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이너: 호주 강타한 한국 문화… A-컬처, K-컬처 뒤따르려면?

A collage of BTS, BLACKPINK, Squid Game, Naruto, One Piece, Hello Kitty, Margot Robbie, Kylie Minogue and Bluey

호주국립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대학의 로알드 말리앙케이 교수는 호주의 문화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소프트파워가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많은 나라들이 K-컬처의 성공을 연구하며 자국의 문화 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호주 역시 한국을 교훈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ey Points
  • 호주국립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대학 로알드 말리앙케이 교수 “호주 문화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소프트파워가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 맥쿼리 대학교 이성애 박사 “호주가 한국의 협력적이고 수출 주도적인 문화 전략”에서 배울 것이 많다.”
  • 멜번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멜리사 콘리 타일러 연구원, 정부에 적극적인 창작자 지원 주문
K-팝, K-드라마, K-무비… 한국의 음악과 영상 콘텐츠들이 호주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기를 얻은 오징어 게임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한국의 문화 상품은 이제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최근 국가 문화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한 호주에서는 정부가 나서 호주산 콘텐츠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예술 문화 싱크탱크 ANA(A New Approach)의 케이트 필딩 최고 경영자는 블루이, 팝스타 카일리 미노그, 배우 마고 로비 등 글로벌 성공을 이끈 소수의 호주 크리에이티브 수출품이 있긴 하지만, 호주는 “크리에이티브 상품 분야에서 최악의 적자를 보이는 국가 중 한 곳”이라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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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pite its global fame, Australia has little involvement with Bluey's international distribution and its success, as it's operated by BBC Studio. Source: AAP / BIANCA DE MARCHI/AAPIMAGE
ANA는 2022년 연방 정부에 제출한 문화 정책 검토 보고서에서 “창의적인 상품 분야에서 호주가 1달러를 수출할 때 수입액은 8달러”라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K-컬처에 자극받은 호주가 세계인들에게 A-컬처를 제대로 전파할 수 있을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K-컬처가 사랑받기 전까지, 일본의 문화 상품이 큰 인기를 끈 것도 사실입니다.

엘리너 그레이 씨는 다섯 살 때 멜번에 있는 동네 도서관에서 헬로키티 DVD를 빌리며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고 말합니다.

이후 ‘세일러문’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과 사랑에 빠지게 됐고, 나중에는 교환 학생으로 일본에 가서 공부까지 했습니다.

그레이 씨는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 거주하며 자신을 “오타쿠”라고 소개합니다.

오타쿠는 특정 주제에 집착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일본어로, 주로 컴퓨터, 비디오게임, 애니메이션, 일본 만화에 집착하는 사람을 말하죠.

사실 일본은 호주인들 사이에서 세 번째로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입니다.

일본 역시 소프트 파워의 중심이 된 애니메이션, 만화, 비디오 게임에 대한 글로벌 매력을 활용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켜 왔는데요, 2024년에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인한 해외 수익이 역사상 두 번째로 국내 수익을 초과했고, 2033년까지 국제 콘텐츠 관련 사업을 180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협회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일본 경제에 378억 달러의 기록적인 이바지를 했습니다. 이 중 214억 달러는 해외 애니메이션 콘텐츠 수출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호주인 사이에서 K-컬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K-팝과 한국 영화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문화 콘텐츠를 홍보하는 데 적극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 왔는데요, 맥쿼리 대학교의 이성애 박사는 김영삼 대통령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며 한 정부 고문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쥬라기 공원의 전 세계 흥행 수익이 150만 대에 달하는 현대 자동차 해외 판매액과 맞먹는다는 지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한국 정부는 보수 정부든 진보 정보든 상관없이 창의적 산업 부문을 발전시키기 위해 힘을 쏟아 왔습니다.

이박사는 한국에서 국가와 지방 정부가 나서 문화 부문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의무화했고, 세제 혜택을 제공한 것은 물론, 글로벌 마케팅과 인재 육성을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을 설립했다고 설명합니다.
epaselect SOUTH KOREA CINEMA PARASITE
During his Golden Globe Award speech, South Korean director Bong Joon Ho (middle in the second row) famously claimed that once audiences "overcome the 1-inch-tall barrier of subtitles", they would be introduced to a new world. Source: AAP / EPA / Kim Hee-chul
이박사는 호주가 한국의 “협력적이고 수출 주도적인 문화 전략”에서 배울 것이 많다며 한국은 문화 프로젝트 자금을 관리하는 원스톱 기관이 존재하지만, 호주의 경우 여러 기관에 걸쳐 단편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박사는 호주가 “자금과 무역, 외교, 교육을 연결하는 한국과 유사한 범정부적 틀을 채택한다면 호주의 예술적 강점을 응집력 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화 브랜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국가 문화 정책에 따라 뮤직 오스트레일리아를 설립하는 데 6950만 달러를, 호주 작가 협회를 설립하는 데 1930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인프라 교통 통신 예술부의 대변인은 예술가들이 크리에이티브 오스트레일리아와 스크린 오스트레일리아를 통해 국제 협력과 개발을 모색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자금 지원 방식이 존재하지만, 필딩 최고 경영자는 호주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지원이 단편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호주의 문화 수출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성도 부족하다고 질타합니다.

2017년 호주의 외교 정책 백서에서도 호주가 창의적인 문화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유학 산업과 관광 산업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유치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프트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잠재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백서가 발표된 후 연방 정부는 소프트파워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발하겠다고 다짐했고 2018년에는 호주 최초로 소프트 파워 보고서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2020년 10월 호주 외교통상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언급하며 해당 부분의 검토를 중단했습니다.

멜번대학교 아시아 연구소의 멜리사 콘리 타일러 연구원은 정부가 2017년 백서를 다시 검토하고 예술과 문화를 포함한 외교적 영향력 도구를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타일러 연구원은 “국방비와 비교할 때 문화와 창작 분야에서는 훨씬 적은 돈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호주가 소프트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아티스트를 잘 대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호주국립대학교 아시아 태평양 대학의 로알드 말리앙케이 교수는 호주의 문화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소프트파워가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말리앙케이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한국의 문화 상품 성공을 연구하고 있지만 유사한 글로벌 주목을 받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말리앙케이 교수는 호주가 원주민 문화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풍부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전 세계가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현대 호주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해외 관객에게 호주 콘텐츠를 판매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말리앙케이 교수는 “사람들이 애용할 만한 현대적인 호주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 역시 문화 전략에 한계를 보인다고 말합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개인 애니메이션 제작자에게 거의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플린더스 대학교에서 창의적 예술을 강의하는 기무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정말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라며 “일본 창작자들이 희생하지 않는 한 약속된 미래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도 노동 착취와 번아웃 문제가 제기되며 이들이 문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많은 전문가는 호주가 문화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 이런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면서, 예술가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콘리 타일러 연구원은 “창작자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창출되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창의적인 산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금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으며 이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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