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고밀도 아파트 공급 확대…하지만 체감 주거비는 여전히 ‘고공행진’
- 고급 주택 중심 공급에 가격 안정 효과 미미
- 전문가 “공공·사회주택 확대 없이는 가격 조정 어려워”
나혜인 PD: 생활 속 경제 이슈를 친절하고 쉽게 풀어드리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새해에도 아파트 건설 중인 현장이 눈에 많이 띕니다. 호주 전역의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많은 주택 구매 희망자들은 주택 가격 부담을 완화시키는 데 핵심 원칙인 공급 증가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최근 SBS 기사를 보면 호주 곳곳에서 고밀도 아파트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체감되는 주거비 부담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친절한 경제에서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홍태경 PD 나와 있습니다.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현장에서는 고밀도 아파트 건설이 늘고 있는데도 정작 주거비 부담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홍태경 PD: 전국 정부는 양질의 저렴한 주택 공급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향후 5년간 입지가 좋은 신규 주택 120만 채를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습니다. 시드니 서부 도심 지역과 같은 특정 지역에서 대규모 개발을 허용하는 지방 의회의 결정에 대해 일부 젊은층에서는 환영하고 있고, 회의에 참석해 고밀도 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맞서고 있는데, 이러한 반대 여론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개발 승인이 지연되거나 더 많은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개발 승인 건수가 약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호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월에 아파트 건설 허가 건수가 5,430건으로, 202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나혜인 PD: 하지만 지방 의회들이 고층 아파트 단지 건설을 위해 토지 용도 변경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실제로 주택 가격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죠?
홍태경 PD: 핵심은 간단합니다. ‘어떤’ 공급이 늘었느냐입니다. 민간 부동산 개발업자는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죠. 우리가 기대하는 건 ‘서민이 살 수 있는 적정 가격의 주택이 많이 생기는 것’인데, 실제로 시장에서 늘어난 건 ‘프리미엄·투자형·고가형’ 아파트가 대부분입니다. 즉 수요가 있는 사람과 공급되는 상품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나혜인 PD: 그러니까 ‘수량’은 많아도 ‘종류’가 문제라는 거군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특히 도심 중심부(high-density zone)에 들어오는 개발은 토지 가격도 비싸고, 개발 비용도 높고, 투자 수요가 몰리는 구조라서 결과적으로 분양가나 임대료가 싸지지 않은 거죠.
나혜인 PD: 그렇다면 아파트를 더 많이 짓는 것이 가격을 낮출까요?
홍태경 PD: 1990년대 시드니 시의회가 그린 스퀘어 재개발 사업을 논의할 당시, 이 사업은 새로운 기차역 건설과 산업 용지였던 지역을 복합 용도로 변경하는 것을 포함했는데, 당시 주택 가격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1999년 용도 변경 이후 그린 스퀘어 도시 재개발 지역에는 3층에서 29층에 이르는 179개의 아파트 건물이 건설됐습니다. 이는 호주 최대 규모의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나혜인 PD:
홍태경 PD: 재개발의 목표 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인구 구성을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재개발 후 5~10년 동안 그린 스퀘어와 알렉산드리아, 비컨스필드, 워털루, 제틀랜드, 로즈베리를 포함한 주변 지역에서 고소득층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연간 총소득이 5만 달러 이상인 가구의 비율은 1991년 15.1%에서 1996년 21.6%로 증가했습니다. 임대료 중간값 또한 불과 1년 만에 주당 25달러씩 올라 1997년 6월 195달러에서 다음 해 6월 220달러가 됐습니다. 이에 비해 시드니 광역권의 임대료는 10달러(200달러에서 210달러)만 올랐으며, 중간 임대료는 원래 이 다섯 개 교외 지역보다 약간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낮아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의회는 중저소득 가구를 위한 주택 약 330채를 지역 사회 주택 공급자가 소유하도록 하는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이제 개발업체는 주택 개발의 3%를 공공서민주택으로 할당하거나 이를 위한 재정적 기여금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는 공공서민주택 254채가 건설되었고, 500채가 추가로 승인됐습니다.
나혜인 PD: 앞서 언급한대로 개발 시장이 투자 논리로 돌아간다는 점이 아파트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지 않는다는 점도 또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겠군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주택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투자 상품’으로 다루는 순간 가격 결정이 달라집니다. 디벨로퍼는 가능한 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을 선호하고, 투자자는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곳을 찾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가형 주택이 많아지죠. 반면에 실거주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RMIT 대학교 도시 계획학과 리암 데이비스 강사는 단순히 아파트 건설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서 살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시드니의 마스코트(Mascot)와 그린 스퀘어(Green Square), 멜번의 독랜드(Docklands)처럼 신규 아파트가 많이 건설된 지역도 '저렴한 주택'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단지 “시드니의 포츠 포인트(Potts Point) 같은 지역보다 집값이 저렴할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래서 공급을 늘리면 자동으로 가격이 내려갈 거라는 단순 모델은 현실에서 딱 들어맞지 않는 셈이군요. 또 한가지는 아파트 공급이 가족 단위 가구에는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죠?
