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이너: 단독주택 '업그레이드' 막힌 호주…아파트와 격차 72.3%

A composite image showing two illustrated figures climbing stairs against a background of apartments and another building

Australians are finding it tougher to climb the property ladder. Source: SBS, Getty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택 사다리를 오르기 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주택 소유자들은 더 나은 주택으로 옮길 기회를 영원히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노스쇼어에 사는 빌리 부부는 서류상으로만 보면 시드니에서 집을 살 여력이 있어 보입니다. 두 사람의 합산 소득은 연 35만 달러, 본인 명의 아파트도 두 채나 있죠.

이들은 곧 아이를 맞이할 예정이라 최대 200만 달러 선에서 방 4개짜리 가족형 주택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달간의 매물 탐색 끝에 점점 희망을 잃고 있습니다.

빌리 씨는 “처음엔 이만큼 대출이 나온다는 게 놀라웠고, 그 돈이면 뭐라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러 다니니 ‘이게 뭐지?’ 싶은 상황”이라며 “살짝만 움직여도 골대가 계속 옮겨지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닛에서 단독주택 ‘업그레이드’, 왜 막혔나

최근 데이터는 호주에서 유닛을 시작점으로 삼아 가족형 주택으로 올라서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방 3개짜리 주택 비중이 줄어든 점이 문제로 지목됩니다. KPMG의 테리 론슬리 도시경제학자는 “코로나19 이후 아파트에서 하우스로 넘어가는 일이 더 힘들어졌다”고 설명합니다.

훨씬 더 커진 가격 격차

론슬리 도시경제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유닛·타운하우스’와 ‘단독주택’의 중간가격 차이는 28.3%였지만, 2024-25년 최신 수치로는 72.3%까지 벌어졌습니다.

2019년엔 중간값 유닛을 70만 달러에 팔아 약 90만 달러짜리 중간값 단독주택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중간값 유닛이 약 80만 달러, 단독주택은 약 140만 달러로 격차가 훨씬 큽니다.
Bar chart showing the price gap between median unit/townhouse compared to the median house
The difference in price between the median unit/townhouse, and the median house, is growing in every capital city except Darwin. Source: SBS
이유는 단독주택 가격이 유닛보다 훨씬 빠르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도메인에 따르면 시드니의 단독주택 중간가격은 현재 170만 달러입니다.

시드니 바이어스 에이전트 오 프로퍼티 그룹의 헤니 라하르자 씨는 “요즘 구매자들이 업그레이드를 힘들어한다”며 “예를 들어 120만 달러짜리 아파트에서 280만 달러짜리 단독주택으로는 쉽게 가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토지 면적이 큰 지역에선 더 어렵습니다. “500㎡ 대지를 갖고 있는 집은 괜찮다고 해도, 그 동네 평균이 900㎡라면 선택지가 좁아진다”며 “가격대별 주택 유형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방 3개짜리 주택 비중 감소…수요 높지만 공급 줄어

문제의 한 축은 방 3개짜리 주택 비중이 지난 10년 사이 줄었다는 점입니다. 방 3개짜리 주택은 가족과 다운사이저 모두가 선호하지만 점점 귀해지고 있습니다.

론슬리 도시경제학자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주택 중 방 3개짜리 주택 비중은 45.7%였으나, 2021년엔 39.9%로 하락했습니다. 반면 방 4개 이상 주택은 37.9%에서 43.6%로 상승했습니다. 절대 수로도 방 4개 이상 주택이 280만 호, 방 3개 짜리 주택은 260만 호로 역전됐습니다.
Table showing the change in the proportion of three-bedroom dwellings.
The proportion of three-bedroom dwellings declined in the 10 years between 2011 and 2021. Source: SBS
높은 밀도의 방 1~2개 짜리 아파트 건설과 도시 외곽의 대형 단독주택 공급이 늘면서 ‘중간’ 사이즈인 방 3개짜리 주택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호주주택도시연구소(AHURI)의 마이클 포더링엄 씨는 “호주는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훨씬 많이 짓는다”며 “주택 재고의 약 70%가 단독주택, 아파트와 타운하우스가 각각 15%”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아파트 한 채당 단독주택 여섯 채를 짓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도심·선호 지역의 단독주택 부지를 아파트로 재개발하면서 방 3개짜리 주택이 더 줄었습니다. 방 3개짜리 주택이 포함돼도 펜트하우스급 고가로 설계되거나, 임대용으로 지어져 가족형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시드니에선 방 3개짜리 유닛의 중간가격이 방 3개짜리 단독주택보다 비싼 현상도 나타납니다.

개발업계도 ‘방 3개짜리 주택 전환’ 조짐

써드닷아이(Third.i) 그룹의 플로리앙 카이용 인수총괄은 “방 3개짜리 주택은 더 비싸고 판매 기간이 길어 자금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개발사들이 꺼려왔다”고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글레이즈빌, 크로즈네스트, 뉴캐슬 등지에서 방 3개짜리 유닛 선호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합니다.

카이용 인수총괄은 “전통적 단독주택 시장에서 밀려난 수요가 더 큰 유닛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써드닷아이는 전략을 바꿔 크로즈네스트 신규 사업 1단계부터 방 3개짜리 주택 비중을 늘립니다.
A living area with sofa and dining table featuring wall-to-ceiling windows.
Third.i's Crows Nest development Hume Place is expected to include more three-bedroom apartments suitable for family living. Source: Supplied
시드니의 건축사 플레이스 스튜디오의 제임스 알렉산더-하치플리스 대표도 “개발사들이 첫주택자·다운사이저뿐 아니라 더 폭넓은 수요층을 겨냥한 아파트로 이동 중”이라며 “방 하나가 더 있는, 조금 더 넓고 유연한 평면은 주거 수명을 연장해 주거 교체 압력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해법’”이라고 말합니다.

정책 신호…가족형 주택을 더 가까운 곳에

웨스턴시드니대 니키 모리슨 교수는 과거 정책이 방 3개짜리 주택 공급을 우선순위로 분명히 정하지 않았고, 시장만으로는 대량 공급이 어려웠다고 지적합니다.

모리슨 교수는 “현재는 일자리·학교·교통이 가까운 곳에 가족형 주택이 충분치 않다”며 “주정부가 방 3개짜리 아파트를 더 많이 짓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최근 가족친화형 주택을 늘리기 위한 제도 개편을 내놨습니다.

빅토리아주는 신규 주택의 10%는 방 3개짜리 이상 의무화를 시행합니다.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주거 패턴 북과 저·중층 주택 정책으로 다양한 주거유형을 빠르게 인허가하도록 표준 설계를 제공합니다. 다만 방 3개짜리 의무비율 같은 ‘주택 구성 비율’은 기본적으로 카운슬의 지역계획에 달려 있습니다.

모리슨 교수는 “현장 실행은 카운슬 몫이지만, 주 차원의 분명한 가이드·인센티브·설계 기준이 있어야 카운슬이 과감하게 의무비율을 설정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미싱 미들’ 채우려면 시간 필요

론슬리 도시경제학자는 “카탈로그형 타운하우스·중밀도 설계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외곽 대량 주택엔 능숙한 개발사는 많지만, 타운하우스 대량 공급에 특화된 시장은 아직 얕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중간 가격대의 타운하우스·테라스·중층 아파트가 늘어나면, 단독주택보다 부담이 덜한 ‘사다리의 다음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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