 부모님의 노후, 그리고 본인과 여자친구가 집을 살 만큼의 저축이 없다는 현실까지 여러 가지가 맞물렸다는 겁니다.

유화정 PD: 그러니까 단순히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돌봄과 주거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선택이었던 것이네요.

홍태경 PD: 킴 씨는 이러한 계획이 부모님의 연세가 드시면서 가족에게 장기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함께 살게 되면 부모님의 건강이 연로해지면서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된 환경이 있으니, 부모님을 위한 별도의 방을 마련하는 등의 번거로움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입니다.

이게 개인 사례만은 아닙니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도시미래연구센터의 에드거 리우 박사에 따르면, 현재 호주인 5명 중 1명, 즉 약 20%가 다세대 가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세대 주거 방식이 다른 나라에서는 흔하지만, 호주에서는 약 5명 중 1명꼴로 다세대 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화정 PD: 도시 지역만 놓고 보면 그 수치는 더 올라간다고 하죠?

홍태경 PD: 네. 리우 교수의 최근 데이터 분석(2016년경 기준)에 따르면, 도시 거주자의 경우 그 비율은 4분의 1에 가깝습니다. 시드니나 멜번 같은 대도시에서는 4명 중 1명꼴인데요 이 데이터는 2016년까지 분석한 결과니까 요즘 상황을 반영하면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호주 통계청이 2024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6년까지 자녀가 있는 가구와 자녀가 없는 부부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가구에서 부모와 자녀, 조부모 등과 함께 사는 사람의 수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화정 PD: 2046년까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홍태경 PD: 많은 분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역시 집값이죠. 부동산 정보업체 도메인의 최근 자료를 보면 시드니 평균 집값은 170만 달러, 멜번도 110만 달러에 달합니다. 하지만 리우 박사는 가족과 영구적으로 함께 살기로 결정하는 데에는 다른 요인들도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응답자의 절반은 재정적인 이유가 최소한 일부 요인이라고 답했지만, 돌봄 비용이 요인이 된다는 응답도 많았습니다. 즉, 보육비, 노인 돌봄비, 장애인 돌봄비 모두 많은 가족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또한 노인 요양 시설에 대한 불안감 또한 사람들이 가정에서 간병인 역할을 맡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모님을 시설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킴 씨의 경우도 부모님이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는 나이대에 접어들었으며, 특히 어머니는 "노인 요양원에 가는 것을 상상하기도 싫어하신다"고 말했습니다.

유화정 PD: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호주 주택은 애초에 다세대 주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경우가 많지 않을텐데요, 여러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주택을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홍태경 PD: 건축가이자 벌리 비치 디자인(Burleigh Beach Designs)의 대표인 브렛 맥도널드 대표는 “핵심은 공간 분리”라고 말합니다. 출입구, 생활 공간, 사생활을 얼마나 분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거죠. 이러한 목적에 맞게 기존 주택을 개조하는 설계에 대한 수요가 실제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부모 세대를 위한 그래니 플랫, 혹은 2층 구조 개조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맥도널드 대표는 "3대가 한 집에 함께 살 수 있습니다. 다만 누가 어떤 공간을 사용할지, 공간 배치는 어떻게 할지,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출입할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화정 PD: 하지만 집을 개조할 공간이나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사를 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지 않을까요?

홍태경 PD: 그럴 수 있죠. 리우 대표는 더 넓은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집들이 도심을 떠나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골드코스트에서 아내와 딸, 그리고 78세 아버지와 함께 사는 조쉬 씨는 방 네 개에 거실이 여러 개인 집에서 아버지와 세 명의 어른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원한다면 각자 다른 방에서 다른 TV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화정 PD: 하지만 여러 세대가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홍태경 PD: 물론 불편함을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브리즈번 인근 탐보린에 사는 아만다 씨 가족은 10년 넘게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아만다 씨가 집 윗 층에 살고 있고, 부모님은 집을 사기 전에 증축된 아랫층에 따로 살고 계십니다. 하지만 아랫층을 증축할 당시 소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됐는데요, 공간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만, 아래층에서 부모님이 기침하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방음이 되지 않는 다는 점에 불편을 느끼곤 한다고 말합니다. 부모님 기침 소리까지 다 들리고, 아만다 씨는 또한 아이들에게 부모님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걷는 법을 가르쳐야 했다고 합니다.

유화정 PD: 아이들이 발소리 줄이도록 교육을 받았다는 말에서 현실이 느껴지는군요.

홍태경 PD: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부모와 함께 사는 것에는 예상치 못한 장점도 있습니다.

조쉬 씨의 경우 딸과 할아버지의 관계가 깊어지는 걸 보며 정서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말하는데요 42세인 조쉬는 딸과 아버지의 관계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기뻤고, 두 사람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세대가 다르니까요.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다"라고 말하면서도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하는 말 중에 조쉬 씨가 보기에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어서 가끔 '바로잡아 줘야' 할 때도 있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고 전했습니다.

유화정 PD: 돌봄이 부담만은 아니라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니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네요.

홍태경 PD: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그렇지 않은 조부모에 비해 기억력과 언어 유창성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쉬 씨는 자신이 몰타 출신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다세대 거주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요, 다른 호주의 가족들은 이러한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유화정 PD: 문화적 배경도 중요한 요소군요. 유럽이나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다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적을 수 있다는 것이죠.

홍태경 PD: 킴 씨 역시 이러한 주거 형태에 대한 태도에 문화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데 동의합니다. 킴 씨 아버지는 베트남 분이시고,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은 보통 3대가 한 집에 함께 사는데, 가끔 베트남을 방문해서 함께 머물때 다들 비교적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화정 PD: 베트남에서는 다세대가 함께 사는 게 흔한 풍경이니까요. 정리해보면, 다세대 주거는 단순한 ‘경제적 후퇴’가 아니라 주거, 돌봄,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홍태경 PD: 물론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공간, 사생활, 역할 분담까지 철저한 합의와 준비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집값과 돌봄 비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선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유화정 PD: “언제 독립하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잘 사느냐”가 이제는 더 중요한 질문이 된 것 같네요.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40대에 부모와 함께 사는 선택, 다세대 주거의 현실과 의미를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생활 속 경제 이야기를 더 친절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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