홍태경 PD: 가족의 경우 상황이 좀 더 복잡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스 강사는 많은 주택이 철거되고 타운하우스나 아파트로 재개발되면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이는 최소 3개의 침실이 있는 주택을 원하는 가족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개발업체들이 가족에게 적합한 여러 침실이 있는 아파트를 잘 짓지 않기 때문인데요, 아파트 건설을 통해 2개의 침실이 있는 주택 공급은 늘어나고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최소한 상승세가 멈추지만, 3개의 침실이 있는 주택 공급은 줄어들게 돼 상승폭이 커집니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도메인은 작년에 3개의 침실이 있는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2개의 침실이 있는 아파트 가격 상승률보다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시드니의 경우 3개의 침실이 있는 아파트의 중간 가격은 이제 3개의 침실이 있는 주택보다 높습니다. 이는 아파트가 도심에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나혜인 PD: 즉 이 얘기는 방 갯수가 많은 주택을 허물고 투룸 아파트를 짓게 되면 특정 지역에 가족 단위 가구는 줄어들고 임차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겠네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이는 인구 순환이 심화되어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그곳에 살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데이비스 도시 계획 강사는 호주인들이 어떤 공동체를 원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가족 주택을 장려하기 위해 투룸 아파트의 비율을 더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 의도적으로 정부가 개입해 건설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나혜인 PD: 해결책으로는 항상 나오는 얘기는 공공주택이나 사회주택 확대죠.
홍태경 PD: 국가 주택 협약(National Housing Accord)의 일환으로 연방, 주 및 테리토리 정부는 최대 2만 채의 저렴한 주택을 건설하거나 건설을 장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향후 5년간 공급될 120만 채의 주택 중 단 1.7%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클레어 오닐 주택부 장관은 정부가 2029년까지 총 5만 5천 채의 새로운 사회주택 및 저렴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2만 5천 채 이상의 공공서민주택이 계획 또는 건설 중이며, 5천 채 이상이 완공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주택 공급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2년 전 공공서민주택 건설 지원을 위해 설립된 연방 정부의 투자 기금인 호주 주택 미래 기금(HAFF) 운영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입니다. HAFF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건설된 주택은 단 567채입니다.
나혜인 PD: 호주는 OECD 기준에서도 사회주택 비중이 상당히 낮지 않습니까?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호주의 사회주택 비율은 4% 정도에 해당합니다. 2022년 기준 OECD 국가 중 사회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네덜란드(34.1%)였습니다. 그 뒤를 오스트리아(23.6%), 덴마크(21.3%), 영국(16.4%), 프랑스(14.0%), 아일랜드(12.7%), 핀란드(10.9%), 한국(8.9%), 스위스(8.0%)가 이었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공공주택 비율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요, 공공주택이 적으면 시장 가격을 견제하는 힘도 부족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나혜인 PD: 저희 친절한 경제에서 다뤘던 내용이기도 한데요, 도심 재개발이 되면 노년층과 저소득층이 도심에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있죠.
홍태경 PD: 네, 정말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노년층은 병원, 대중교통, 생활시설 접근성이 중요한데 도심이 비싸지면 외곽으로 밀려나고 삶의 질이 떨어집니다. 도시 경쟁력 관점에서도 손해일 수밖에 없고요.
2021년 최신 인구 조사에 따르면 시드니 제틀랜드의 인구는 2006년 이후 거의 400% 증가해 15년 만에 2614명에서 1만2622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제틀랜드의 아파트 가격도 92% 상승해 2006년 9월 중간 가격이 49만9000달러에서 2021년 9월 96만 달러로 올랐다고 부동산 정보 사이트 도메인은 밝혔습니다.

나혜인 PD: 전국적으로 일관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공공서민주택의 입주 기준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복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접근 방식을 주장하고 있나요?
홍태경 PD: 예를 들어, 서민 주택은 연소득 6만 달러 미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연소득이 6만 달러 미만인 사람이 거주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연소득 8만 달러인 사람은 남은 주택을 놓고 고소득자들과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만약 10만 달러 예산의 사람이 자신의 예산 범위 내에서 적절한 선택지를 찾지 못한다면, 8만 달러 예산의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었을 더 저렴한 주택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요. 따라서 전문가들은 "공공주택과 사회주택, 저렴주택, 그리고 민간 부문 주택 공급을 총체적으로 확대하려는 현재의 접근 방식이 최선이며 모든 유형의 주택 시장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나혜인 PD: 알겠습니다. 오늘 친절한 경제는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집값이 실제로 내려갈 수 있을지 주택 시장 현실을 함께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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