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호주 세입자 10명 중 7명, 폭염·한파에도 냉난방 못 켠다…에너지 효율 기준 도입 요구

Signage for a real estate property is seen in Carlton North, Melbourne

빅토리아주와 ACT는 점진적으로 임대 주택에 대한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Source: AAP / AAPIMAGE

폭염과 한파를 감당하지 못하는 임대주택이 늘면서, 세입자들은 집주인에게 에너지 효율 개선과 최소 주거 기준 마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Key Points
  • 호주 세입자 10명 중 7명, 폭염·한파에도 냉난방 포기…생활비·비효율 주택이 원인
  • 임대주택 단열 부족·낡은 구조 지적…에너지 효율 최소 기준 도입 요구 커져
  • 국민 65%가 ‘임대주택 에너지 기준’ 지지…정부·집주인 비용 분담 논의 필요
나혜인 PD: 다양한 경제 이슈, 친절하게 풀어드리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최근 비싼 전기료와 에너지비가 생활비 부담을 키우면서, 단순히 ‘싼 집’보다 ‘살기 편한 임대주택’에 대한 요구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호주에서 세입자들이 요즘 집주인에게 기대하는 점이 무엇인지,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오늘 소개해 주실 내용이 많은 세입자들에게 정말 현실적인 문제일 것 같아요. 우선, 이런 변화가 왜 시작됐는지부터 짚어볼까요?

홍태경 PD: 최근 호주에너지소비자 단체(Energy Consumers Australia, ECA)가 전국 1천428명의 세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여름의 냉방이나 겨울의 난방을 자제한다’고 답했습니다.
A graphic showing the percentage of renters in each state and territory who avoid cooling or heating their homes to save money.
Despite being one of the warmest parts of Australia, renters in the Northern Territory were the most reluctant to heat or cool their homes due to the cost. Source: SBS
전국적으로 ‘덥거나 추운 날에도 집을 쾌적한 온도로 유지할 여력이 없다’는 응답이 많았고, 덥거나 추운 날 각각 40%, 32%가 집을 온도 조절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특히 지역별로 살펴보면, 호주에서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노던 테리토리의 세입자의 78%는 비용 때문에 냉방을 가장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집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과 관련해 많은 세입자들 사이에서 이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CA는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임대주택에 최소한의 에너지 효율 기준(minimum energy-efficiency standards)을 전국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호주 대부분 지역의 임대 하우스에 그러한 기준이 없어, 단열이 안 된 집이나 오래된 창문, 낡은 벽·천장 구조 등 ‘에너지 비효율 주택’이 많았습니다.

나혜인 PD: 여름 폭염도 심하고, 겨울엔 생각보다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지역도 많은데… 결국 세입자들이 기본적인 냉난방조차 마음대로 쓰기 어려운 상황이네요. 그런데 에너지 효율 기준이라고 하면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세입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개선을 원하고 있는 건가요?

홍태경 PD: ECA와 전문가들은 렌터의 요구가 단순한 사치를 넘어 ‘기본 주거권’의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최소 기준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 단열 및 창문 틈막음 등으로 공기의 유출‧유입을 줄이는 구조 개선
  •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난방 기기 설치
  • 여름·겨울 모두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집의 구조 보강
나혜인 PD: 듣는 것만으로도 세입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하겠어요. 그런데 이런 부분은 보통 세입자가 고칠 수 없고, 집주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홍태경 PD: 보고서에서는 “지금 일부 임대 하우스의 에너지 효율 등급은 거의 ‘텐트 수준’”이라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집이 여름의 폭염이나 겨울 한파를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게다가 이런 문제에 대한 보수가 세입자가 아니라 집주인의 책임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으면, 세입자들은 지속적으로 높은 에너지비용에 시달리면서도 집을 고쳐 살기가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ECA는 임대 계약 시점에 집의 ‘에너지 효율 등급(energy-efficiency rating)’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임대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습니다.

나혜인 PD: ECA가 주장하고 있는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이란 무엇인까요?

홍태경 PD: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에는 외풍 차단, 적절한 단열, 에너지 효율 가전제품 설치 등의 요건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ECA 자료에 따르면 호주 임대 주택의 3분의 1 이상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단열재를 갖추고 있는 반면, 자가 주택의 경우 78%가 단열재를 갖추고 있습니다.

클라이밋웍스 센터(Climateworks Centre)의 길 암스트롱 매니저는 "임대 주택이 자가 거주자 등 다른 주택 부문보다 훨씬 열악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세입자는 주택을 수리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상태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주에서 임대인을 위한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나혜인 PD: 이미 일부 주는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요?

홍태경 PD: 빅토리아주와 ACT는 임대 주택에 대한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을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만 채가 넘는 임대 주택이 최소한의 강제력 있는 에너지 효율 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A person's hand adjusting a themorstat.
Australian homes are of "very poor quality" when it comes to energy efficiency, Bradshaw said. Source: Getty / Maryna Terletska
나혜인 PD: 세입자 요구가 이렇게 강해지다 보면, 결국 여론도 움직일 텐데요. 호주인들의 인식은 어떤가요?

홍태경 PD: 리서치 회사 SECNewgate가 별도로 실시한 자료에 따르면, 1천208명의 호주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가 임대 주택에 대한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중 거의 절반은 정부 지원을 받아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주택 개량 비용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집주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27%는 집주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고, 14%는 정부가 개량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7%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함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나혜인 PD: 즉, 시민들도 “이건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권 문제”라고 보고 있다는 의미네요. 최근 생활비 위기와 기후 변화까지 생각하면 더 그렇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이런 세입자들의 변화는 단순히 ‘편의’ 때문만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기‧가스 요금을 포함한 생활비가 빠르게 오르면서, 여름 폭염과 겨울 한파를 버틸 만한 집이 아니라면 난방이나 냉방을 아예 포기하는 세대가 늘었다고 합니다.

특히 일부 지역은 여름 폭염, 겨울 한파 같은 극단적 기후 변화가 잦아지면서, 주거 환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세입자들은 “비싼 렌트비에다 높은 공과금, 그리고 비효율 주택”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고, 이는 단순한 ‘임시 거주’가 아니라 ‘삶의 질’에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하지만 반대로 집주인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할 수도 있겠어요. 리노베이션 비용 자체가 적지 않으니까요.

홍태경 PD: 네. 이러한 변화는 집주인 쪽에도 새로운 부담을 의미합니다. 오래된 집을 리노베이션하거나 단열 또는 냉‧난방 기기를 교체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만약 전국적으로 최소 에너지 효율 기준이 법제화된다면, 수많은 임대 주택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집주인이 수리 비용을 임대료에 반영하려 할 것이고, 이는 다시 세입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즉, 단지 “세입자가 살기 좋은 집”을 만들고자 하는 일이지만, 정책과 시장 구조를 고려하지 않으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혜인 PD: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정책적 해법은 무엇인가요?

홍태경 PD: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합니다.
  • 전국 모든 주와 테리토리가 동일한 에너지 효율·주거 품질 기준을 법제화
  • 임대 계약 시 집의 에너지 효율 등급 공개 의무화
  • 집주인과 정부가 보수 비용을 분담하는 보조금 또는 세제 인센티브 제도 마련
  • 단기적으로는, 세입자가 집 상태를 신고할 수 있는 정보 공개 및 권리 강화
이런 방식은 단순히 ‘쾌적한 집’ 문제를 넘어서, 생활비 절감과 에너지 소비 감소, 기후 변화 대응을 넘어 사회적 형평성까지 연결되는 과제로 이어지는 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오늘 살펴본 것처럼 집을 임대하는 것은 단순히 ‘집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질과 안정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집이란 단순히 ‘지붕 아래 몸을 뉘이는 공간’이 아니라, 계절과 날씨에 맞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이어야 합니다. 오늘도 ‘친절한 경제’에서는 폭염과 한파를 감당하지 못하는 임대주택이 늘면서, 세입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에너지 효율 개선과 최소 주거 기준 마련 요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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